스포츠종합
안녕하세요. 상무신협 배구단의 강동진(28·레프트)입니다.
제가 배구를 시작한지 어느덧 19년이 되어가네요. 초등학교 4학년 때 키가 크다는 이유로 배구부에 들어갔고, 이후 단지 공을 갖고 놀수 있다는 생각에 전학까지 불사하며 배구부 활동을 했습니다. 이제 배구는 제 인생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존재가 됐습니다.
제 배구 인생을 돌아보니 기쁨보다 아쉬운 순간들이 먼저 스쳐 지나갑니다.
한국이 금메달을 딴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 엔트리에 발탁됐다는 소식을 듣고 기쁨을 감출 수 없었습니다. 드디어 태극마크를 달고 큰 무대에 설 수 있다는 생각을 하니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아시안게임을 열흘 남겨두고 훈련 도중 오른손바닥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것입니다. 대표팀 엔트리에서 제외됐다는 소식을 듣고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좋은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다는 욕심에 부상에도 불구하고 참가 의사를 밝혔지만 최상의 전력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제 자리는 신진식 선배가 대신하게 됐습니다.
이후 무릎 부상으로 신음하던 저에게 두 번째 기회가 왔습니다. 지난해 있었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이었죠. 이번에는 기필코 대회에 참가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다행히 예비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고, 더욱 훈련에 매진했습니다.
하지만 상무 입대 후 6주간의 훈련소 생활로 인해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없었습니다. 내 인생에 있어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 정말 놓치기 싫었지만 감독님이 원하는 몸상태가 아니었기 때문에 다시 부대로 복귀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잦은 부상과 더딘 회복이 문제였던거죠.
그 후 정신적으로 너무나 큰 상처를 입었고, '다시 운동을 예전처럼 잘 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어 슬럼프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배구선수 강동진'으로 살아가는 이상 이대로 주저 앉을수는 없었습니다. 심기일전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따게 됐고, 동료들과 감독님의 격려 속에 다시 마음을 잡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생각처럼 움직이지 않더군요. 아시안게임이 다가올수록 당시 제가 처한 상황이 너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동료들은 모두 코트에서 뛰고 있는데 저는 부대에 남아있어야 했으니까요. 극심한 스트레스가 이어졌습니다.
막상 아시안게임이 시작되니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우리 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교체된 자리의 아쉬움이 너무나도 커 다른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 마음을 갖고 우리팀이 일본과의 경기에서 아쉽게 역전패를 당하는 것을 지켜 봤습니다. 석진욱 선배의 부상에 따른 리시브 불안이 가장 큰 패배 요인 것 같아 '그 자리에 내가 뛰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함께 훈련하던 동료들이 좌절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아쉬움과 허탈한 마음이 들어습니다.
이후 V리그 훈련에 매진하며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딱딱하고 많은 제약이 따르는 곳이라 생각됐던 상무는 예상외로 동료들의 우애와 밝은 팀 분위기가 어우러진 곳이었습니다. 군대라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화목하고 끈끈한 곳이더군요. 물론 각 팀에서 서로 다른 훈련을 받아온 선수들과 짧은 시간안에 호흡을 맞추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지만 배려와 믿음으로 손발을 맞춰 나갔습니다. 그리고 프로팀들을 이겨보자는 목표를 갖고 시즌을 시작했습니다.
전년도의 연패기록 대물림을 없애기 위해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더 단합해 시합을 치렀습니다. 그리고 올 시즌 첫 경기에서 전년도 챔피언인 삼성을 잡게 됐습니다. 언론에서는 '상무가 파란을 일으켰다'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더군요. 비록 올 시즌 6승 12패로 리그 최하위에 머물고 있지만 '할 수 있다'는 팀 내 분위기는 변함없습니다.
상무배구단과 저를 응원해주시는 팬여러분, 국군체육부대의 모든 부대원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프로배구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부탁드려요. 어느 자리에서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강동진. 사진 = 대한배구협회 제공]
한상숙 기자 sky@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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