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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8일 기사 하나를 읽고 먹먹해졌습니다. 바로 단편영화 ‘격정 소나타’의 감독이자 작가인 최고은씨가 서른두살의 젊은 나이로 죽었다는 내용의 기사입니다. 지난달 29일 경기 안양 석수동의 월세집에서 숨진 채 이웃주민에 발견된 최고은 작가는 사망 전 까지 생활고에 시달려 온 것으로 알려졌고 경기 안양시 만안경찰서 측은 최고은 작가가 갑상선 기능 항진증과 췌장염을 앓다가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해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기사를 보고 영화계의 현실을 알고 우리 사회의 사회안전망의 문제를 알기에 더없이 안타깝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기사를 통해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접한 수많은 영화인과 사람들이 그녀의 죽음에 애도를 표했습니다. 영화계 현실을 개선하지 못하고 사회 안전망을 구축하지 못한 데서 오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분노에 찬 목소리에서부터 영화인의 열악한 현실을 개선하지 못한 자책에 이르기까지 많은 목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녀의 생활고와 마지막으로 남겼다는 쪽지 내용이 일부 와전되면서 굶어죽었다는 기사로 확대됐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현재의 영화계의 열악한 현실과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만들자는 각오들이 쏟아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매체에서 최고은 작가가 이웃에게 남겼다는 쪽지의 내용이 밝혀졌습니다. 물론 당초 보도된 내용과 차이가 있지만 힘겨운 생활고를 보여주는 대목은 역력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14일 최고은 작가의 스승이자 소설가인 김영하씨가 트위터를 통해 김작가는 故 최고은에 대해 “그녀는 굻어죽은 것이라기 보다는 병 때문에 죽었다고 전해 들었다. 그녀를 또 예술의 순교자나 알바 하나 안한 무책임한 작가로 여기는 양 극단을 지양했으면 한다. 죽음 소식을 듣고 친구들이 갔을 때 이미 사물이 정리된 것으로 보아 스스로 삶의 희망을 놓아버린 것 같다”며 일부 언론 보도내용과 시각이 다른 부분을 주장했다. 김작가는“그녀가 풍족하게 살아갔다는 것은 아니지만, 의연하고 당당하게 자기 삶을 꾸려갔다고 들었습니다. 직접 사인은 영양실조가 아니라 갑상선기능항진증과 그 합병증으로 인한 발작이라고 고인의 마지막을 수습한 친구들에게 들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김영하 작가의 문제 제기와 주장은 분명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김영하 작가의 주장이 전부 진실이라고 보기에 무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인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최고은 작가의 죽음을 보면서 느끼고 통탄한 것은 잠재성과 능력 있는 영화인들이 열악한 제작 환경속에서 그들의 꿈을 펴보지도 못한 채 쓰러져 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습니다.
최고은 작가의 죽음 이후 보도내용과 최작가의 죽음에 대해 많은 사람의 시선은 김작가가 언급한 “이번 일(최고은작가의 죽음과 보도)을 계기로 마음의 병이든 몸의 병이든 우리 사회가 서로 살피고 돌보는 계기가 되면 그녀의 죽음이 무의미하지는 않을 것입니다”라는 것과 일맥상통한 것들이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정부의 복지정책에 대한 실패에서부터 실업보험과 영화인 실업자 보호제도 등 법적, 제도적 구축을 주장했고 어떤 이들은 영화의 열악한 제작현실 개선방안과 영화인 인적수급의 문제 보완을 강조했습니다. 이 모든 것들이 꿈과 재능을 피우지도 못한 채 서른두살이라는 젊은 나이에 숨진 최고은 작가 같은 사람이 다시는 이 땅에서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나온 것일 겁니다.
다시 한번 최고은 작가의 명복을 빌며 열악한 영화계 제작환경이 조속히 개선되고 사회안전망이 더욱 더 촘촘히 구축되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故최고은 작가가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쓴 '격정 소나타'.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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