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객원기자] 2009년 대망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며 포효했던 KIA 타이거즈는 지난 해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하며 극과 극의 시즌을 보냈다.
KIA는 지난 해 16연패란 지옥을 맛봤다. KIA가 지독한 연패에 시달린 것은 팀의 에이스라 할 수 있는 선수가 제 역할을 못했다고 봐야 한다. 에이스의 역할 중 하나는 연패 스토퍼다.
그렇다면 지난 해 KIA엔 에이스라 할 수 있는 투수는 없었다고 봐야 할까. 지난 해 KIA에서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는 3명. 아퀼리노 로페즈, 서재응, 양현종이었다.
16승과 169⅓이닝으로 승수와 이닝에서는 양현종이 으뜸이었다. 시즌 막판까지 다승왕 경쟁을 할 정도로 승수 면에서는 단연 돋보였다. 타자들의 득점 지원도 좋았다. 경기당 6.1점으로 3위였다. 그러나 4.25란 평균자책점은 에이스라 하기엔 부족함이 있었다. 16승을 거뒀지만 타자를 압도하는 기운은 느끼기 힘들다. 지난 시즌 중 안방마님 김상훈은 "(양)현종이가 다승왕보다는 김광현, 류현진처럼 상대팀으로 하여금 두려움을 느낄 수 있는 투수가 먼저 되어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래도 지난 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거둔 수확은 올 시즌 양현종을 더 기대할 수 있게 한다. 병역 혜택으로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투구에 전념할 수 있게 됐고 당시 코칭스태프였던 김시진 넥센 히어로즈 감독에게서 배운 컷패스트볼이 시험 단계에 오른 것이다.
평균자책점은 서재응이 가장 좋았다. 140이닝을 던지며 평균자책점 3.34를 기록했다. 9승이란 승수가 아쉽게 느껴질 정도였다. 팔꿈치 통증에서 벗어나 투심 패스트볼과 슬라이더를 앞세워 후반기에서는 5승 2패 평균자책점 2.50이란 특급 피칭을 선사했다.(전반기는 4승 5패 평균자책점 3.94) 이에 대해 서재응은 "전반기가 끝날 무렵에 잘 쉬었던 게 후반기에 와서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반면 로페즈는 지난 해 최악의 득점 지원을 겪었다. 3.9점으로 규정이닝을 채운 15명 가운데 15위였다. 오히려 그는 마운드에서보다 덕아웃에서 화제가 됐다. 글러브를 팽개치거나 쓰레기통을 발로 차는 등 팀워크를 저해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이다. 로페즈는 KIA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올바르지 못한 행동으로 팀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낳게 해서 구단과 선수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크다. 2011시즌에는 결코 그러한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지난 해 8월부터 점점 나아졌다는 점에서 부활의 희망을 심고 있다. 로페즈는 8월 이전엔 1승 8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5.60에 불과했지만 8월 이후엔 3승 2패 평균자책점 3.00으로 안정감을 되찾았다.
지난 시즌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냈던 윤석민은 팀 사정에 따라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바꾸는 등 전천후로 활약한 탓에 승수를 쌓는데 지장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지난 해 6월 18일 문학 SK전에서 완투를 노렸으나 마무리를 하지 못한 자신을 덕아웃에서 자책하다 손가락 골절상을 입은 것은 아쉬운 부분이었다. 시즌 성적도 6승 3패 3세이브 평균자책점 3.83에 그쳤다.
사실 윤석민이 제 기량 그대로 보여준다면 KIA의 에이스가 누구인지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된다. 구원투수들이 잘 막아준다면 윤석민을 마무리로 돌릴 이유가 없다. 두 가지의 '만약'이 과연 올 시즌엔 어떻게 나타날지 관심사다.
새 외국인 투수 트레비스 블랙클리도 지켜볼 투수임은 분명하다. KIA가 로만 콜론 대신 트레비스를 선택한 것은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있다는 기대도 포함돼 있다. 그의 마지막 메이저리그 시즌은 2007년이었고 통산 8경기에 나온 게 전부지만 마이너리그에서는 66승을 거둔 투수다. 지난 18일 요미우리 2군과의 평가전에서 2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고 구속은 142km. 아직 스피드가 완전히 끌어올린 상태는 아니다.
아직 뚜껑이 열리지 않아 '2011년 KIA의 에이스는 OOO다'라고 말할 수 없는 상황. 과연 올해 누가 KIA 마운드의 리더로 우뚝 설지 지켜보는 것도 꽤 흥미로운 일이 될 것이다.
[지난 해 16승을 올린 양현종(사진 위), 2009년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한 로페즈(사진 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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