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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준형 편집국장] 그의 이번 서울공연 타이틀이 '에릭 클랩튼 & 히스 밴드(Eric Clapton & His Band)'라고 했나? 그런데 이'히스 밴드(His Band)'를 언뜻 '히스 핸드(His Hand)'라고 잘못 읽었다. 그리고 공연제목 잘 지었다고 생각했다. 에릭 클랩튼은 기타였으니까. 공연이 이를 증명했느니까.
20일 밤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에릭클랩튼의 내한 세번째 공연이 펼쳐졌다. 나이 들어도 매번 처음과도 같은 그의 생기넘치는 공연은 이번에도 꽉 찼다.
이날 1만명 만장한 가운데 에릭 클랩튼은 '키 투 더 하이웨이(Key To The Highway)부터 마지막 앵콜곡까지 그의 히트 넘버를 불러 제끼고, 기타로 쳐 나갔다. 파란 남방셔츠에 뿔테 안경, 그리고 청바지 차림으로 등장한 기타의 신은 그의 밴드와 함께 연주하고 노래했다. 무대 양옆에 설치된 멀티스크린은 2시간 공연동안 그의 손을 반 가까이는 비추어댔다. 굶은 주름살이 팬, 그리고 반지낀 손은 그의 애물 펜더 기타를 자유자재로 초크하고 튕겨대며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기타와 일체가 됐다. 몇분간 이어지는 환상의 애드리브 즉흥연주, 슬로우핸드와 퀵, 그래서 그의 공연명은 '히스 핸드'였다.
'고잉 다운 슬로우', '후치 쿠치' '올드 러브'로 이어지는 그의 인트로 기타는 카랑거리는 하이톤의 목소리와 함께 블루스와 함께 록을 이어나갔다. 이윽고 '아이 샷 더 셰리프(I Shot The Sheriff). 이 노래를 부를때, 후렴구 '아이 샷 더 셰리프'는 1만명이 따라 불렀다.
앞줄 그라운드석이고 뒷줄 스탠드석에는 많은 객석을 외국인들도 차지했다. 30분전 올림픽공원역 지하철부터 떠들썩했던 외국인, 특히 미국인이 대부부인 듯한 관객들은 동향의 기타 록 영웅에 가장 적극적으로 환호했다. 한국의 젊은이와 함께 그들은 에릭의 선율과 리듬에 맞춰 어깨와 손을 흔들어대며 2시간동안 객석에 앉지 않은 사람도 많았다.
스팅도 그랬고, 밥 딜런도 그랬지만, 역시 그의 밴드도 훌륭했다. 흑인 키보드 잭 타빈의 강렬한 키보드가 돋보인 'Old Love', 그리고 암전후 이윽고 앉아서 '드리프팅(Driftin')을 부르며 튕긴 통기타. 그의 다섯개의 손가락, 아니 양손 열개의 손가락이 한번도 6개의 기타줄을 떠나지 않은 듯 했다. 드럼의 리듬 하나로 배경을 엮은 멜로디는 웅장하고 고요했으며, 기타가 왜 '작은 오케스트라'라고 불리는지를 알게했다.
국내에 대중적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원더풀 투나잇'이 나올때는 당연히 만장의 박수였다. 동양적 멜로디라 외국인에게는 별로인 줄 알았는데, 앞줄의 외국인 커플이 그곡에 맞추어 통로에서 블루스를 춘다. 용감한 외국인, 커플에게는 수십억을 받고 온 에릭 클랩튼이 그들을 위해서만 생음악 반주해준 생애 최고가의 선물이었다.
'뱃지(Badge)를 부를때는 코러스도 열광했고, 마지막 곡 '코카인(Cocaine)'의 강력한 절규는 제목만으로도 여운을 주었다. 아들 코너가 추락사한 전후 그는 마약과 담배를 끊겠다는 약속을 못지켜 괴로워하기도 했다. 이날 한국팬들이 듣고 싶었던 아들 추모곡 '티어즈 인 헤븐(Tears In Heaven)'을 부르지 않은 이유도 이와 비슷했을 듯 싶어 넘어갔다.
사족)이날 북한의 김정철은 당연히 서울에 안 왔다. 싱가포르 공연 출현으로 화제가 된 김정철에 대해 "김정철 오늘 서울 올까?"하고 입장객들이 농담으로 수군거렸지만, 에릭 클랩튼이 안오길 바랬기 때문인지 오지 않았다. 싱가포르에서 20 여명 경호원 데려와 에릭 클랩튼을 불편하게 했지만, 서울에 왔더라도 에릭 클랩튼의 '레일라'에 '코카인'에 열광하고 손을 흔들어댔을 것이다. 아이러니칼하게도 아버지 나라 북한은 자유가 없는데…, 록은 진정 자유 정신이라는데….
[에릭 클랩튼. 사진 = 나인엔터테인먼트 제공]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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