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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상욱 객원기자] 구자철의 입단으로 관심을 모으고 있는 VfL 볼프스부르크다. 구자철이 입단하기 이전까지만 해도 2009년 깜짝 우승을 차지한 팀 정도로만 인식되던 볼프스부르크지만 최근에는 구자철을 비롯한 동료 선수들 혹은 팀내 동향까지 세세히 알려지고 있는 상황이다.
불과 2년전 우승을 차지했던 팀이 올시즌 강등권과의 힘든 싸움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이 의아할 수 있지만 사실 볼프스부르크는 분데스리가 내에 남긴 족적이 그리 큰 빅클럽은 아니다.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팀이 수두룩한 분데스리가에서 1945년 들어서야 창단된 볼프스부르크는 신생팀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1997-98 시즌 처음으로 1부리그에 입성한 볼프스부르크는 첫 시즌 14위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10위권 내의 성적을 기록하며 1부리그에 안전하게 뿌리를 내렸다.
하지만 2006, 2007년 연속으로 강등권을 갓 벗어난 15위를 기록하며 최대 위기를 맞기도 했다. 이후 펠릭스 마가트 감독이 부임하면서 안정을 찾을 수 있었고 결국 2009년에는 우승까지 차지하기에 이르렀다.
선수 구성원만 놓고보면 볼프스부르크는 당장 우승을 차지할 정도의 선수 구성으로 보긴 어렵지만 강등권 싸움을 벌일 정도의 허약한 스쿼드는 결코 아니다. 겨울철 이적 기간을 이용해 에딘 제코가 맨체스터 시티로 빠져나갔지만 그라피치가 여전히 건재하고 파트릭 헬메스가 제코의 빈자리를 충분히 메워줄 수 있기 때문이다. 미드필드진 역시 디에구를 중심으로 조수에, 사샤 리터, 마코토 하세베 등이 포진해 있고 겨울철 이적 기간을 이용해 얀 폴락, 툰차이 산리 여기에 구자철까지 가세해 한층 업그레이드된 상태다.
지난 시즌 2부리그로 강등된 헤르타 BSC 베를린으로부터 영입한 국가대표 중앙 수비수 아르네 프리드리히가 전반기 내내 부상으로 활약하지 못했지만 후반기들어 정상적으로 스쿼드에 힙류함으로써 수비진의 안정화까지 꾀한 만큼 볼프스부르크의 전력은 전반기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향상된 모습이다.
전반기를 통해 볼프스부르크에게 드러나 문제점은 선수들간의 부조화였다. 대표적인 예는 디에구로 베르더 브레멘 시절 공격의 첨병 역할을 확실하게 맡아주며 매시즌 브레멘을 챔피언스리그로 이끌 당시의 그는 동료들과의 융화에 큰 문제가 없었지만 볼프스부르크에서 독단적인 플레이를 이어가며 공격진의 효율성을 떨어뜨렸고 훈련 도중 동료들과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브레멘 시절 토마스 샤프 감독과 토르스텐 프링스라는 두 카리스마가 경기장 안팎에서 디에구의 이기적인 플레이를 적당히 제지했지만 볼프스부르크에서는 디에구를 적절히 리드해줄 인물이 없었다.
전 감독인 스티브 맥클라렌은 디에구 뿐만 아니라 팀내 다른 선수들과도 소통에 문제점을 드러내며 고립되는 모습을 보인 끝에 결국 팀을 떠나야 했고 프링스의 역할을 맡아줄 선수로 프리드리히가 꼽혔지만 그는 전반기 내내 부상으로 그라운드에 설 수 없었다. 현재는 프리드리히 뿐만 아니라 분데스리가에서 잔뼈가 굵은 폴락 역시 합류함으로써 팀 분위기는 훨씬 좋아진 모습이다.
물론 그간 볼프스부르크의 부진이 비단 디에구의 이기적인 플레이에만 국한됐던 것은 아니다. 전임 감독 맥클라렌이 추구했던 전술의 실패, 전체 선수들의 경기에 대한 집중력 저하, 안드레아 바르잘리의 이적과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영입한 프리드리히의 부상 등 악재들이 많았던 볼프스부르크다. 하지만 24라운드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전에서의 승리로 승점 26점을 확보하며 13위로 순위를 끌어올린 볼프스부르크의 향후 미래는 밝은 편이다.
다른 팀들에 비해 하루 먼저 24라운드를 치러 상대적으로 1경기를 더 치른 상황이지만 일단 승리를 거둔 만큼 강등권과의 격차가 줄어들지는 않게 된 셈이다.
올시즌 분데스리가는 유난히 강팀들의 부진이 이어지고 있고 강등권 후보로 꼽히는 팀들의 분전이 돋보이고 있다. 샬케 04, 브레멘, VfB 슈투트가르트 등 강등과는 전혀 관련이 없을 것으로 보였던 팀들이 최근까지 강등권에 떨어져 있거나 현재도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1.FSV 마인츠 05, 1.FC 뉘른베르크, 상파울리, 1.FC 쾰른 등 강등권 후보들 중 대부분이 중위권 이상의 성적을 거두며 상위권 팀들을 위협하고 있다.
선수들의 이름값으로 우승을 차지하거나 강등이 결정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이름값 만으로 우승팀이 결정되지는 않는다는 것을 지난 2009년에 확실하게 보여줬던 볼프스부르크다. 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처럼 볼프스부르크의 문제는 여타 강등권에 있는 팀들처럼 제대로 된 ‘구슬’도 없는 상태는 빈약한 상태가 아니다. 이제 꿰어야만 하는 일이 남았고 스쿼드를 떠났던 구슬들이 모두 자리를 찾아 돌아온 만큼 성적을 끌어올리는 일만이 남았을 뿐이다.
아직 남은 일정을 감안하며 승리할 수 있는 팀을 구분짓는 것은 시기상조지만 남은 경기 일정들 중 대부분은 중하위권 팀들과의 대결이 더 많아 큰 부담이 될 만한 경기는 많지 않다. 바이어 레버쿠젠, 브레멘, 샬케 등을 상대로 원정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점 정도가 어려운 부분이며 뉘른베르크,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쾰른, 상파울리 등 승리가 가능한 팀들과는 홈에서 경기를 치르는 만큼 홈에서 확실한 승수만 쌓아준다면 강등권과 멀어지는 것은 물론 중상위권 진입도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다.
[구자철. 사진 = gettyimagekorea/멀티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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