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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서울 여의도 KBS 정문을 나서는 순간 한 중년의 아줌마가 달려든다. 너무 반갑다며 손을 잡는다. KBS 앞 대로변에서도 삼삼오오 지나는 사람들이 흘끔흘끔 쳐다본다. 이내 신기한 듯 한 사람이 말을 던진다. “저 사람 ‘1박2일’나영석PD야!”
아는 체하는 사람들에게 수줍은 미소로 답하는 나영석PD는 이제 연예인보다 더 유명한 스타PD가 됐다. 길거리의 사람들조차 나영석 PD를 알아보게 만든 원동력은 바로 그가 연출하고 있는 KBS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이다. 지난 2007년 8월 첫선을 보인 뒤 20~40%대라는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 흥행신화를 써가고 있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 KBS‘1박2일’의 연출자가 바로 나영석PD다.
“솔직히 사람들이 알아보는 것이 부담스럽지만 그것이 바로 ‘1박2일’에 대한 사랑의 표현이라고 생각하면 감사할 뿐 이지요”라고 말하는 나영석 PD에게 서울 여의도 방송가를 강타하고 있는 스타 예능PD 스카웃 열풍과 이직제의에 대해 직접적으로 물었다. “스카웃 제의를 받기 받았지만 전 지금 맡고 있는 ‘1박2일’에 충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1박2일’은 많은 국민들께서 좋아해주시는 프로그램이기에 연출자로서 책임감이 커요”라는 나영석PD의 답은 역설적으로 나영석PD에게‘1박2일’의 존재의미가 얼마나 큰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5년째 방송되고 있는 ‘1박2일’은 몇 차례 포맷과 멤버 변화를 겪은 후 강호동 이승기 이수근 은지원 김종민 엄태웅 등 6명의 고정 멤버가 전국 각지를 찾아 여행하며 복불복 게임과 현지에서 벌어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을 중심으로 전개하는 ‘야생 여행 리얼버라이어티’를 표방하고 있다.
본격적인 여름도 오기 전에 이미 검게 그을린 나영석PD의 얼굴이 있었기에 수많은 시청자가 ‘1박2일’을 보며 웃음을 웃을 수 있었을 것이다.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 우리나라에 있네”에서부터 “정말 즐거운 웃음을 주기위해 너무 힘든 입수, 야외취침이나 밥을 먹지 못하네”“‘1박2일’은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진정한 국민 예능이다”라는 각가지 반응이 나오는 것은 강호동 등 연예인과 수많은 스태프 등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지만 그중에서 나영석PD의 열정과 노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답사와 제작 등으로 한달에 4~7일은 여행지에서 지내고 그리고 편집 등으로 회사에서 밤을 새는 날이 적지 않아요. 그런데 힘들다는 생각을 한번도 하지 않았어요. ‘1박2일’을 만드는 것이 제일이고 그 일을 잘하고 싶어요.”
‘1박2일’이 30~40%의 상상을 초월한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전국민의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기를 얻는 비결은 멤버들의 뛰어난 예능감, 진화된 캐릭터 설정, 흥미로운 관계설정과 매번 다른 여행지를 돌며 매회 다른 내용과 의외의 상황을 연출해 늘 신선감을 수혈한 것, 복불복 게임에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할뿐만 아니라 벌칙의 강도를 더 세게 해 시청자의 몰입도를 높인 점, 여행지에 대한 주제의식의 부각과 함께 스토리화해 시청자들에게 강렬한 인상과 의미, 감동을 남긴 것, 제7의 멤버로 활약하고 일반인들의 프로그램에 직간접적인 참여로 초래되는 의외적인 재미와 날것(야생)의 배가 등 여러 가지가 있다.
나영석PD는 “‘1박2일’ 포맷 자체가 온가족이 즐겁게 볼 수 있는 것이고 운 좋게 프로그램이 자극적이지 않고도 눈길을 끌 수 있는 점과 무엇보다 웃음의 코드가 쉬워 나이 드신분도 쉽게 웃을 수 있는 점이 ‘1박2일’의 강점이라고 생각해요. 나이 드신 제 아버지는 일부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이해하지 못해 웃지 못하는데 ‘1박2일’을 보실 때에는 편하게 웃으세요. 제작하면서 염두에 둬요. 나이 드신 어른들도 쉽게 웃을 수 있게 만들자고요”라며 힘주어 말한다.
방송 초반 열세를 극복하고 예능 프로그램의 전쟁이 상상을 불허할 정도로 치열한 상황에서 2008년부터 2011년 상반기까지 최고의 시청률을 기록한 ‘1박2일’도 어려운 상황이 있었을 것이다. 가장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을까. “‘1박2일’은 고정된 포맷이기 때문에 연예인 멤버들의 변화가 가장 힘들어요. 초반 역할을 많이 했던 지상렬씨가 개인사정으로 빠졌을 때가 큰 절망감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어요. 이후 김C, MC몽의 하차 등이 힘들었지요. 하지만 강호동씨 등 연예인들이 프로인데다 온몸을 던져 연예인들로 인해 속 썩거나 스트레스는 단 한번도 받지 않았어요. 이승기는 요리가 맛이 없는데 정말 혼신을 다해 요리를 해요. 이런 모습을 보면 큰 힘이 되지요.”
“연예인들이 정말 야외에서 자고 밥을 안 먹나요?”지나가는 시민 한사람이 나영석PD에게 돌발질문을 한다. 얼떨결에 “예”라고 답하는 나영석PD에게 연출이나 설정보다는 리얼리티(날것)의 진정성을 살리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느냐라는 질문을 던졌다.
“많은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 하는 것이 멤버들이 정말 야외에서 자고 밥을 먹지 않느냐라는 거에요. 방송에서 보여진 모습 그대로에요. 프로그램의 큰 틀은 있지만 여행지에서 벌어지는 상황이나 멤버들의 활약은 리얼 그 자체에요. 인위적인 설정으로 큰 웃음을 유도할 수 있지만 그것은 ‘1박2일’을 죽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멤버들도 그 점을 너무 잘 알기에 진정성 있는 리얼리티를 보여주려고 사생결단을 하지요.”
그동안 예능 프로그램 PD는 TV화면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화면 뒤에서 프로그램연출을 총괄해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 화면에 모습을 드러내며 눈길을 끄는 인기 PD들이 생겨났다. 그 첫손가락에 꼽히는 나영석PD는 ‘1박2일’에서 문제를 출제하는 것부터 강호동 등 멤버들과 함께 벌칙 등을 두고 기 싸움을 벌이는 등 멤버 아니 그 이상의 역할을 해 ‘제7멤버’로 불리며 시청자의 열렬한 환호를 받고 있다.
“문제를 내고 멤버들과 투닥투닥 다투는 실제 상황을 그대로 내보내니 시청자분들께서 너무 좋아해 본의 아니게 자주 등장하게 됐어요. ‘제7멤버’로 칭찬해주는 것은 과찬이에요”라는 나영석PD에게 요즘 이승기가 나PD 흉내를 내는데 몇 점이나 줄수 있냐고 물었다. “제 말투나 행동의 특성을 잘 잡아 저보다 더 저 같아요. 100점 이상 주고 싶어요.”
5년째 방송되고 있는‘1박2일’에서 수많은 지역과 장소, 여행지가 소개됐다. 수많은 곳을 다닌 나영석PD에게 가장 마음에 들거나 인상적인 한곳을 소개해달라고 하자 “대학때 제주도를 갔는데 그때 몰랐는데 프로그램 제작하면서 제주도를 몇 번 들렀는데 너무 좋은 거에요. 풍광부터 이색적이고 갈 때마다 새로운 의미로 다가와요. 이제 사람들이 ‘제주도 갈바에야 동남아가지’ 라는 말을 이해하지 못할 정도로 제주도의 매력에 빠졌어요. 아 그리고 풍광이 너무 아름다운 충남 보령의 외연도를 잊을 수 없어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1년 내내 전국 방방곡곡 여행을 다니며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는 그는 정작 가족과 함께 자주 여행을 못 간다고 했다. 휴가를 이용해 1년에 한번 가족여행을 떠나는 것이 전부란다. 대학 때 연극반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방송에 관심을 가졌고 ‘유머 1번지’‘칭찬합시다’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해 예능PD를 지원했다는 나영석PD는 ‘개그콘서트’처럼 코미디프로그램 연출자가 되고 싶었는데 버라이어티로 빠졌다고 했다.
“프로그램 개편철마다 연출 희망 프로그램을 적어내는데 코미디 프로그램을 1순위로 적어냈는데 안됐어요. 그러다 ‘1박2일’을 맡았어요. 코미디가 아닌 버라이어티가 팔자라 생각하고 너무 행복하게 작업을 하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나영석PD는 “앞으로는 요리와 관련된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고 싶어요. 재미가 있는 요리 프로그램요”라며 웃는다.
PD는 프로그램으로 말하고 평가받는다. 나영석PD는 전국민이 좋아하는‘1박2일’의 PD다. 더 이상 무슨 설명이 필요할까. 그런데 나영석PD는 거기에 유명 연예인을 능가하는 시청자의 인기마저 얻고 있다. 그래서 나영석PD는 “저는 행복한 연출자”라는 말을 거침없이 한다. 다시 지나가는 사람이 다가와 악수를 청한다. 볼그레해진 나영석PD가 따스하게 손을 내민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정말 나영석PD는 행복한 연출자라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신호등에 기고한 글을 일부 수정한 글입니다)
['1박2일'을 맡아 너무 행복하다는 나영석PD. 사진=송일섭기자 andlyu@mydaily.co.kr]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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