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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배국남 대중문화전문기자] “저의 상황이 얼마나 어렵고 열악한지 모든 국민들이 알아주셨으면 했다. 저같은 이런 희생자가 다시는 생기면 안 된다고 저는 굳게 믿는다. 다른 관계자들과 많은 분들께 피해를 주고 어려움을 준 것에 대해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렇지 않고서는 절대로 개선되지 않을 이런 상황 때문에 저는 제가 옳은 일을 했다고 믿고 싶다. 저도 엄청난 두려움과 스트레스 속에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됐다.”
촬영 거부로 드라마를 불방 시키는 초유의 사건을 일으킨 KBS 월화드라마‘스파이 명월’의 여자 주연 한예슬이 17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에서 수많은 취재진 앞에서 한 말입니다.
한예슬이 울먹이며 하는 말을 들으면서 떠오른 두 사람의 연기자가 있습니다. 바로 이순재와 문근영입니다. 이순재 문근영 한예슬의 공통점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를 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들의 드라마 제작환경 개혁과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에 대한 동료 연기자와 스태프 그리고 시청자의 반응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1998년 드라마 촬영장에서 처음 만난 중견 연기자 이순재는 첫 일성이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과 사전제작제 정착이었습니다. “물리적 환경 자체가 힘들었던 방송 초창기는 이해할 수 있지만 크게 발전한 상황에서도 드라마 제작환경은 개선이 되지 않아요. 당일치기식 제작방식은 연기자 스태프를 힘들게 할뿐만 아니라 드라마의 질을 추락시키는 주범입니다.”
그리고 이순재는 10여년 넘게 공식적 비공식적 자리에서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위한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냈습니다. 그리고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에 대한 제도적 법적 개선을 위한 노력도 기울였습니다.
한예슬 사건으로 방송연예계가 한창 시끄럽던 16일에도 이순재는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언급을 했습니다. 한예슬의 촬영펑크에 대한 비판을 한 뒤 이순재는 “이런 문제(한예슬사건)가 왜 생겼냐 여기에도 관심 가져야 한다. 드라마 제작 현장이 이번 주에 찍어서 다음주에 방송하거나 오늘 찍어 내일 방송하는 경우도 있다. 배우들이 초인적으로 해야한다. 이건 문제점이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은 개선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습니다.
“단순히 시청률로 평가 받는 현실 속에서, 드라마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열악합니다. 드라마를 마음껏 만들 수 있도록 방송국과 제작사 측의 개선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나 또한 연기에 최선을 다 할 테니 드라마의 제작 과정을 개선해주십시오.”
2010년 12월 31일 열린 2010 KBS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신데렐라 언니’와 ‘매리는 외박중’으로 최우수 연기상을 받고 문근영은 시청률 지상주의와 열악한 방송사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절박한 호소를 했습니다.
이순재 문근영 한예슬, 3인의 스타 연기자들은 이처럼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하지만 이들의 목소리에 반응은 많은 차이가 납니다. 이순재와 문근영의 요구에 동료 연기자와 스태프 그리고 시청자들이 공감하며 용기 있는 주장에 박수를 보내고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반면 한예슬의 문제제기의 목소리에 대한 반응은 냉소와 비난이 적지 않습니다.
똑같은 주장을 했는데도 3인의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의 울림과 반응은 차이가 나는 것일까요. 두 가지의 개인적인 행태의 차이가 울림과 반응에 차이를 초래한 것입니다.
50여년 넘게 연기를 한 이순재는 최고 스타 연기자이면서 원로 연기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라마 촬영장에서 다른 연기자들보다 항상 먼저 도착해 연기준비를 하고 촬영시간 변경 등 특별대우를 요구하지 않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습니다. 그리고 우리시대의 최고의 연기력을 보이는 연기자임에도 작품마다 새로운 변신과 함께 사람들에게 공감과 감동을 주는 연기력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의 연기력으로 드라마의 완성도는 한층 더 높아집니다.
문근영 역시 아역 연기자로 출발해 인기가 높은 스타 연기자로 비상을 했습니다. 그녀는 인기가 높은 연기자이고 주연이지만 열악한 드라마 제작환경에서도 촬영시간에 미리 나와 준비하는 성실한 연기자로 선배, 동료 연기자들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또한 젊은 연기자 문근영의 연기력은 SBS 연기대상, KBS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할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반면 한예슬은 어떤가요. 이번 사건에서도 드러났듯 지각 등 불성실한 촬영태도를 비롯한 스타 권력화의 병폐를 일부 드러내 동료 연기자나 스태프들에 비판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연예계데뷔가 10년 가까이 됐는데도 여전히 부족한 연기력으로 늘 비판의 중심에 설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원인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번 ‘스파이 명월’에서도 빈곤한 연기력은 적지 않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한예슬의 태도와 문제 때문에 동료 연기자나 스태프 그리고 시청자들은 그녀의 정당한 문제제기에 진정성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뿐만 아니라 비난을 쏟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한예슬은 이제 문제점으로 지적됐던 연기자로서의 불성실한 태도와 부족한 연기력을 보완하고 개선하는데에 온힘을 기울여야할 것입니다.
[드라마 제작환경 개선을 요구한 3인의 스타 연기자, 이순재 문근영 한예슬. 사진=마이데일리 사진DB]
배국남 대중문화전문 기자 knba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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