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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대구에서 또 한 번 전설을 쓰겠다던 '라이트닝'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의 100m 레이스는 9초나 걸리지 않았다. 단 1초만에 탄식과 함께 끝나고 말았다. 웃통을 벗어던지며 안타까워 하는 볼트의 찌푸린 인상이 이번 대회 최고 스타의 하이라이트 필름이 얼마나 허무하게 끝났는지 잘 대변해 줬다.
28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2011년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남자 100m 결승. 이번 대회 최고 하이라이트의 주인공은 누구도 의심없이 볼트였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아사파 파월이 부상으로 낙마한 상황에서 볼트의 우승에는 이견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볼트의 우승을 가로막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는 바로 볼트 자신이었다. 올 시즌 아킬레스건 부상과 허리 통증에 시달리며 9초88이 시즌 최고 기록이었던 볼트는 대구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재기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과시할 필요성이 있었다. 1년 앞으로 성큼 다가온 2012년 런던올림픽 2연패의 기대치를 높이려면 금메달과 함께 그의 이름에 걸맞는 기록이 필요했다.
그러나 자신의 우승을 당연시하는 분위기와 2년 전 자신이 세운 세계기록(9초58) 경신에 대한 부담감이 결국 발목을 잡았다. 스타트가 유일한 약점으로 지적되는 볼트는 100m 결승에서 너무나도 확연한 부정출발로 트랙을 뛰어보지도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한국기록 보유자 김국영도, 영국의 베테랑 체임버스도 부정출발로 탈락했지만 누구도 볼트만큼 확연한 반칙은 아니었다. 김국영은 발이, 체임버스는 근육이 꿈틀거린 정도였으나 볼트는 느린 화면으로 재생해 볼 필요도 없이 다른 선수들보다 먼저 튀어나오는 게 뚜렷하게 보였다.
100m 우승자 요한 블레이크의 기록은 9초92. 파월도, 타이슨 게이도 없는 상황에서 볼트가 스타트에 대한 부담 없이도 여유있게 우승을 거머쥘 수 있는 실력차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세계신기록의 압박이 볼트가 달구벌에서 작성할 전설의 첫 페이지를 눈 앞에서 가로막고 말았다.
[김국영(왼쪽)과 우사인 볼트. 사진 = 대구 곽경훈 기자 kphoto@mydaily.co.kr]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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