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세호 인턴기자] 김경문 전 두산 감독이 신생 구단 NC 다이노스의 초대 감독이 됐다. NC는 김 감독과 3년 14억원 계약을 맺으며 김 감독이 보여줬던 ‘화수분 야구’, 그리고 베이징 올림픽 9전 전승 우승을 달성한 ‘챔피언 스피릿’에 기대를 걸었다.
이로써 김 감독은 지난 6월 13일 자진사퇴 이후 3개월도 안 돼서 다시 지휘봉을 잡게 됐다. 김 감독은 두산을 맡은 2004년부터 2010년까지 7년 연속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고 세 번의 한국시리즈 진출을 달성했다. 2008년에는 대표팀 감독에 올라 최초로 올림픽 야구 금메달의 영광을 누렸다.
김 감독은 자신과 자신의 선수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지닌 ‘외유내강’형 리더임과 동시에 언제나 먼 곳을 바라볼 줄 아는 ‘미래지향’적 리더이다.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큰 틀에서 과감한 야구를 펼친다. 그렇게 김 감독이 지닌 천부적인 역량은 ‘화수분 야구’ 신화를 만들었다.
△‘화수분 야구’ 무명선수를 슈퍼스타로
2004년 김 감독의 부임 첫 해부터 두산은 7위에서 3위로 수직 상승했고 2005년에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초보 감독이 흔히 겪는 시행착오는 좀처럼 볼 수 없었고 끈끈한 팀워크를 중심으로 한 과감한 야구로 성공가도를 달렸다.
“내년에는 또 누구를 키워 전력 손실을 메울지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걱정은 안한다. 분명히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선수가 나와 필요한 역할을 해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2005년 한국시리즈 패권을 삼성에 내준 후 마무리 훈련에서 밝힌 김 감독의 마음은 ‘화수분 야구’의 시작을 뜻했다. 2006년을 기점으로 두산에는 그야말로 매년 드라마 같은 일이 벌어졌고 팬들은 이에 흥분했다.
그저 2군에서만 천재 내야수로 불렸던 선수가 국가대표 2루수 됐고 방출 선수는 리그를 대표하는 리드오프로 자리했다. 무릎 수술 후 포지션을 잃고 방황했던, 잠재력만 인정받았던 거포는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후 1루수 골든글러브까지 수상했다.
2007시즌 초반부터 3번타자로 전격 기용되며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던 무명 선수는 현재 리그 최고의 좌타자 중 한 명이다. 그저 쏠쏠한 멀티 내야수로만 보였던 이는 올 시즌 도루부분 1위를 달리고 있다.
‘화수분 야구’로 인해 두산은 자연스럽게 강팀으로 자리했고 시즌이 끝나면 두산 선수들은 골든글러브를 수상하고 국가대표팀에 합류했다. 그리고 새 시즌이 시작될 때면 사람들은 김 감독의 새로운 화수분을 기다렸다.
△연이은 우승 실패…화수분 야구의 한계?
물론 김 감독이 모든 이를 슈퍼스타로 키워내는 마이더스의 손을 지닌 것은 아니었다. 2005년 한국시리즈 4차전 분위기 전환용으로 내세웠던 발빠른 1번 타자는 야구 외적인 일로 그라운드를 떠났다. 신인시절부터 좌타 거포로 주목 받았던 한 선수는 김 감독으로부터 꾸준한 관심을 받았지만 최근에는 1군 무대에서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보다 7년의 부임기간 동안 단 한명의 선발투수도 키워내지 못한 것은 팀에 치명적으로 작용했다. 어쩌면 매년 기대 이상의 호성적을 거둔 것이 김 감독을 조급하게 만들었고 결국 인내를 가지고 키워야하는 선발투수보다는 급히 써먹을 수 있는 불펜투수를 양산한 결과를 낳았을 수도 있다.
실제로 매년 우승 문턱에서 좌절하면서 김 감독의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는 날로 커져만 갔다. 인터뷰에선 “우승을 의식하지 않으려 한다”고 강조했지만 항상 두산은 정상을 눈앞에 두고 쓸쓸하게 퇴장하곤 했다.
특히 올 시즌 전 미디어 데이에서 김 감독은 “그동안 팬들과의 약속을 못지켰다. 선수단, 스태프들과 함께 결과로 이야기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고 주축 선수들도 군입대를 미루면서까지 우승에 대한 진념을 불태웠다. 많은 이들이 ‘우승후보 0순위’로 두산을 꼽기도 했다. 그야말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두산은 5월부터 한없이 추락했고 이는 김 감독의 자진사퇴로 이어지고 말았다.
△부담보다는 여유를 갖고 임하는 김경문 감독의 새로운 도전
너무 이른 복귀일 수 있다. 그동안 김 감독의 야구에 환호했던 팬들은 복귀에 대한 반가움보다는 당황스러움이 더 크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자진사퇴 후 3개월이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다시 사령탑에 앉은 것은 30년 프로야구 역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사건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정황을 살펴보면 김 감독과 NC 모두 현명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NC는 신생팀이다. 내년에는 퓨쳐스리그에서 시즌을 보내지만 2013년부터 1군 무대에 뛰어들게 된다. 18개월 후면 쟁쟁한 1군 선수들과의 피터지는 경쟁을 치러야하는 처지다.
NC는 신인 지명을 통해 17명의 선수를 뽑았고 전역을 앞둔 상무와 경찰청 소속 선수, 그리고 트라이아웃을 통해 올해 안으로 50여명 규모의 선수단을 구성할 예정이다. 이후 NC는 8개 구단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된 선수들과 FA 영입으로 1군 수준의 선수를 수급할 수 있다.
물론 이는 인원수를 맞추는 수준에 그친다. 현실적으로 1군급 선수들로 한 경기 규정인원인 26명을 채우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국 초기 NC는 전력 면에서 8개 구단과 상당한 격차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오히려 그동안 우승에 대한 스트레스를 받아온 김 감독의 입장에서도, 그리고 대부분의 선수들을 새로 키워내야만 하는 NC 구단의 입장에서도 ‘윈윈’으로 작용할 확률이 높다. 김 감독은 당장 내년 2군 무대부터 성적에 대한 부담 없이 두산 감독 시절보다 적극적으로 ‘화수분 야구’를 펼칠 것이다.
NC의 신인선수들은 타 팀 신인에 비해 더 많은 기회를 제공받을 것이며 김 감독의 지도력까지 더해져 무서운 신예로 성장할 수 있다. 방출 혹은 보호선수 명단에 포함되지 못한 기존 구단의 선수들도 김 감독 밑에서 또 다른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자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NC가 순식간에 큰 성과를 거둘 확률은 극히 낮다. 그러나 김 감독에겐 3년의 시간이 있다. 따라서 ‘미래지향’적 리더인 김 감독의 초점도 3년으로 맞춰질 것이다. 김 감독이 NC에서 만들어갈 새로운 신화를 기대해본다.
[김경문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DB]
윤세호 기자 drjose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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