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와 롯데의 경기. 3연패에 빠져 있던 LG는 가을 야구에 대한 희망을 잇기 위해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였다.
그러나 LG는 1회초 1점을 먼저 내주고 출발했고 5회말까지 득점을 올리지 못하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6회말 1사 2,3루 찬스에서 김태완의 유격수 땅볼 아웃 때 3루주자 윤진호가 득점, 1-1 동점을 이룬 LG는 7회말 선두타자 이택근이 좌익선상 2루타로 찬스를 열었다.
무사 2루. 타석에 들어선 선수는 박경수였다. 박경수는 '당연히' 번트 모션을 취했다. 롯데 내야진 역시 100% 번트를 댈 것이라 예상했고 3루수 황재균은 투구와 동시에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때였다. 박경수는 번트 모션을 접고 강공으로 전환했고 박경수의 타구는 3루 쪽을 넘어 좌측 외야로 굴러 나갔다. 황재균은 달려 나오고 있어 타구를 잡을 수 없었고 결국 그 사이 2루주자 이택근이 홈을 밟아 2-1 역전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 작전이 상대의 허를 찌른 것은 승리에 목마른 LG의 상황도 투영돼 있었다.
LG가 6회말에도 1사 2,3루 상황에서 김태완이 초구부터 스퀴즈 번트를 시도했을 정도로 '급한 움직임'을 보였기 때문에 상대로서는 희생번트 시도를 당연히 여길 수밖에 없었다.
박경수는 번트 모션 후 강공 작전 성공에 대해 "상대 유격수가 3루로 가는 등 수비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쳤는데 운이 좋았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박경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추가 득점의 주인공이 됐다. 박용택의 우전 안타로 이어진 1사 1,3루 찬스에서 이병규(24번)가 볼넷을 골랐다. 이때 마침 박용택의 대주자로 나선 1루주자 오지환이 2루를 향해 전력질주를 했고 포수 강민호가 2루에 공을 던지자 3루주자 박경수가 홈으로 대쉬했다. 유격수 문규현은 강민호의 송구를 받아 곧바로 홈에 공을 뿌렸지만 결과는 세이프였다.
사실 타자의 볼넷으로 1루주자는 2루에 자동 진루하는 상황이라 강민호가 2루에 송구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주자의 움직임에 순간적으로 2루에 공을 뿌렸고 그 사이 3루주자가 홈플레이트를 파고 들 수 있었다. 역전에 추가 득점까지 뽑아낸 LG는 3-1 2점차 리드를 지키며 승리할 수 있었다.
작전을 연달아 성공 시킨 박경수는 "더블 스틸 작전이 걸린 상황이었고 작전대로 따랐는데 결과가 좋았다"라고 밝혔다.
공식 기록으로는 박경수에게 도루 1개가 주어졌다. 그러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집계하는 단독 홈 스틸에는 기록되지 않는다. 단독 홈 스틸은 투수가 투구할 때 홈으로 뛰어 들어서 성공했을 때만 인정되기 때문에 상대의 송구를 이용해서 홈에 들어온 박경수의 경우엔 단독 홈 스틸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이다.
기록에 등재되지 않는 특이한 상황 자체가 작전의 짜릿함을 배가시키게 됐다. LG의 벼랑 끝 전술이 앞으로는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하다.
[박경수가 4일 잠실 롯데전에서 슬라이딩으로 홈으로 파고 들고 있다. 사진 = 잠실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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