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부산 김하진 기자] 2위를 확정지은 다음날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 홍성흔의 표정은 한결 여유로웠다.
5일 한화전을 앞두고 홍성흔은 취재진들 앞에서 "내가 5타점 쳤는데 왜 아무도 몰라주나. 그 경기의 결승타를 친 게 난데 그게 제일 중요한 것이 아니냐"며 웃음을 자아냈다.
사실 전날 경기에서 가장 바빴던 것은 홍성흔이었다. 본인의 말을 빌리자면 타석에 나서랴, 중간중간 SK 경기 결과 보러 다니느랴, 덕아웃에서는 팀 파이팅을 외치랴 한번에 여러가지 일을 하느라 바빴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홍성흔은 "말은 안 했지만 2위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다"고 전했다. 전날 경기 전 가진 미팅에서만해도 팀원들에게 "잘하려고 하지 말고 이기려고 하지 말고 자신의 일만 잘 하자. 순위는 관계 없다"며 애써 편히 경기에 임해보려고 했지만 속앓이가 심했던 것이다.
이어 홍성흔은 자신과 함께 팀 분위기를 잡아 준 조성환과 임경완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것은 물론 자신을 따라준 후배들에게도 고맙다고 전했다. 또한 홍성흔은 "감독님과 코칭스태프의 도움도 컸다. 성적은 외적인 것에 많이 좌우되기 때문이다"라며 모든 것들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하느라 바빴다.
주장을 맡게 된 올시즌을 찬찬히 되돌이켜본 홍성흔은 "내가 시즌 초반 너무 다그쳤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캠프 때부터 선수들이 잘못하면 지적하면서 욕도 많이 하고 했다"고 전했다. 때문에 롯데가 올시즌 초 부진에 빠지자 '너무 혼내서 애들이 못하는 것인가'라는 깊은 고뇌에 빠지기도 했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홍성흔은 5월에 주장 자리를 내놓을 생각까지 했다. 하지만 양승호 감독의 말을 들으니 자신이 마냥 힘들어할 수는 없었다. 홍성흔은 "감독님께서 올스타전까지라도 감독직을 해봐야 할 것이 아니냐고 하시더라. 그래서 있지도 않은 점쟁이를 만들어서 6월부터 잘 풀릴 것이라고 말씀드린 적도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홍성흔은 힘들 때마다 양준혁, 이숭용 등 선배들의 마인드를 떠올려봤다고 하면서 "어린 선수들은 지금 놀고 싶고 혈기 왕성할 때다. 하지만 선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자신을 위해 몸을 아끼는 것도 좋다. 그래서 황재균이가 고원준 같은 어린 선수들을 혼내는 것도 그 이유였다"고 설명했다.
시즌 중반에 접어들면서 홍성흔이 그간 해왔던 '군기반장' 역할을 이대호가 대신하게 됐다. 홍성흔은 "이대호가 후배들을 혼내면서 본인의 성적도 좋아지기 시작했다. 자신이 잘해야 선배 노릇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 다른 사람들에게 대우를 잘하니까 나도 똑같이 받게 되는 것이다"라며 선배로서 가져야할 마음가짐에 대해서도 말했다.
2위가 확정되자 이날 경기에 앞서 아침 8시반에 저절로 눈을 떴다는 홍성흔은 딸 화리를 유치원에 데려다 주는 등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도 들었다. 홍성흔은 "우리 선수들이 포스트시즌 같은 큰 경기에서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생각이 들더라. 그래서 플레이오프전까지 선수들에게 어떤 것이 도움이 될 지 정리해보겠다"며 주장으로서 단 한시도 팀에 대한 생각을 놓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홍성흔은 롯데를 재수생에 빗대 "롯데가 포스트시즌 4수생인데 이제 합격할 때가 되지 않았나"며 더 큰 목표를 노려보겠다는 다짐을 했다.
[롯데 홍성흔. 사진 = 마이데일리DB]
김하진 기자 hajin07@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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