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유정 기자] KIA 타이거즈 윤석민이 2011 시즌 트리플 크라운(방어율·다승·탈삼진)을 포함 승률 부문 1위를 수성하며 4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일찍이 각 부문에서 경쟁자들을 따돌리며 최고의 주가를 달린 그는 올 시즌 27경기 등판해 17승 5패 1세이브 178탈삼진 2.45의 평균 자책점을 기록했다. 윤석민이 트리플 크라운과 더불어 승률 부문 1위를 차치하며 1991년 해태 타이거즈 선동열 이후 20년 만에 투수 4관왕 타이틀 획득을 이뤘다.
윤석민은 "이제 에이스라는 칭호가 부끄럽지 않다. 정말 에이스가 된 기분"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그가 이런 타이틀을 차지하기까지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은 시간들의 연속이었다. 시즌 전반기 18경기서 12승 2패 1세이브 2.53의 평균 자책점, .857의 승률을 자랑하던 그는 8월에 들어 잠시 주춤한 모습을 보였다.
윤석민은 "전반기에는 경기가 술술 잘 풀렸다. 그러다 8월에 들어 체력적인 문제로 힘들었다"며 "확실히 후반기에 들어 체력소모가 많았다. 사실 경기는 집중력만 가지고 하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컨디션과 집중력을 지니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체력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체력이 약해지니까 마운드 위에서의 집중력도 떨어졌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시즌 초창기에 직구와 슬라이더 위주로 많이 구사하다 보니 나중에는 공이 타자들의 눈에 익어 후반기에 커브와 체인지업의 사용빈도를 높였다"며 "8월에 들어 안타를 많이 허용하게 된 것도 손에 많이 익지 않은 구종들을 사용하려고 하면서다. 타자들도 내 공에 무조건 배트를 가져다 대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인지 단타를 많이 허용했다"고 덧붙였다.
후반기 어려움을 겪인 했지만 그는 시즌 끝까지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4개 부문 타이틀 획득에 영예를 안았다. 윤석민은 "방어율 타이틀에 대한 욕심이 있었고, 가장 갖고 싶었다. 다승왕은 운이 따라줘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삼진을 많이 잡을 수 있었던 것은 타자들을 맞추어 잡으려는 피칭을 하면서 승부를 빠르고 공격적으로 가져갔던 것이 결정적 이었다. 승률은 다른 선수들은 낮았던 덕분에 내가 차지 할 수 있었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사실 윤석민은 지난 시즌 몸에 맞는 볼로 인해 많은 고충을 겪었다. 작년 8월 15일 광주 롯데전에서 홍성흔의 왼쪽 손등에 공을 맞혀 골절상을 입게 해 사실상 그를 시즌 아웃시켰다. 또 같은 달 24일 사직 롯데전 9회말 2사 타석에 오른 조성환의 헬멧에 공을 맞혀 조성환이 어지러움을 호소, 병원 정밀 검사 결과 뇌진탕 판단을 받은바 있다.
분명 빈볼성은 아니었지만 성난 일부관중들이 경기장에 물병과 오물을 투척해 7분간 경기가 중단됐고, 윤석민의 고개 숙인 사과에도 관중들은 "내려가라"며 비난을 퍼부었다.
이날의 상처때문인지 몰라도 그는 올해 마운드 위에서 몸 쪽 승부에 대해 상당히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윤석민은 "작년 사구 사건 이후에 몸 쪽 승부에 대해서 의식을 하는 건 맞다"며 "그렇다고 두려움이나 상처 같은 건 없다. 공이 손을 떠난 순간 잠시 '흠짓' 하지만 그뿐이다. 포수의 사인이 나면 또 던진다"라고 씩씩하게 대답했다.
윤석민이 상대 타자들을 상대로 많은 삼진을 빼앗고, 적은 안타를 허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뛰어난 구질 덕분이다.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고속 슬라이더'는 타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로 완벽한 구종이다. 여기에 올 시즌 잡아낸 삼진 가운데 50%의 비중을 차지하는 최고 구속 153km짜리 빠른 직구가 있어 그는 최고의 투수라는 평가를 받는다.
윤석민은 "나는 각 구종마다 조금씩 다른 밸런스를 가져간다"며 "겉으로 보기에는 차이점을 느끼지 못하겠지만 내 스스로 느끼면서 조절하는 것이다. 슬라이더, 직구, 체인지업 모두 다른 느낌과 다른 밸런스로 공을 던진다"라고 전하며, 자세한 내용에 대해선 "영업상 비밀"이라는 말로 함구했다.
윤석민에게 올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마운드 위에서의 명승부가 아니다.
"언제인지 날짜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광주 전체에 비가 오는데 무등구장 하늘만 정말 거짓말처럼 동그랗게 맑더라. 어처구니가 없는 건 둘째 치고 정말 황당했다"며 "어쩜 신기하게도 이리저리 비를 잘 피해 다녔는지 모르겠다"라고 웃어 보였다.
실제로 KIA는 '움직이는 돔구장'이라고 불릴 만큼 비를 피해 다니며, 8개 구단 중 우천 연기 경기가 가장 적었다.
또 윤석민은 "올 시즌 15승만을 생각했다. 예상한 승수를 쌓았고 더불어 여러 타이틀을 함께 얻게 돼서 무척 기쁘다. 4관왕과 더불어 시즌 MVP도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 내가 경기에 나가면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을 줄 수 있도록 스스로의 가치를 높이겠다"라는 말을 전했다.
지난 시즌 아픔 뒤 올 시즌 최고의 한해를 보낸 그를 보니 '고난이 클수록 더 큰 영광이 찾아 온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걸어온 날 보다 나아가야할 날들이 많은 윤석민의 앞길에 영광만이 가득하길 바래본다.
[위 KIA 윤석민 4관왕을 상징하는 별·아래 윤석민 투구, 사진 = 마이데일리 DB]
김유정 kyj765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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