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연예
[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무한도전'이 이번에는 'TV전쟁'으로 시청자들에게 메시지를 던졌다.
'무한도전'의 'TV전쟁' 편은 유재석TV, 박명수TV, 정준하TV, 정형돈TV, 노홍철TV, 하하TV, 길TV 등 일곱 개 채널이 서로가 먹고 먹히는 '꼬리잡기' 형태로 시작됐다.
자신의 방송분량을 확보하기 위해 다른 채널을 잡아야하는 모습은 곧 종합편성 채널이 개국되며 시작될 채널간 'TV전쟁'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또 유재석TV와 하하TV, 두 채널만 남은 상황에서 1시간 동안 진행된 생방송 미션은 시청자를 확보하기 위한 과도한 경쟁을 유도했다.
유재석TV는 '개국 축하쇼', '무한 뉴스', '고통의 달인', '현장급습', '반쪽 메이크업', '짝' 시리즈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준비했지만, 하하TV는 프로그램 기획보다는 톱스타 섭외에 심혈을 기울였고, 결국 송중기와 써니를 섭외했다. 하하TV의 기획은 개국을 앞두고 톱스타 섭외에 집중하는 종편 채널의 모습과 닮아있었다.
이 때까지만 해도 유재석TV는 하하TV 보다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승부하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그러나 막상 생방송에 돌입하자 유재석TV도 시청률을 잡기 위한 소재에 집중할 수 밖에 없었다. 제한된 시간과 언제든 바뀔 수 있는 시청자들의 채널 선택때문에 출연자의 속내를 들어보는 순간은 중요하지 않았다.
지루하다 느껴지는 부분은 빨리 잘라냈고, 정준하의 뺨을 때리는 '짝' 시리즈로 자극적인 장면을 송출했다. 그러자 하하TV도 이에 질새라 길의 '금강불괴'로 폭력성을 강조한 프로그램을 내보냈다.
또 하하TV에서 써니가 출연하며 시청자들이 이동하자 유재석TV도 프로그램의 다양성과 질보다는 정신 없이 쏟아지는 노래와 춤 등으로 TV화면을 채우기 시작했다. 급기야 상대 채널에 등장했던 써니를 자신의 채널에 출연시키는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톱스타의 위력을 유재석TV도 실감한 것이다.
그나마 유재석TV가 공감을 샀던 부분은 '수능송'을 만들어 시청자들과 함께 노래를 부르고 율동을 따라하고, 시청자들을 스튜디오에 불러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하는 등 소통하는 부분이었다.
소통의 중요성이 강조된 장면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애초에 유재석TV에는 하하TV에 없는 독보적인 국민MC 유재석이 있었다. 유재석이란 이름의 가치가 시청자들을 더 끌어들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었다. 왜 종편 채널들이 앞다퉈 유재석을 데려가려했는지 이번 유재석TV의 승리에서 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유재석TV가 승리하며 다른 모든 채널이 사라졌다는 점이다. 유재석TV는 살아남은 후 전세계로 뻗어갔지만 다른 채널은 저 멀리 사라졌다. 이제 곧 시작될 현실 속 TV전쟁의 결과와 다름 없어 보였다.
모든 채널들이 마지막 승자가 되기 위해 시청자들을 두고 치열한 전쟁을 펼칠 것이고, 최후의 1인이 되기 위해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내용을 쏟아낼 것이다. 앞으로 펼쳐질 현실의 TV전쟁이 심각히 우려되지만, 유재석 TV에서 보여준 작은 희망, 시청자와의 소통만은 남아있길 기대한다.
[사진 = MBC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