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우리나라 프로야구는 감독의 비중이 어느 리그보다 높다. 때문에 감독들은 왠만한 선수들보다 많은 연봉을 받으며 스포트라이트 역시 스타급 선수 부럽지 않다. 반면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는 많은 팬들이 알고 있다시피 선수 중심의 야구를 한다. 감독들의 연봉이 선수들보다 낮은 경우를 수없이 볼 수 있다.
그리고 또 다른 하나. 우리나라 프로야구에는 '최우수 감독상', 메이저리그에는 '올해의 감독상'이라는 비슷한 개념의 상이 있다. 하지만 뽑는 방법은 전혀 다르다. '최우수 감독상'이 기록에 의거해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에게 주는 반면, '올해의 감독상'은 MVP, 실버슬러거상 등과 마찬가지로 투표로 뽑는다.
▲ KS 직후 자동 결정 vs 5할 승률 아래 감독
올해 메이저리그 올해의 감독상 수상자는 탬파베이 조 매든 감독(아메리칸리그)과 애리조나 커크 깁슨(내셔널리그) 감독이다. 두 감독 모두 91승 71패와 94승 68패라는 뛰어난 성적을 올렸지만 리그 전체 승률 1위는 아니었다. 탬파베이의 경우 디비전 1위도 아닌 와일드카드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올해의 감독상은 매든의 몫이었다.
2006년에는 포스트시즌도 진출하지 못했으며 5할 승률도 올리지 못한 감독이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조 지라디 감독이 그 주인공이다. 그 해 플로리다에서 감독 데뷔를 한 지라디는 최하위가 예상되던 팀을 와일드카드 경쟁까지 시키며 올해의 감독이 됐다. 결국 플로리다는 예상 밖의 선전에도 불구하고 78승 84패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지만 지라디의 지도력만큼은 인정 받았다.
프로농구만 보더라도 감독상은 챔피언 결정전 우승팀과는 상관이 없다. 지난 두 시즌 감독상은 챔피언 결정전에 진출하지 못했던 KT 전창진 감독이 2년 연속 수상했으며 99~00시즌에는 22승 23패로 4위에 머문 원주 삼보(현 동부) 최종규 감독이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반면 한국 프로야구의 '최우수 감독상'은 약간은 허무하게 정해진다. 한국시리즈 우승팀이 결정되면 우승팀 시상식에서 최우수 감독상 시상식도 함께 열린다.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최우수 감독'이다.
물론 올시즌만 본다면 이러한 방식이 아니더라도 삼성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류중일 감독의 수상 가능성이 제일 높았을 것이다. 초보 감독으로서 지난해 준우승팀을 이끈다는 부담감을 이겨내고 소속팀의 5년 만의 우승을 일궈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언제든지 우승팀 감독보다 더욱 빛나는 준우승팀이나 3위, 4위팀, 이를 넘어 5위팀 감독까지 나올 수 있기 마련이다.그러나 현재와 같은 규정이라면 '최우수 감독상'은 그들이 탈 가능성은 0%다.
또한 '최우수 감독상'의 문을 열어놓는다면 또 다른 이슈가 생긴다. 프로스포츠는 이슈가 많을 수록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다. 만약 최우수 감독상도 투표에 의해 정해진다면 최우수선수(MVP), 신인왕 경쟁 못지 않은 재미있는 레이스가 펼쳐질 수 있다.
최우수 감독이 언제나 우승팀 몫일 필요는 없다. 이제부터라도 '아름다운 2위', '아름다운 3위' 팀 감독이 최우수 감독상을 타는 모습을 보고 싶다.
[사진=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기뻐하고 있는 삼성 류중일 감독]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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