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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강지훈 기자] 박희태 국회의장은 지난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에 대해 "유구무언의 송구한 심정"이라며 "이번 사건을 뼈저리게 반성하면서 모든 책임은 제가 다 지고 가겠다"고 밝혔다.
박 의장은 돈봉투 사건과 관련해 13일 오전 국회에 사퇴서를 제출하고 오후 국회의장 접견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 같이 말하면서 "반세기 넘게 오로지 국가와 국리민복만을 위해 살아온 저의 명예가 무너지는 큰 아픔을 겪었다"며 "모든 것이 저의 부덕의 소치이며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을 비롯해 당시 저의 일을 도왔던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캠프에서 일한 사람은 모두 자원봉사자로 아무런 대가도 못 받고 더운 여름에 땀 흘리며 저를 위해 봉사한 분들"이라며 "김 전 정무수석은 정말 저 때문인 것 같아 너무 가슴이 아프다"고 덧붙였다.
또 "당시 캠프에 관여한 모든 사람들이 박희태를 위해 한 일이니, 저에게 책임을 묻고 그 분들에 대해서는 관대한 아량을 베풀어 달라. 제 작은 소망이 꼭 이뤄지길 바란다"며 "떠나는 마당에 누구를 탓하겠느냐. 모든 것은 제 탓"이라고 '창랑자취'(滄浪自取 칭찬이나 비난 모두 자기가 할 탓이라는 뜻)라는 고사성어를 인용했다.
그는 "전당대회는 일종의 집안잔치 분위기로, 약간 법의 범위를 벗어난 여러 관행이 있었던 게 사실이며, 많은 사람들을 한 곳에 모아야 하므로 다소 비용이 든 것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고, 관행이란 이름으로 그런 것이 진행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잘못된 관행을 과감하게 타파하고 고칠 제도는 고치고 개정할 법은 개정해 깨끗하고 한 점 오염되지 않은 정치풍토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며 "다시 한 번 용서를 구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 "국민과 국가만을 따르는 순민의 길을 묵묵히 걷겠다"고 밝힌 박 의장은 "지난달 18일 기자회견에서는 '모른다'고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그 때는 솔직히 몰랐다"며 "수사가 진행되고 귀국 이후 관계자들 얘기를 들으며 알게 됐고, 그래서 사의를 표명했다"고 답했다.
[사진 = 사퇴한 박희태 국회의장]
강지훈 기자 jhoon@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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