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오죽했으면, 이승호가 던지는 걸 TV로 봤다니까.”
롯데 양승호 감독의 속이 타들어 가고 있다. 롯데는 1일 끝난 시범경기서 최하위를 차지했다. 순위보다 더욱 뼈아픈 건, 마운드의 부진 및 공백이 너무나도 커보이기 때문이다. 양 감독은 1일 사직 SK전을 앞두고 “어제 밤에 야구 하이라이트 방송을 봤는데, 이승호가 던지는 2009년 한국시리즈를 다시 보여주더라. 그때처럼 지금도 그렇게 던지면 걱정이 없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현재 롯데 마운드에서 가장 뼈아픈 부분은 바로 FA 이적생 이승호의 부진이다. 이승호는 1일 경기서도 7회 구원 등판해 아웃카운트를 하나도 잡지 못한 채 결승 만루포를 맞고 쓸쓸히 마운드를 내려갔다. 양 감독은 “스트라이크를 못 넣는 게 가장 큰 문제다”라고 이승호의 현주소를 진단했다. 이어 “FA로 풀린 이후 훈련량이 적었다. 스프링캠프에서도 많은 훈련을 하지 못했다”라고 덧붙였다. 보통 FA로 풀린 선수들은 자연스럽게 마무리훈련에 참가하지 않는 편이다. 그때 충실히 훈련하지 못한 게 스프링캠프에서 영향을 미쳤고, 시범경기 부진까지 이어졌다는 게 양 감독의 분석이다.
롯데는 이미 정대현이 무릎 수술을 한 상태다. 정대현은 5월 말이나 늦을 경우 6월은 돼야 정상 합류 가능하다. 그러한 가운데 이승호마저 불안하다. 이렇다 보니 SK에 내준 임경완의 공백마저 느껴질 정도다. 김사율을 제외하면 확실한 불펜 투수가 없다. 양 감독도 “필승조가 없다. 투수들이 대부분 힘은 넘치는 데 노련미가 적은 편이다”라고 아쉬워했다.
여기에 강점인 줄 알았던 선발진도 시범경기서 불안함을 노출했다. 에이스 송승준이 3경기서 평균자책점 1.29로 안정감을 보였지만, 라이언 사도스키가 3경기서 6.75, 장원준의 공백을 메워야 할 쉐인 유먼이 2경기 5.00으로 부진했다. 여기에 고원준(6.30), 김수완(6.43), 진명호(7.71) 등이 나란히 부진했다. 양 감독은 “선발 투수들이 잘 던지다가도 한 이닝에 갑자기 무너지는 게 문제다”라고 분석한 뒤 “그래도 정규시즌에 돌입하면 제 몫을 해줄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그러나 시범경기서 송승준, 사도스키, 유먼, 고원준을 이을 5선발 찾기는 사실상 실패했다.
절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이번 시범경기서 롯데 마운드의 가장 큰 수확이라면 역시 '산체스' 김성호의 등장이다. 김성호는 약간 독특한 투구폼에 외모도 특이해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시범경기 성적도 괜찮았다. 5경기서 1세이브 평균자책점 2.45였다. 롯데는 김성호가 은근히 스타로 커주길 바라고 있다. 4일 미디어데이에도 김성호가 참가할 예정이다.
또한, 팔꿈치 수술과 공익근무요원 근무로 4년만에 마운드에 돌아온 최대성도 가능성을 보였다. 최대성은 지난달 31일과 1일 SK전서 연이어 선을 보였다. 31일 경기서 두 타자를 상대로 공 8개를 던지고 강판됐지만, 1일 경기서는 1⅓이닝동안 안타 1개를 내주면서 삼진은 2개를 잡았다. 더욱이 직구 최고 구속이 155km을 찍어 강속구 투수의 이미지를 재확인시켜줬다. 불펜이 불안한 롯데로썬 최대성의 성공적인 복귀가 더 없이 반갑다. 양 감독은 “최대성을 본격적으로 1군에서 쓸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롯데 마운드는 이렇듯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희망과 절망을 동시에 보여줬다. 선발진은 이름값 있는 선수들의 회복이 필요하고, 5선발 적임자가 나타나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 결국 불펜의 부담이 커질 것이다. 불펜에는 마무리 김사율과 강영식을 제외하면 아직 확실한 필승조가 없다. 이승호가 살아나야 하고 나머지 선수들이 십시일반의 힘을 보여줘야 한다. 양 감독은 “올 시즌에는 초반에 처진 뒤 중반부터 상승세를 타는 게 어려울 것이다. 만만한 팀이 없다. 초반부터 승수를 쌓아야 한다”고 말했다. 결국, 롯데는 마운드가 시즌 초반부터 받쳐줘야 한다. 그것만이 정답이다.
[이승호. 사진=롯데 자이언츠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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