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아시안게임은 몰라도 WBC는 전임 감독제를 해야 한다고 봐요.”
조심스러웠지만, 분명한 어조였다. 삼성 류중일 감독은 지금이라도 내년 일본과 미국에서 열리는 제3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이하 WBC)에서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대표팀을 맡는 관행을 깨고 전임감독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류 감독은 “미디어데이를 할 때 8개 구단 감독이 한 자리에서 식사를 했다. KBO 관계자도 왔다.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얘기가 오갔다”며 사실상의 감독자회의에서 WBC 사령탑 결정과 대회 준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류 감독과 KIA 선동열 감독 등 일부 감독들은 이 자리에서 전임 감독제에 대한 얘기를 슬그머니 꺼냈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냥 가자”라는 KBO의 말을 들었다고 한다. 즉,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다가오는 국제대회의 감독을 맡기는 관례를 유지하고 싶어하는 게 KBO의 분위기다.
아직 야구는 국가대표팀 전임 감독제가 실시되지 못하고 있다. 국가대표팀간 매치업이 비교적 적고, 올림픽이 정식종목에서 제외됐다. WBC와 아시안게임 외에는 대표팀이 국제대회에 나설 일은 없다. 우리나라는 대륙간컵이나 월드컵 대회의 경우 프로팀 1.5군급 위주로 선수단을 꾸리는 편이다. 결국 이런 상황에서 공식적으로 전임 감독을 지목할 경우, KBO가 매달 월봉을 지급해야 하는 등 금전적인 문제가 분명히 있다.
하지만 류 감독은 “대회가 3월이다. 그러면 시즌을 앞두고 2달간 자리를 비워야 하는데, 현직 감독이 할 경우 너무 부담스러울 것 같다. 어느 분이 되시든 현직 감독이 WBC 감독을 맡는 건 아닌 것 같다. 코치를 내줄 수는 있지만, 감독이 가는 건 좀…”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실제 8개 구단 관계자들도 말을 못할 뿐, 대부분 전임 감독제를 원하고 있다.
이어 류 감독은 구체적인 이유를 들었다. “4월이나 5월 중으로 WBC 대표팀이 소집될 장소와 스프링캠프 장소 등이 결정된다고 한다. 그리고 6월이나 7월에는 대표팀 1차 명단도 발표한다고 들었다”며 “예를 들어 국내 팀들이 스프링캠프를 위해 자주 찾는 일본 오키나와에 대표팀이 스프링캠프를 차리면 결국 어느 한 팀이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장소를 빌려줄 수 있지만, 장소 자체를 차지해버리면 그 팀은 어디서 훈련을 하나”라고 걱정했다. 이어 “기술위원회가 6월부터 선수를 선발하고, 시즌 후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사령탑을 맡는 건 결국 감독의 입맛에 맞는 코치와 선수를 선발할 수 없다는 뜻”이라고 덧붙였다.
류 감독의 말은 일리가 있다. 특히 기술위원회의 선수 선발 과정에서 감독이 원하는 선수를 뽑지 못하는 건 문제가 될 수도 있다. 물론 한국시리즈 후 감독이 결정되면, 그 감독이 최종 선수 선발에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면 된다. 하지만 1차 선발부터 면밀하게 신경을 쓰지 못하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전임감독제를 실시할 경우, 시즌 내내 선수들을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보고 선발할 수 있다.
더구나 현 상황에서 누가 대표팀 사령탑을 맡더라도 부담스럽다. 1,2회 대회에서 4강과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뒀기 때문에 3회 대회에서 잘해야 본전이라는 게 류 감독의 설명이다. 결국 그만큼 준비를 많이 해야 하는데 한국시리즈 우승팀 감독이 맡을 경우 그만큼 대회 준비 시간이 줄어든다, 누가 대표팀 감독이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시즌 중 8개 구단 감독이 WBC 대표 선수감을 체크할 여유는 없다.
이유가 분명하고, 일리가 있는 류 감독의 전임감독제 주장이다. 어쨌든 2012년 3월에 열리는 3회 WBC가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감독들에게 의견을 물어본 KBO도 단장회의, 기술위원회 가동 및 감독과 선수 선발, 훈련 장소와 일정 확정 등 하나하나 준비 작업에 들어갈 때가 됐다.
[WBC 감독에 대한 의견을 밝힌 류중일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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