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난 1999년 이후 13년만의 개막 3연패다.
삼성은 1999년 개막 3연전 시리즈서 한화에 3연패 스윕을 맛본 뒤 단 한 번도 개막 3연패를 당하지 않았다. 물론 개막 4연패는 아직 구단 역사상 단 한 번도 없었다. 12일 광주 KIA전서 패배한다면 치욕적인 새 역사를 쓰게 된다. 이승엽의 영입 속에 막강한 투타를 구축했다고 평가받은 삼성이 정작 정규시즌에 들어서자 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선수들의 컨디션이 저점에 있는 것인지, 이게 삼성의 본 전력인 것인지가 궁금하다.
▲ 상대 투수가 잘 던져서? 타자들 컨디션이 최저점?
3경기서 삼성의 팀 타율은 0.189로 최하위다. 3경기서 고작 5점을 뽑았다. 그런데 그 원인이 상대 투수가 잘 던져서인지, 타자들 컨디션 자체가 저하됐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타율이라는 건 결국 강력한 투수에게 안타를 치지 못하고, 나중에 B급 투수들에게 안타를 쳐서 올라가는 법이다. 그런데 삼성이 그간 상대한 투수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결코 만만치 않았다. 7일 개막전서 상대한 LG 주키치와 11일 KIA 윤석민은 분명 당일 '그분이 오셨다'급 투구를 했다. 원래 구위가 좋은 투수들인데다 당일 컨디션이 더 좋았다. 3경기 중 에이스만 2명을 만났다. 상대적으로 그들이 너무 잘 던졌다.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꼭 그렇게 치부할 문제는 아니다. 8일 LG 선발은 무명 좌완 이승우였다. 당시 이승우는 4⅔이닝 안타 5개에 사사구도 2개를 내줬었지만 삼진은 단 2개에 그칠 정도로 직구로 삼성 타자를 압박하는 맛은 덜했다. 그럼에도 삼성은 이승우를 효과적으로 공략하지 못했다. 정말 타자들 컨디션이 최저점일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그만큼 준비와 전략이 부족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개막 2연전서 왼손 표적 선발에 연이틀 무릎을 꿇으며 분위기가 더욱 가라앉았다.
▲ 이게 실체는 아니라는 증거, 안정된 투수력
삼성이 3연패를 당했다고 해서 치고 오르지 못할 것이라 보는 사람은 없다. 마운드가 안정됐기 때문이다. 삼성의 3경기 평균자책점은 3.42로 4위다. 개막전서 차우찬이 대량 실점했지만 이후 나온 투수들이 대부분 안정적인 투구를 했다. 8일 대구 LG전서 장원삼도 사실 7회까지 완벽한 투구를 했다. 11일 7이닝 무실점 8탈삼진을 기록한 윤성환은 두말할 것도 없다.
시범경기 막판 불안했던 불펜 투수들도 점점 컨디션을 끌어올리고 있다. 안지만은 11일 광주 KIA전 패전 투수로 기록됐지만 정현욱과 함께 들쭉날쭉한 컨디션을 털어내야 한다는 압박감 혹은 스트레스를 날려버린 듯하다. 마운드는 분명 핵심 투수들이 대부분 안정적인 모습으로 돌아서고 있다. 이날 권혁이 고작 1타자를 상대해 밀어내기 볼넷을 줬지만 그 결과만으로 권혁을 딱히 '안 좋다'라고 보기에도 무리가 있다.
마운드가 안정된 팀은 어지간해선 순위 싸움에서 뒤처지지 않는다. 타자들의 경우 사이클의 변동폭이 심하지만 투수들은 그렇지 않고 꾸준하게 기록을 남기는 게 결국 실력이다. 투수들이 안정된다면 타선이 터질 때에 맞춰 치고 올라가면 된다. 삼성도 개막 3연패를 당했지만 문제는 마운드가 아닌 타선이다. 삼성 타선이 어차피 아주 강한 편도 아니고, 타격감이 한번 씩 올라올 때 승수를 많이 챙긴다면 지금 문제는 그리 크게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전력상으로 볼 때 여전히 삼성은 8개 구단 최강이다.
일찍 맞는 매가 나을 수 있다. 어느 팀이든 긴 시즌을 치르며 위기와 기회가 번갈아 찾아온다. 삼성은 시즌 초반부터 위기가 찾아온 것이라고 보면 된다. 위기는 원인을 되짚어볼 수 있기에 반격의 희망을 안겨준다. 개막 3연패라는 것도 개막전부터 3연패라 유난히 돋보이는 감이 있다. 그 어떤 강팀도 시즌 중 3연패를 피해가는 경우는 없었다. 누구라도 당하는 3연패이지만 우승 후보라는 팀이 시즌 시작과 동시에 당했다는 게 눈에 띌 뿐이다. 개막 3연패나 시즌 중 3연패나 다를 게 없다. 오히려 타자들이 각성한다면, 팀 내 결속력과 응집력을 키울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 더구나 박한이를 제외하면 다친 선수도 없다. 언제든 반격 가능함을 뜻한다.
하지만 삼성이 득점 생산력이 높지 않다는 아킬레스건이 또다시 드러나면서 상대팀들에 반격의 빌미를 준 건 분명한 사실이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패배를 거듭하거나 분위기 반등을 하지 못할 경우 순위 싸움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현실적인 부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종이 한 장 차이인 각팀 전력 속에서 4월에 치고 오르지 못하면 삼성도 올 시즌 농사를 장담할 수 없다. 지난해 우승후보였으나 미끄러졌던 두산처럼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어떻게 보면 작금의 개막 3연패는 삼성이 처한 문제점을 냉혹하게 알려주는 경고등이다. 개막 3연패가 삼성의 실체는 아니지만 냉철한 반성이 필요할 때다.
[경기서 패배한 뒤 터벅터벅 걸어나오는 삼성 선수단(위)과 위기를 맞은 차우찬(아래)] 사진 = 한혁승 기자 hanph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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