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허정무 감독(57)이 인천 유나이티드를 떠났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그의 도전은 허무하게 끝이 났다.
허정무 감독은 11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광주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7라운드를 마친 뒤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사임을 발표했다. 그는 “갑작스럽게 발표를 하게 됐다. 마무리 짓지 못하고 떠나는 것에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감독으로서 성적 부진에 대한 책임을 느꼈다. 그동안 열심히 따라와 준 선수, 코치, 구단 관계자에게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밖에서도 열심히 응원 하겠다”며 인천과의 작별을 앞두고 마지막 말을 전했다.
2010년 남아공월드컵에서 한국의 첫 원정 16강을 이끈 허정무 감독은 그해 8월 인천의 지휘봉을 잡았다. 그러나 K리그 발전을 위해 시민구단이 살아야 한다며 당찬 포부를 밝혔던 그의 인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2011년 골키퍼 윤기원이 숨을 거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승부조작 파문에 휩싸였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단 고위층과의 갈등으로 인해 팀은 제자리걸음을 걸었고 급기야 지난 2월에는 임금체불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또한 인천 서포터즈는 허정무 감독을 향해 날선 비판을 숨기지 않았다. 한마디로 바람 잘 날이 없었다.
결과론적인 얘기지만 애당초 인천과 허정무 감독은 어울리지 않았다. 이는 양측의 엇갈리는 주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허정무 감독은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어수선한 팀 내 사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선수단 운영이 불가능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허정무 감독은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시장이 바뀌면 구단이 흔들린다. 독립적으로 구단이 운영되려면 기초공사가 잘 되어야 한다”며 시민구단의 불편한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물론 허정무 감독에 대한 비판도 따른다. 거액의 연봉을 비롯해 시민구단 중 가장 적극적인 지원을 해줬음에도 매번 구단 사정을 핑계로 기대이하의 성적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사퇴 기자회견에서도 허정무 감독은 “어려운 상황에서 너무 무리한 투자를 했던 것은 아니냐”는 질문을 받기도 했다. 이에 허정무 감독은 “제대로 알고 말해라. 어디서 그런 얘기를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모두 헛된 소문이다”며 상기된 목소리로 얼굴을 붉혔다.
국내 감독으로는 최초로 월드컵 16강에 오른 허정무 감독을 통해 명문 구단을 꿈꿨던 인천과 서울, 수원 못지않은 구단을 만들고자 했던 허정무 감독의 바람은 이처럼 서로간의 갈등 속에 빛을 보지 못했다. 누구의 잘잘못을 따지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단지 시민구단이 넘기 어려운 현실의 벽이 있었을 뿐이다. 이날 인천과 맞대결을 펼친 광주 최만희 감독의 발언이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는 “시민구단에선 축구에만 집중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며 씁쓸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선장을 잃은 인천은 당분간 김봉길 수석코치 체제로 팀을 운영할 계획이다. 인천 구단측은 장외룡 감독 내정설에 대해 “사실 무근이다. 아직 구체적으로 접촉한 사실이 없다”며 부인했다.
[인천 감독직에서 물러난 허정무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