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한 물 갔다고 평가 받으며 재계약에 실패한 로페즈, 메이저리거 꿈 못 이룬 마리오, 타자 변신을 시도하던 윤희상. 이들이 모여 최강 선발진을 꿈꾸고 있다. 비록 시즌 초반이기는 하지만 이들은 SK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 SK 선두 질주 원동력은 선발 마운드
프로야구 SK 와이번스는 16일 현재 6승 1패를 기록, 8개 구단 중 가장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원동력은 마운드다. 팀 타율은 .239로 6위에 머무르고 있지만 평균자책점은 1.86으로 다른 구단과 확연한 차이를 보이며 1위를 질주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놀라운 부분은 선발진이다. 불펜의 경우 정우람, 박희수를 필두로 8개 구단 최상급임을 예상했지만 선발진은 변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김광현, 송은범이 재활로 빠져 있는 상황에서 아퀼리노 로페즈를 제외하고는 국내 프로야구에서 풀타임 선발을 뛴 선수가 단 한 명도 없었다.
하지만 현재까지만 보면 미운오리새끼들이 화려한 백조로 변신했다. SK 선발진은 7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평균자책점 1.73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불펜진의 2.11보다도 좋은 성적이며 선발 평균자책점 2위인 롯데(3.07)와도 큰 격차를 보이고 있다. 팀의 6승 중 5승을 책임졌다.
윤희상은 2경기에 등판, 13이닝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으며 2승을 거뒀으며 새 외국인 투수 마리오 산티아고도 2경기 평균자책점이 단 0.75다. 어깨 뭉침 현상으로 인해 SK 데뷔전이 늦어졌던 로페즈도 첫 등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5선발 자리에 처음 들어선 임치영도 데뷔 첫 선발 등판에서 데뷔 첫 승을 거두는 기쁨을 누렸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이만수 감독의 가장 고민거리였던 선발 마운드다. 시범경기 중반까지 이 감독은 "선발 로테이션 구성과 4번 타자로 잠을 못 이루겠다"고 푸념하기도 했다. 하지만 4번 타자에서는 안치용이 중심을 잡고 있으며 선발 마운드는 어느새 이 감독의 복덩이가 됐다.
아직까지 7경기만을 치른 상황이기에 지나친 안심은 금물이지만 시즌 전 우려를 씻어냈다는 점만은 분명하다.
▲ 아쉬움과 아픔 잊고 실력으로 보여주다
로페즈, 마리오, 윤희상, 이영욱, 임치영. 지난 7경기에서 모습을 드러낸 SK 선발투수들이다. 이름값에서는 로페즈를 제외하고는 다른 팀에 밀리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로페즈 역시 3년동안 뛰었던 KIA에게 재계약 통보를 받지 못하고 SK에 둥지를 틀었다.
이렇듯 SK 선발진의 활약 속에는 '패자의 역습'이 있다. 로페즈는 새로운 KIA 코칭스태프에게 인정 받지 못한 채 떠밀리듯 다른 팀으로 옮겼으며 마리오는 올해 새롭게 모습을 드러낸 외국인 선수 중 유일하게 메이저리그 경력이 없다.
2004년 프로에 데뷔한 윤희상은 2010년까지 단 1승도 없었다. 지난 시즌 막판 맹활약하기도 했지만 반짝 활약이 아닌가 하는 의심의 눈초리가 계속 따라 다녔다. 또한 어깨 부상을 입은 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할 당시에는 타자로의 전향을 고려하기도 했다.
임치영 역시 대학교 4학년 때 갑작스레 부진의 늪에 빠지며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7라운드가 돼서야 SK 유니폼을 입었다. 임치영 본인 역시 "남들보다 일찍 실패를 맛본 것이 오히려 더 잘 된 것 같다. 이제는 그런 일이 없어야한다"라며 이를 악물고 있다. 위에서 언급한 4명 중 지난 시즌까지 국내 무대에서 30승 이상을 거둔 투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렇듯 각자의 아픔을 안고 올시즌을 맞은 이들은 어느덧 SK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야구는 실력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하고 있는 '패자의 역습'이다.
[왼쪽부터 임치영,마리오,윤희상,로페즈. 사진=SK 와이번스 제공,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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