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과연 이게 몇년만일까.
1일 대구구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삼성-두산전이 우천취소됐다. 오후 6시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는 경기 개시 시간인 6시 30분이 되자 더욱 거세게 내렸고, 결국 6시 41분에 취소 결정이 됐다. 삼성은 이날 8800표를 판 것으로 알려졌으니 우천 취소에 속이 쓰릴 만도 하다. 이미 입장한 팬들도 경기 취소가 못내 아쉬웠을 것이다. 물론 입장권을 지닌 팬들은 올 시즌 삼성 홈 경기 때 언제든지 표를 그날 것으로 교환하거나 환불 받을 수 있다.
어쨌든 돈 주고 입장한 관중은 허탕을 치고 돌아가야 하는 상황. 보통 이럴 경우 홈팀이 일종의 우천 세레모니를 한다. 일종의 팬 서비스다. 타자가 스윙을 하는 시늉을 한 뒤 1,2,3루를 돌아 홈 플레이트에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하는 게 대부분. 어차피 방수포가 깔려있으니 부상 위험도 없다.
물론 비 맞고 유니폼이 홀딱 젖을 선수는 당연히(?) 젊은 선수들이다. 이날 삼성의 경우 2년차 배영섭이 가장 먼저 우천 세레머니에 나섰다. 배영섭의 세레모니가 다소 건조했을까. 관중석에서는 “이승엽, 이승엽”을 외치는 소리가 크게 들렸다. 진갑용, 정현욱에 이어 팀내 ‘넘버3’ 이승엽이 이런 세레모니를 한다니, 사실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그러나 이승엽은 팬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결국 비 속으로 들어갔다. 1루, 2루를 돌지는 않았지만, 3루에서 도움닫기를 시작해 홈에서 멋지게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을 해 팬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아마도 이승엽이 이런 세레모니를 한 건 데뷔 후 처음이 아닌가 싶다. 고참이 솔선수범하자 삼성 덕아웃은 폭소에 빠졌다. 큰 형님이 몸 받쳐 깨알 같은 웃음을 선사한 것이다.
그러자 경기장 분위기가 더욱 좋아졌고, 이에 고무된(?) 삼성 ‘개그맨’ 박석민은 아예 스파이크와 양말을 벗고 맨발로 1루와 3루를 돌아 홈 슬라이딩을 하는 화끈한 팬서비스를 했다. 더욱이 출발할 때부터 삐끗해 넘어지면서 살아 숨쉬는 ‘몸개그’를 보여줬다. 덕아웃은 물론, 대구구장 기자실도 뒤집어졌다.
경기 개시 시간 이후의 우천 취소 광경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장면들이었다. 특히 이승엽의 세레모니는, 돈 주고도 못 볼 희귀한(?) 장면이 될 전망이다.
[빗속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감행한 이승엽. 사진 = 삼성라이온즈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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