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상 밖의 처방을 내놓은 김진욱 감독이다.
두산 김현수는 2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상황에 맞는 타격을 해야 하는데 살기 위한 야구를 한다”라고 했다. 0.328이라는 고타율에 비해 홈런 없이 타점 7개에 머문 자신에 대한 한탄을 한 것이다. 한편, 마운드에서는 고창성이 자신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지난해 릴리스 포인트를 잃어버렸다는 평가 속 올 시즌 9경기서 1패 1홀드 평균자책점 11.37에 그치고 있다. 2009년과 2010년 합계 38홀드를 올리며 필승 계투조로 자리잡았으나 지난해 14홀드 평균자책점 4.44로 다소 부진했고, 올 시즌에도 예전의 위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 김진욱 감독이 각기 다른 처방을 내놓았다. 투수 출신 감독답지 않게 타자 김현수에게는 세밀한 타격 기술을 짚어줬으나 투수 고창성에게는 오히려 기술적인 지적보다 정신적인 자세를 강조했다. 사실 성적상으로는 김현수보다 고창성이 훨씬 급하지만, 김 감독의 조언 방식은 사뭇 달랐다.
▲ 김현수, 장타 안 나오는 이유는 스텝의 문제
김 감독은 의외로 타격 이론에 대해서도 해박했다. 3일 대구 삼성전을 앞두고 김 감독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서 좀 전에 현수에게 얘기를 해주고 왔다”라고 입을 열었다. 김 감독이 밝힌 김현수가 홈런 및 장타가 나오지 않는 이유는 “방망이가 나올 때 힘을 가해야 하는데 뒤에서 힘을 많이 주니까 앞에서는 힘을 못 준다. 임팩트를 가할 때 오른발의 착지 타이밍을 잘 맞춰야 하는데 지금은 빠르다”였다. 또한, 김 감독은 “예전에 현수는 톡 갖다 맞혀서 내야수 키를 넘는 안타가 많이 나왔지만, 요즘은 땅볼이 많다”고 했다.
정리를 하자면, 태이크백(타격을 하기 위해 배트를 뒤로 빼는 동작)을 할 때 힘이 지나치게 들어가면서 정작 공을 베트에 맞춘 뒤 팔로우 스로우를 할 때는 힘이 덜 들어가면서 타구가 멀리 날아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스트라이드가 빨라서 몸의 중심이 뒤에 있는 시간이 적기 때문에 공략할 수 있는 히팅 포인트가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몸이 뒤에 있는 것보다 앞으로 나와있을 때 칠 수 있는 코스는 한정돼 있다는 뜻이다.
김 감독은 “마음 같아서는 티베팅을 할 때부터 봐주고 싶다. 그러나 그건 코치들의 몫을 침해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 감독은 이미 김현수는 정신적으로는 중심타자로서의 책임감을 강하게 나타내고 있는 만큼, 기술적인 조언을 하면 해결이 된다고 판단한 듯하다.
▲ 고창성, 마운드에서 미리 지고 들어간다
사실 지난해부터 부진에 허덕이는 고창성에게 투수 출신 김 감독의 조언이 절실하다. 물론 정명원 투수코치에게 지도를 받고 있지만, 때로는 감독에게 조언을 받는 것도 투수 입장에서는 기분 전환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여전히 고창성을 두고 볼 뿐이다. “상황에 따라 2군에 보낼 수도 있다”라고 했지만, 아직 칼을 빼든 상황은 아니다.
김 감독은 “창성이가 강판되고 나서 투구 연습을 계속하더라”며 고개를 내저었다. “지나고 나서 후회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라는 게 김 감독의 말이다. 이어 “놓을 땐 확실히 놓아야 한다”는 말로 기술적인 훈련도 훈련이지만, 스스로 생각의 정리가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
김 감독은 이어 2일 경기 8회말 고창성의 투구를 복기했다. 당시 고창성은 1사 1,3루 위기를 자초한 뒤 마운드를 내려갔다. 진갑용에게 2루타를 맞은 뒤 폭투에 이어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주는 과정이 좋지 않았다. 김 감독은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볼카운트 3-2에서 전력을 다해서 체인지업을 던졌다. 결과는 볼넷이었지만, 전력을 다해 팔스윙을 했다. 난 그런 점을 높게 산다. 결과가 나빴을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당시 김상수에게 볼넷을 내준 뒤 고창성은 마운드에서 괴로워하는 표정을 보였다. 김 감독은 “문제는 마운드에서 투구에 임하는 자세다. 볼넷을 내준 건 결과가 나빴던 것이다. 그런데 볼넷을 줬다는 사실에 너무 괴로워하더라. 그러면서 지레 불안해 한다. 창성이는 지금 계속 나쁜 쪽으로 생각한다. 그게 마운드에서 보인다”라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기술이 아닌 마음에 문제가 있다고 본 김 감독이다. 고창성은 과연 김 감독의 조언을 이해한 것일까. 3일 대구 삼성전서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상황에 등판한 그는 1⅓이닝 1피안타 무실점으로 재기의 가능성을 보였다. 김 감독의 각기 다른 처방이 김현수와 고창성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김현수(위)와 고창성(아래)에게 각기 다른 조언을 한 김진욱 감독.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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