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스타들, 항일 ‘각시탈’ 출연거부 “한국사람 맞나요?”

[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KBS 2TV 새 수목극 ‘각시탈’이 느닷없는 한류스타들의 작품 출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각시탈’ 연출을 맡은 윤성식 감독은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63시티 컨벤션센터 주니퍼룸에서 진행된 제작 보고회에서 일부 한류스타들이 항일 메시지를 이유로 출연을 고사했다고 밝혔다.

윤 감독은 "'각시탈' 캐스팅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했다. 캐스팅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며 "'각시탈'이 역사물은 아니지만 한일 이야기를 다루다보니 한류스타들이 출연을 꺼려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처음에는 30대 초 중반의 스타들을 캐스팅 하려고 했지만 어려움이 많았다”고 그 폭을 한정 짓기까지 했다.

허영만 화백의 동명 원작을 드라마화 한 '각시탈'은 암울했던 일제 강점기인 193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무술에 능한 주인공 이강토(주원)이 일제에 맞서 활약하는 모습을 그릴 예정으로 항일정신이 담겨 있다.

‘각시탈’ 주연 배우 중 한명인 신현준 또한 이 같은 논란에 대해 "다른 배우들이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 깜짝 놀랐다. 배우라면 연기에 욕심을 내야 한다"며 "한류는 스타다. 스타도 배우가 된 뒤에 일이다"고 일침을 가했다.

‘각시탈’의 캐스팅 비화가 알려진 직후 대중들은 그 30대 배우가 누구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제의 조선 침략은 여전히 청산하지 못하고 있는 한일 양국의 숙제다. 문화와 경제적인 면에서는 이미 충분히 가까워진 양국관계지만 독도 문제와 종군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정치적인 측면에서는 아직도 논란을 거듭하고 있다.

한일 관계의 양지에 서 있는 한류스타들이 항일 정신을 담은 ‘각시탈’을 꺼려하는 것도 당연하다. 김태희의 경우 독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일본 보수 우익들로부터 뭇매를 맞고 활동을 접었다. 김태희의 전례가 있는 상황에 다수의 활동과 수익을 일본에 의지하고 있는 한류스타들의 경우 ‘각시탈’ 출연이 꺼려지는 것도 이해가 간다.

실제로 ‘각시탈’에 이강토 역으로 캐스팅이 거론됐던 한 배우 소속사 관계자는 “원작 ‘각시탈’이 좋은 작품인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활동을 해야 하는 입장에서 꺼려지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일본에서 일을 하는 배우의 경우 일본 매니지먼트사 눈치도 봐야 하는게 사실이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하지만 이 같은 한류스타의 일본 매니지먼트사와의 관계를 대중에게 이해해 달라고 할 수는 없다. 한류스타들은 한류(韓流)라는 명칭에서 볼 수 있듯이 대한민국을 국적으로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스타다.

허영만 화백이 그린 ‘각시탈’은 일제 시대를 배경으로 한 히어로 물이라 일본인들을 상대로 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작품을 일본인들의 곱지 않은 시선을 이유로 피해야 한다면 그것 또한 아이러니다.

신현준의 이야기 처럼 한류는 스타다. 스타도 배우가 된 뒤에 일이다. 배우 또한 사람이라는 전제 하에 존재한다. 그 사람의 국적은 대한민국이지 일본이 아니다.

[‘각시탈’에 출연을 거부한 한류스타에 일침을 가한 신현준.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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