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안경남 기자] 신태용 감독이 성남의 ‘신공’을 빛낼 새로운 신무기를 장착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관심을 끄는 건 역시 성남의 최전방 ‘원톱’을 책임질 브라질 특급 자엘(24·브라질)이다.
성남은 지난 23일 탄천종합운동장 대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올 여름 영입한 4명의 신입생을 발표했다. 레이나(콜롬비아), 자엘, 브랜던 하밀(호주), 변성환이 모습을 드러냈다. 레이나의 등장으로 시작된 입단식은 자엘이 등장하자 술렁이기 시작했다. 기자단 앞에 나타난 자엘은 마치 미국 NBA의 ‘흑형’을 연상시킬 정도로 탄탄한 신체를 자랑했다. 특히 두 팔을 감싼 화려한 문신은 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와우!”라는 탄성이 절로 나올 정도였다.
자엘은 후반기 성남의 미래를 좌우할 중요한 카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성남은 요반치치, 한상운, 윤빛가람 등을 과감하게 영입하며 기존의 에벨톤, 에벨찡요와 함께 최강의 공격 라인을 구축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결과는 참담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성남의 현재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다. 성남의 야심찬 투자는 한 마디로 실패였다.
성남은 변화를 줄 수밖에 없었다. 에빌찡요는 브라질로 돌아갔고 사샤와 한상운은 각각 중동과 일본으로 떠났다. 그리고 문제의 요반치치는 중국으로 임대됐다. 그리고 데려온 선수가 앞서 언급한 4명이다. 이미 레이나는 피스컵을 통해 자신의 특별함을 입증했다. 2011년 전남에서 K리그를 경험한 레이나는 요반치치가 6개월 동안 하지 못한 한국 적응을 마쳤다. 신태용 감독이 “길게 보고 영입했다”는 19살의 하밀은 아직 어리고 울산, 부산 등을 거친 변성환은 K리그가 낯설지 않다. 문제는 자엘이다. 브라질에서 건너온 자엘은 한국 무대가 처음이다. 현재로선 ‘제2의 모따’가 될지, 아니면 ‘제2의 요반치치’가 될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브라질에서 직접 플레이를 눈으로 지켜본 신태용 감독은 자엘을 높이 평가했다. “브라질에 용병을 구하러 갔을 때 직접 뛰는 것을 봤다. 당시에 영입하고 싶었지만 몸값이 너무 비싸서 엄두를 못 냈다. 이후 자엘이 플라멩구로 팀을 옮겼는데, 그곳에서 급여를 제대로 받지 못하면서 이적할 팀을 모색했고, 어떻게 인연이 되려고 그랬는지 성남에 오게 됐다”며 “파워가 좋고 무엇보다 헤딩력이 뛰어나다”며 자엘을 파워풀한 공격수라고 소개했다.
자엘도 스스로의 장점을 ‘헤딩’이라고 꼽았다. 그는 “나는 헤딩 능력이 좋다. 또한 힘도 갖췄다. 힘으로 돌파하면서 크로스에 의한 헤딩으로 찬사를 살린다”고 자신을 어필했다. 자엘의 신체조건과 장점을 볼 때, 그는 과거 인터밀란에서 활약했던 아드리아누(브라질)과 비슷한 유형의 선수일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는 어디까지나 인터뷰에 근거한 추측일 뿐이다. 성남은 자엘을 플루멩구 시절 호나우지유의 팀 동료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그것이 자엘의 실력을 보증해주진 않는다. 라데의 조카도 결국엔 라데가 아니었다.
그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성남은 올 시즌 주요 포메이션인 4-2-3-1에서 최전방에 자엘을 놓고 2선에 홍철(또는 전현철), 레이나, 에벨톤을 배치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피스컵에서 성남은 박세영을 원톱으로 활용했다. 그리고 후반 막판에는 윤빛가람을 투입한 뒤 레이나를 전방으로 올렸다. 박세영이 포스트 플레이에 능한 공격수가 아닌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제로톱에 가까운 시스템이었다. 이는 레이나가 전진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엘의 합류로 ‘원톱’과 ‘2선’ 사이의 희미했던 경계는 다시 뚜렷해질 전망이다.
물론 당장은 아니다. 성남은 25일 오후 7시 30분 홈구장 탄천종합운동장에서 K리그 1위 전북을 상대한다. 하지만 이날 자엘이 출전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신태용 감독은 “(자엘의) 출전 여부는 전술상 말해주기 어렵다”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그는 “당일 컨디션에 따라 출전할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국내에 입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만큼, 출전하더라도 선발보다는 교체가 유력하다.
자엘의 합류로 성남은 후반기 또 한 번의 전술 변화를 맞게 됐다. 그리고 그 성공은 온전히 자엘의 ‘감춰진’ 실력에 달렸다. 레이나의 가세로 성남은 더 강해졌다. 하지만 피스컵에서 봤듯이 여전히 전방의 파괴력은 떨어진다. 신태용 감독이 ‘제로톱’에서 ‘원톱’ 전환을 외친 것도 그 때문이다. 성남의 미래는 제로톱 탈출의 열쇠를 준 자엘에게 달렸다.
[브라질 출신 자엘(위)-성남 예상 포메이션. 사진 = 성남일화천마 제공/ 안경남 knan0422@mydaily.co.kr]
안경남 기자 knan0422@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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