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제 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의 주인공은 단연 '피에타'였다. 김기덕 감독의 18번째 영화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됐지만, 영화가 채 공개되기전 먼 길을 갔던터라 수상 결과가 발표되던 순간까지 '설마 설마' 했었다.
그 기대감은 현실로 뒤바뀌어, 김기덕 감독의 구슬프면서 힘찬 '아리랑'으로 베니스의 막이 내려졌다. 한국영화 최초로 세계 3대 영화제의 최고상을 수상한 우리 영화사에 오래도록 기억될 한 장면이 그렇게 완성됐다.
그러나 베니스의 주인공은 '피에타' 뿐만이 아니다. 유민영 감독의 '초대'도, 전규환 감독의 '무게'도 베니스에서 금의환향한 또 다른 주인공들이다. '초대'는 단편영화부문 최우수상인 오리종티 상을 수상했으며 '무게'는 퀴어사자상을 수상했다. 이들 역시도 영광의 주인공들인데 시선은 '피에타'에게만 머물러 있다.
'피에타'의 주역 이정진은 최근 인터뷰에서 "오리종티의 경우는 단편영화의 황금사자상이에요. 그런데 누구도 언급을 하지 않아요. 기사도 별로 안 나오고. 저희는 그나마 큰 상을 받아 이렇게 회자되고 있지만 다른 저예산 영화들은 그들만의 추억거리로 머물 수 밖에요"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조민수 역시 이렇게 말했다. "베니스 영화제 폐막식에 갔을 때 기분이 묘했어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서양사람들이었고 동양인끼리 덩그러니 있으니 이게 정말 국가대표가 된 기분이구나 했죠. 그렇게 어안이 벙벙한 가운데 시상이 시작됐고 가장 먼저 수상자가 호명된 순간 '유.민.영' 이러더라고요. 한국사람 이름이니까 외국어 사이에서 귀가 번뜩했죠. 막 박수를 쳤어요. 알고보니 단편영화의 최우수상이었어요. 너무 좋았죠. 그리고 그 마지막을 '피에타'가 장식했으니 그야말로 올해는 베니스의 시작과 끝을 한국영화가 장식한 셈이죠."
올해는 유독 상반기부터 하반기까지 한국영화의 파워가 강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트들도 우리 시장에서는 큰 위협이 되지 못했으며 3년 만에 1000만 영화도 탄생했다. 여기에 김기덕 감독의 황금사자상 수상이 정점을 찍었다. 우리 영화사에서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2012년이 될 것이다.
그러나 동시에 많은 문제점들이 드러나는 해이기도 했다. 대형배급사의 수직계열화, 영화시장의 양극화, 불평등한 제작사와 투자배급사와의 관계 등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있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일은 아니며,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양보 혹은 희생만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양측이 비교적 균등하게 제 몫을 찾아가는 제도가 필요한 일이다.
문제점을 해결해나가는 길목에 선 지금, 진정한 우리 영화의 발전을 위한 길을 다시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돈이 되는 영화도 중요하며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가는 영화도 중요하다.
김기덕 감독은 '피에타'의 수상은 그 개인의 영광이 아니라 한국영화 전체가 수년에 걸쳐 쌓아온 노력의 결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제는 한국영화가 예전만큼 참신하지 못하다는 평을 받는다고도 말했다. 제2의 봉준호, 박찬욱은 이런 환경에서는 나오기 힘들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초대'나 '무게'처럼 기억해야할 영화들을 기억하지 못한다면, 제2의 봉준호, 박찬욱, 김기덕은 탄생하기 힘들 것이다.
[사진 = 영화 '초대'(왼)와 '무게' 스틸컷]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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