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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MBC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가 MBC 토크쇼에 희망을 쐈다.
20일 밤 방송된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는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게스트로는 배우 전도연이 출연했다. 전도연의 토크쇼 출연은 8년여 만이었다.
이날 전도연에게 '칸의 여왕'의 도도함은 없었다. 방송에 비쳐진 전도연은 데뷔 23년차의 여배우이면서 동시에 한 남자의 아내, 딸을 둔 엄마, 그리고 돌아가신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까지 솔직한 인간 전도연의 모든 것이었다.
영화 '카운트다운'이 정말 재미있는데, 왜 흥행에 실패한지 모르겠다는 전도연은 "지금까지 한 영화 중에 최악의 스코어다"라며 관객수가 47만 명이란 MC들의 말에 "56만 명 아니었냐?"며 아쉬운 듯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또 모래주머니를 차고 줄넘기 2000~3000개를 한다면서 MC들 앞에서 팔굽혀펴기 시범까지 보였다.
MC들과 길거리에서 어묵을 사먹을 때는 떡볶이 국물에 어묵을 묻혀달라고 하면 안되겠냐며 화려한 톱스타답지 않은 소박한 입맛도 보여줬고, 딸 얘기를 하면서는 "노는 게 제일 좋아. 언제나 즐거워. 개구쟁이 뽀로로"라며 만화영화 '뽀로로' 노래까지 불러보였다. 그리고 2년 전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떠올리며, 함께 북한산에 오르지 못한 미안함에 눈물도 쏟은 전도연이었다.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는 이처럼 대중이 쉽게 알지 못했던 배우 전도연의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내는 데 성공했다.
서울 인사동의 실제 한옥 게스트하우스에서 MC들과 전도연이 마루에 마주보고 앉아 나눈 대화는 마치 친한 친구들끼리 수다를 늘어놓는 것처럼 진행됐다. 토크쇼의 장소가 주는 편안함이 '신동엽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전도연이 속얘기를 꺼내는 데 도움을 준 것이다.
영화 '너는 내 운명'의 배우 황정민과 영화 '접속'의 장윤현 감독 등 전도연의 지인을 초대한 것도 한 몫 했다. "인간 관계가 좋지 않다고 늘 생각했고, 누구랑 친분 있고 그러지 않아서 결혼식 때도 친구들이 안 오고, 사람들 안 올까 봐 걱정했다"는 전도연은 두 사람의 깜짝 등장에 반색하며 "출연하길 잘했다는 생각도 드는 것 같아"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특히 무엇보다 MC 신동엽의 역할이 컸다. 진지한 표정으로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고 전도연의 말에 계속 고개를 끄덕이던 신동엽의 태도는 전도연에게 신뢰감을 주기 충분했다. 이는 그간 내로라하는 예능프로그램을 진행해 온 신동엽의 경력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몸에 밴 자연스러운 행동이었다. 또 이따금씩 내던진 능글맞지만 밉지 않은 멘트는 게스트 전도연을 웃게 한 것뿐이 아니라 신동엽을 향한 시청자들의 기대감도 함께 만족시켰다.
MBC는 '무릎팍도사' 폐지 후 선보인 '주병진 토크 콘서트', 배우 정보석의 '주얼리 하우스' 등 1인 게스트 토크쇼가 잇따라 참패했다. 집단 게스트 토크쇼에선 '황금어장-라디오스타'가 MBC의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1인 게스트 토크쇼에선 SBS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KBS 2TV '승승장구'에 MBC가 현저히 밀렸던 상황이다. 따라서 비록 파일럿 프로그램이지만 '신동엽 게스트하우스'의 등장은 MBC에게 작은 불씨가 되살아난 것과도 같다.
[배우 전도연(위)과 개그맨 신동엽.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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