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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AGAIN 2002’ 4년 마다 벌어지는 월드컵 때 마다 나오는 문구다.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한국 축구 역사상 최초로 4강 진출을 의미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당시 전국에서 울러퍼진 ‘대한민국~!’이라는 단합된 함성과 그 때의 기쁨을 다시 한번 느끼길 원하는 국민들의 염원이 담겨 있다.
이 ‘AGAIN 2002’가 2012년 10월 4일 서울 시청광장에서 다시 벌어졌다. 2002년 당시의 13만명이라는 관객을 동원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B급’을 자청하던 한 가수, 그것도 K팝 열풍의 중심에 있던 잘생기고 예쁜 아이돌이 아닌 시쳇말로 30대 중반의 애딸리고 배나온데다 우리네 기준으로 얼굴도 썩 미남은 아닌 한 유부남이 7만 여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시민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와 관련 출입을 통제하는 한 경찰은 "퇴근 시간이 넘어서면서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며 "가족 단위부터 친구, 연인들까지 싸이의 공연을 보기 위해서 운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혀를 내둘렀다.
싸이의 인기와 관객 동원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어떤 K팝 아이돌들도 시청광장에서 단독 공연을 한 적도, 이만한 관객을 모은 적도 없다.
싸이의 빌보드 차트 상위권 진입은 최악의 경제 상황과 이로 인한 실업률, 그리고 좌절만 주는 강력범죄로 가득한 우리 사회에 기쁨을 주는 유일한 소식이었다. 지난 1997년 IMF당시 박세리가 LPGA대회에서 최초로 우승하고 당시 LA다저스 소속 박찬호 선수(현 한화)가 승승장구하던 것과 마찬 가지다.
이날 공연 또한 싸이의 빌보드 1위 여부와 상관 없이 이뤄졌으며 대중들은 다시 축제를 즐기기 위해 2002년과 마찬가지로 시청광장으로 나왔다. 2002년은 월드컵으로 하나가 됐다면 이제는 싸이와 ‘강남스타일’이라는 키워드로 하나가 된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 명의 대중가수를 위해 굳이 서울시가 4억원이라는 시민들의 세금을 낭비해서 공연을 지원할 필요가 있나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서울시는 싸이를 통해 서울시의 브랜드 가치를 알리고 시민들에 대한 보답이라고 해명했다.
그 홍보효과는 정확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싸이 공연을 중계하는 유튜브, 유스트림 등의 사이트는 모두 사용자가 몰리면서 서비스가 중단되거나 수시로 끊기는 모습을 보였다. 이들 사이트에는 서울시의 광고가 계속해서 송출됐다.
대중가수는 ‘딴따라’라고 불리면서 고전음악계를 위시한 권위있고 지식있는 리스너들에게 경멸의 대상이었다. 싸이라는 한 명의 ‘딴따라’는 가을로 접어든 시청광장을 빼곡한 인파가 뿜어내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 채웠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의 축제날이었다.
[싸이.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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