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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대구 김진성 기자] 삼성은 왜 윤성환-장원삼 순서로 선발투수를 내세울까.
삼성 류중일 감독은 23일 대구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미디어데이에서 “마음 속에는 1~4차전 선발투수를 모두 결정했다. 여기선 1~2차전까지만 말하겠다. 다 말하면 재미가 없지 않나”라고 농을 던지는 여유를 보였다. 그러면서 1차전을 윤성환, 2차전을 장원삼으로 내정했다. SK는 플레이오프 선발 로테이션을 감안해 윤희상과 마리오 산티아고를 낸다.
그러나 삼성의 경우 올 시즌 16승 투수 장원삼을 한국시리즈 2선발로 활용한다. 대신 윤성환을 1선발로 돌린다. 장원삼이 1선발로 나올 것이란 세간의 예상을 깬 것이다. 물론 윤성환 역시 구위, 경기운영능력 면에서 1선발로 손색이 없다. 올 시즌에도 부상만 아니었다면 1선발로 손색이 없었다. 현재 컨디션도 가장 좋은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류 감독은 묘수가 있는 모양이다. “선발 투수를 어떻게 할까 고민 했다 장원삼을 1차전에내려고 했는데 단기전은 1차전 이기고 2번째 강한 투수가 2차전 이기면 빨리 이길 수 있다. 하지만, 1차전을 지면 2차전을 반드시 잡아야 하기 때문에 2차전에 장원삼을 냈다”라고 했다.
결국 류 감독은 1차전보다 2차전에 방점을 찍고 있는 것이다.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는 단기전이면서도 장기전의 성격을 갖고 있다. 첫 경기서 흐름을 내주더라도 반격의 여지가 있다. 1~2차전서 1승 1패를 한다면, 2차전 승자가 심리적으로 유리하다. 같은 1승이지만 2차전을 이긴 팀은 좋은 흐름을 갖고 3~4차전에 나설 수 있다. 반면 1차전서 이기더라도 2차전서 패배하면 찝찝한 마음으로 이동일을 보내고 3차전을 준비해야 한다.
과거 선동열 감독이 삼성 시절 에이스를 2차전에 투입하는 전략으로 재미를 봤다. 1차전서 에이스를 상대 에이스와 붙여 승률이 떨어지느니 1차전을 내주더라도 2차전서 에이스를 투입해 상대 2선발보다 매치업 우위를 누린 끝에 확실한 1승을 가져가는 전략이다. 이럴 경우 1차전서 패배하고 2차전서 승리하면 1승 1패를 하더라도 3차전 이후 주도권을 잡을 수 있었다. 만약 1차전까지 잡을 경우 2차전 이후 승부는 더더욱 유리해진다.
류 감독도 이런 포석으로 윤성환을 1선발, 장원삼을 2선발로 내세웠다. 장원삼을 윤성환보다 믿지 않는다는 얘기가 아니라 오히려 장원삼을 한국시리즈 선발진의 키플레이어로 생각하고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1차전 선발 윤성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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