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권현상(31, 본명)은 임권택 감독의 아들이다. 아직은 그렇다.
'임권택의 아들' 보다는 배우 권현상으로서의 자신을 먼저 보여준 뒤, 나중에 천천히 알리고 싶었다. 그러나 2008년 영화 데뷔작 '고사:피의 중간고사' 홍보 당시 터진 기사로 인해 알려져버렸고, 그는 당시 절망했다고 한다.
"부산에서 무대인사를 마치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집에서 전화를 받았어요. 어머니가 '기사가 나왔는데 어떻게 됐냐'고 하셨어요. 회사에서도 개인적으로도 많이 놀랐어요."
그래도 어쩌겠나. 알려졌다 해도 달라질 것은 없었다. 그는 묵묵히 연기를 했다.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기 전에는 결코 먼저 말하지 않았다. 사람들의 생각과는 다르게, 임권택 감독이 아버지라는 점은 장점보다는 단점이 더 많았다. 그가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말했듯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어려워한다. 그러면서 내심 '임권택 감독 아들인데, 얼머나 잘 하는지 보자'하는 심리로 그를 바라보고 있다.
"아버지가 워낙 거장이신만큼 사람들의 기대치가 높다. 영화를 평생 해오신 분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거는 기대치들인데, 거기에 못 미쳤을 때 사람들이 날 어떻게 볼지, 또 그 시선이 그대로 부모님께 가게 될까봐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와 관련된 이야기가 수식어처럼 붙어있었다. 워낙 유명한 분이시니까 심지어 군대에 가서까지도 그랬었다. 나한테는 스트레스가 되기도 했다. 과거에는 과하다 싶을 정도로 예민했을 때도 있었다."
하지만 평생 영화를 만들어오신 아버지, 그리고 배우인 어머니(채령) 아래 자란 그는 배우의 꿈이 자연스럽게 각인됐다. 오히려 부모의 반대는 컸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이쪽 일이 얼마나 힘든 지를 아시니까 또 그만큼 고생하셨던 분들이라 반대가 거셌다. 형도 처음에는 영화 제작 쪽 일을 했지만 지금은 개인 사업을 한다. 집에서는 너는 '공대가야한다'고 거의 세뇌시키셨다. 수능 보고나서야 말씀 드렸다. 연기를 전공하고 싶다고. 복수지원해 단국대 연영과에 합격했다. 굉장히 기뻤지만, 부모님은 썩 좋아하지 않으셨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배우 지망생들의 이야기. 부모의 거센 반대를 딛고 드디어 배우가 된 순간, 부모들은 자식을 열렬히 응원하는 결말만이 남았는데 반전이 있다.
"응원해주시냐고? 집에서는 일 이야기를 일절 안 한다. 특히 아버지는 먼저 물어보시지도 않으신다. 아마 내 작품을 한 편도 보지 않으셨을 것이다. 워낙 바쁘시고 일도 많으셔서. 저도 잘 이야기를 안한다. 언제 뭘 하는지도 잘 모르시고. 어머니는 보시긴 하는데 다 보는 것은 또 아니다(웃음). 시간 맞으면 드라마 정도 보신다. 시사회에는 초대는 커녕 언제 한다 말씀도 안드린다. 아직은 부모님을 공식석상에 모시기에는 내가 부족하다는 생각도 하고, 충분히 내 입장을 이해해주시는 것 같다."
최근 출연했던 '강철대오:구국의 철가방' 육상효 감독은 권현상이 이 영화를 촬영하던 당시 부천영화제에서 임권택 감독을 만났다고 한다. 임권택 감독은 아들에 대한 말은 일절 하지 않았단다. 육상효 감독은 "그런 분이시다"라고 말했다. 무관심이 아닐 것이다. 그것은 묵묵한 배려다.
권현상의 간절한 소망대로 '임권택'이라는 거대한 그늘을 지우고 그의 필모그래피를 살펴보자. 그는 가리지 않고 다작하는 배우다. 배울 때라는 것을 알기에 여러 선택들에 아낌이 없다. 데뷔 이후 고작 3년이 지났을 뿐인데 도원군, 고등학생, 뱀파이어, 성폭행 가해자 등 다양한 배역으로 분했다.
'짧고 ??게'라는 스타마인드가 있을 법도 한데, 그는 드라마 '짝패'의 대사를 인용해 "짧고 굵은 것보다 길고 오래가는 것이 강한 놈이다. 그렇게 되고 싶다. 오래 오래 기억에 남고 싶다"고 말했다.
앞으로 걸어갈 배우 권현상의 인생에서 임권택이라는 존재는 넘어야 할 큰 산이지만, 그 큰 산을 넘고 나서도 그가 걸어갈 길은 무궁무진하다. '임권택 아들'을 벗은 권현상의 존재에 마음을 열어젖혀야할 이유다.
[권현상.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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