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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경민기자]“왜 확인도 해보지 않고 방송을 만드시나요? 전 속옷 모델한 적 없습니다. 속옷도 아닐뿐더러 잡지 화보 촬영한 사진입니다"
배우 한혜진이 최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남긴 글이다.
해당 글은 지난달 29일 한 케이블 채널 연예정보프로그램에서 방송된 자신에 대한 잘못된 내용을 방송한 것을 두고 불편한 심경을 토로한 것이다.
이 방송은 '충격과 공포의 속옷 모델은?'이란 주제로 한혜진의 과거 사진을 속옷 광고 화보인 것처럼 소개했고, 진행자는 "한혜진은 속옷 광고를 겉옷처럼 찍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한혜진은 해당 화보가 속옷 관련이 아닌 잡지 화보 임을 밝혔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댓글들. 오늘은 저도 회의감에 빠지게 되네요. 네. 그렇네요. 오늘은…"이라고 잘못된 사실을 방송한 제작진으로 인해 고통을 앓고 있음을 토로했다.
방송의 중요 기능 중 하나인 정보 전달의 오류로 인해 한혜진과 유사한 고통을 겪은이는 부지기 수다. 그렇다면 이런 방송의 오보가 불거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복수의 방송 관계자는 열악한 현 미디어 시장의 문제점을 들고 있다. 프로그램을 전반을 구성하고 내용을 만드는 경력 방송 작가의 수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방송작가의 질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지면서 방송의 질적 수준 및 정보에 대한 검증 기능이 상실됐다는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방송 작가는 마이데일리에 “2000년대 중반만 해도 방송 작가는 언론사 취재기자와 마찬가지로 취재원을 보유하고 단독 보도를 많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방송 전반의 처우가 열악해 지면서 많은 경력 작가와 작가 지망생들이 떠나고 있는게 현실이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신입 방송작가는 높은 벽을 뚫고 외주 제작사에 취업했지만 3개월 만에 떠나야 했다. 대다수 방송작가는 계약직으로 입사해 월 30만원 수준의 박봉에 야근에 시달려야 했다.
외주제작사에서 메인으로 활동 중인 한 작가는 “초반 박봉 및 격무에 시달리더라도 예전의 경우 경력에 따른 급여와 처우의 상승이 있었지만, 대다수 방송사들이 외주 제작 시스템으로 방송을 만들고 있어서 경력에 따른 처우 개선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 때문에 신입 작가들은 물론이고 다수 작가들이 방송가를 떠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보력과 섭외의 부재로 인해 방송가는 예전 방송분이나 이미 공개된 보도 등을 인용한, 소위 말해 재활용 코너 만들기가 상식처럼 돼 있다. 한혜진 관련해 논란이 불거진 코너 또한 인터넷을 통해 기사화 된 내용의 짜집기에 불과하다. 이런 공개된 내용을 자극적인 소재로 포장해 재생산 하려다 보니 저런 오보의 우를 범한 것이다.
방송 작가는 연예인은 물론 PD들에 비해 저평가 되고 있는게 우리 방송가의 현실이다. 하지만 방송작가의 역량은 프로그램 전반에 걸쳐서 가장 중요한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좋은 프로그램은 특정 MC가 하는 것도, 좋은 PD가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방송작가라는 홀대 당하는 이들이 만들어낸 탄탄한 소재와 기획, 그리고 취재가 병행되야 가능한 것이다. 좋은 인력이 계속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이 더 나은 방송을 만들 수 있고, 시청자들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지켜지지 않는 이치다.
[사진 = 한혜진의 화보를 속옷 화보로 잘못 보도한 한 방송사 화면 캡쳐]
김경민 기자 fender@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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