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공교롭게도 7차례의 교체 중 6차례가 투수다.
11일 집결되는 WBC 대표팀. 잦은 멤버 교체로 홍역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교체 멤버가 추신수를 제외하고 모두 투수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그만큼 투수들이 시즌을 준비하는 게 야수보다 예민하고 섬세하다는 뜻이다. 국내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이번 대회뿐 아니라 1~2회 대회서도 투수들이 갑자기 문제가 생겨서 교체되는 케이스가 많았다. WBC 자체가 정규시즌을 코 앞에 두고 치러지는 대회이니 그럴 수밖에 없다.
▲ 타자와 투수의 판이한 시즌 준비
타자와 투수는 시즌 준비가 판이하다. 12월 비활동기간엔 모두 웨이트 트레이닝에 집중하는 편이다. 그러나 1월이 돼서 본격적으로 합동훈련이 시작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타자들은 서서히 훈련량을 끌어올리면 된다. 환경에도 그리 구애를 받지 않는다. 훈련량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끌어올리면서 토스배팅, 라이브배팅, 연습경기 참가 등 훈련 방식에 약간의 변화만 주면 된다.
투수들은 다르다. 처음부터 세밀하게 훈련 일정을 짜야 한다. 환경 변화에 민감하다. 투수의 팔꿈치와 어깨는 차가운 날씨에서 섣불리 움직였다가 탈이 나기 쉽다. 때문에 12월에도 사비를 들여 따뜻한 해외로 나가는 선수도 있었다. 또 직전 시즌에 공을 많이 던진 선수들은 그렇지 않은 선수보다 최대한 늦게 공을 잡는 편이다. 어깨와 팔꿈치에 쌓인 피로를 완벽하게 풀지 않으면 부상의 위험이 높아진다.
투구 폼도 세심하게 체크 및 관리해야 한다. 쉐도우 피칭, 불펜 피칭, 실전 피칭으로 넘어가는 게 타자들의 베팅 훈련과는 달리 서서히 양을 늘린다고 되는 건 아니다. 한창 좋았던 투구 밸런스가 아닐 때는 시기와는 별개로 꼼꼼히 체크를 해야 한다. 밸런스가 흔들려 특정 부위에 부하가 많이 갈 경우 부상의 위험이 있다.
지난 시즌의 여독을 풀고 일정 수준으로 훈련량을 끌어올린 뒤 투구 밸런스 체크까지 끝난 뒤에도 실전 피칭 날짜를 잡는데도 신중한 편이다. 타자들은 꾸준히 연습경기에 나서서 많은 타석에 들어서면 되는데, 투수들은 연습경기 일정, 상대, 마운드 환경, 날씨, 동료투수의 투구 시기 등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등판 날짜와 간격, 등판 방법 등을 결정하게 된다. 타자들보단 투수들의 시즌 준비가 확실히 예민하다.
▲ 투수들에게 WBC라는 무대는
WBC는 투수들의 신경을 더욱 예민하게 하는 부분이다. 그만큼 실전에 투입돼도 될 정도의 몸을 여느 시즌보다 빨리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타자도 마찬가지인데, 투수가 이 과정을 빠르게 할 경우 상대적으로 부상의 위험이 더 높아진다. 심리적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경우 투구 밸런스에도 악영항을 미칠 수 있다. 한 야구인은 “유독 대표팀 투수들의 교체가 잦은 건 결코 우연이 아니다”라고 했다. 투수들의 시즌 준비 과정이 예민하기 때문에 직전 시즌에 비해 페이스를 빨리 끌어올리려다가 탈이 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었다.
또 하나. WBC 대표팀 투수들이 대회를 소화한 뒤 자국리그 정규시즌서 유독 부진한 경기력을 선보인 것도 이런 현상과 관련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페이스 조절 실패로 시즌 중반 체력이 떨어지거나 투구 밸런스가 흔들려 시즌 자체를 망치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 언론에선 “투수들의 WBC 참가가 정규시즌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라고 일축하기도 한다.
WBC는 투수 놀음이다. 투구수 규정이 생긴 것도 알고보면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정규시즌을 앞둔 전 세계 투수들을 배려하기 위함이었다. 투수가 타자보다 시즌 준비에 예민하다는 걸 염두에 둔 것이다. 이번 WBC 대표팀에서 교체된 투수 6명과 새롭게 들어간 투수 6명의 대회 준비와 대회 성적, 나아가서 대표팀 투수들의 정규시즌 성적은 어떠할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KIA, 넥센 투수들의 시즌 준비 모습. 사진 = KIA 타이거즈 제공(위), 넥센 히어로즈 제공(아래)]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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