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야구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사람들은 흔히 일본의 야구를 '현미경 야구'라 일컫는다. 현미경으로 살피듯 모든 것을 자세히 보고 분석한다는 의미다.
실제로 일본은 한국에 비해 선진화된 분석 시스템을 이용한 전력분석이 발달했다. 선수 하나하나에 대한 철저한 분석과 해부는 한국에서 진출한 스타 선수들이 일본에서 대체로 고전을 면하지 못했던 원인 중 하나로 늘 거론돼 왔다.
이로 인해 분석에 강점을 보이는 일본야구의 특성은 일본 특유의 것으로 느껴졌다. 이러한 관점은 미국 야구는 힘의 야구라고 평가하는 의견과 평행을 이루며 양국의 야구가 가지고 있는 특징과 강점을 사람들의 의식 속에서 더욱 고착화시켰다.
하지만 미국 야구가 힘에만 의존한다는 생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미국 야구의 분석 능력은 일본보다 월등하고, 분석에 눈을 뜨게 된 것도 훨씬 빠르다. 일례로 현대야구 전력분석의 결과물들 가운데서도 정수라고 할 수 있는 수비 시프트가 있다.
수비 시프트의 여러 형태 가운데 가장 일반적인 것은 강한 좌타자가 나왔을 때 내야수들을 전체적으로 오른쪽으로 이동시키는 것이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의 루 부드로 감독이 당겨치기 일변도로 나오던 보스턴 레드삭스의 좌타자 테드 윌리엄스를 막기 위해 내야수들을 오른쪽으로 몬 것은 1946년의 일이었다.
실제로 일본에서 뛰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나 메이저리그에서 일본으로 건너오는 선수들은 미국 야구의 분석력이 일본보다 우위에 있다고 말한다. 일본이 끝내 완성하지 못한 마쓰이 히데키 봉쇄책은 빅리그 구단들의 분석이 해답을 마련했다.
다만 미국 야구가 힘의 야구라는 것은 미국이 분석보다 힘을 표방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일본은 철저한 분석을 전면에 내세우기에 지금의 명성을 얻은 것이다. 미국 야구와 일본 야구에 대한 시각은 그렇게 지금까지 굳어져왔다.
이러한 현상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상대 선수 한 명에 대한 분석에 있어 일본만큼 면밀하지는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162경기를 치르지만, 같은 지구 라이벌을 제외하면 1년에 맞붙는 경기가 적다. 특히 인터리그 때나 만나는 다른 리그 팀들과의 경기는 손에 꼽는다. 따라서 상대를 분석하기보다 자신을 분석해 약점을 보완하고 강점을 극대화하는 길을 택했다. 자신이 가진 '힘' 집중하는 것이다.
반면 일본야구는 메이저리그보다 경기 수는 적지만 만나는 팀은 적다. 늘 만나는 팀들과 대결하기 때문에 상대를 잘 아는 것이 더 많은 승리를 가져다줄 수 있다. 자신의 힘보다 상대에 따라 맞춤식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해진다.
쉬운 비유를 통해 보면 논란은 의외로 수월한 문제일 수 있다. A라는 학생이 있다. 이 학생은 수학 과목에서 95점, 영어는 90점을 받았다. 학급 친구들이 갖고 있는 이 학생의 이미지는 아마도 '(모든 과목에서 훌륭하지만 특히)수학을 잘 하는 친구'일 것이다.
B는 영어에서 85점, 수학에서 80점을 거뒀다. 이 학생의 강점은 영어고, 친구들도 이 학생이 잘 하는 과목을 영어라고 여길 것이다. 둘은 각각 수학을 잘 하는 학생과 영어에 뛰어난 학생으로 주목을 받는다.
하지만 영어 성적만 놓고 봐도 영어를 잘 한다는 B보다 A의 영어 성적이 만점에 가깝다. 힘을 내세우는 미국야구지만, 미국야구는 분석에서도 일본에 앞선다. 미국은 힘의 야구를 하고, 일본은 분석의 야구를 한다는 말은 각자가 해당 분야에서 최고라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실제로 오랫동안 진리처럼 반복되어 온 말에는 비판적 시각이 서기 힘들다. 짧은 문장 속에 넓은 배경을 함축한 말은 더욱 그렇다. 곰곰이 따지지 않으면 자칫 더 긴 시간 동안 오해를 부를 수도 있다.
[미국 야구는 분석에 약하지 않다. 다만 자신의 장점을 극대화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있을 뿐이다. 사진 = gettyimagesKorea/멀티비츠]
조인식 기자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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