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우리은행의 챔피언결정전 직행이 혜택 볼까.
춘천 우리은행이 우여곡절 끝에 일궈낸 정규시즌 우승. 그녀들이 우승을 갈구한 이유는 단 하나였다. 챔피언결정전 직행을 위해서였다. 여자프로농구는 지난해 여름 최경환 총재 부임 후 각종 제도가 바뀌었다. 대표적인 게 포스트시즌 경기 방식이다. 그동안 여자농구 포스트시즌은 흥미도 적었고, 정규시즌서 좋은 성적을 거둔 팀에 대한 어드벤티지가 적었다는 평가다.
▲ WKBL의 과감한 포스트시즌 방식 변신, 프로야구를 따르다
정규시즌 우승팀과 4위팀, 2위팀과 3위팀이 4강 플레이오프를 벌이고, 승자가 챔피언결정전을 치러왔다. 사실상 정규시즌 우승팀에 대한 이득이 거의 없었다. 우승팀과 2위팀은 홈에서 먼저 경기를 치르고, 5전 3선승제에서 한 차례 더 홈경기를 치르는 정도였다. 이와 관련 모 감독은 “여자농구는 홈-원정 개념이 남자농구보다 미미해서 그 정도로는 상위팀에 어드벤티지를 줬다고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WKBL은 지난 14년간 이 방식을 고수했다. 그러나 최 총재는 과감하게 바꿨다. 프로야구의 포스트시즌 방식을 따랐다. 4위팀과 3위팀의 3전 2선승제 준플레이오프, 준플레이오프 승자와 2위팀의 3전 2선승제 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승자와 정규시즌 우승팀의 5전 3선승제 챔피언결정전이다. 우리은행은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면서 챔피언결정전에 직행하는 혜택을 받았다. 준우승이 확정된 신한은행은 한 단계 아래의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 프로야구의 사례, 11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포스트시즌 챔피언
프로야구의 경우 이 방식에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여자농구와는 반대로 정규시즌 상위팀에 지나치게 어드벤티지가 주어진다는 주장이다. 가장 좋은 전력을 인정받은 정규시즌 우승팀이 단기전의 강자가 되는 건 일견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연이어 정규시즌 우승팀이 포스트시즌도 접수하자 오히려 팬들의 흥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나온다.
실제로 프로야구는 2001년 정규시즌 3위팀 두산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뒤 2002년 삼성부터 2012년 삼성까지 11년 연속 정규시즌 우승팀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모든 제도에는 장, 단점이 있는데 어쨌든 여자농구는 방식 변화를 시도했다. 이 방식은 체력적으로는 정규시즌 우승팀에 유리한 건 확실하다. 프로야구 포스트시즌도 결국 플레이오프를 거친 팀이 한국시리즈 중반 이후 체력전에서 밀렸다. 농구 역시 체력이 중요하다. 우리은행은 24일 정규시즌을 마친 뒤 18일을 쉬고 3월 15일 챔피언결정 1차전에 나선다. 실전 감각 문제가 제기되지만 그래도 쉬는 게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 남자농구의 사례, 상위팀에 어드벤티지 줬으나 소득 적었다
6팀이 포스트시즌에 참가하는 남자농구도 정규시즌 1~2위 팀이 4강 플레이오프에 직행하는 포스트시즌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프로야구와 완전히 똑 같은 방식은 아닌데, 상위팀에 어드벤티지를 주는 것은 같다. 재미있는 건 프로야구와는 달리 정규시즌 우승, 준우승 팀이 실질적으로 포스트시즌 성적에서 그다지 큰 이득을 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역대 프로농구 16차례 포스트시즌서 정규시즌 우승팀이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한 건 단 8번에 불과했다. 심지어 정규시즌 3위팀도 두 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했고, 2010-2011시즌엔 정규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이 모두 챔피언결정전에 오르지조차 못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들어 두드러지고 있다. 프로농구의 경우 외국인선수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매시즌 전력 변동의 폭이 컸다. 여자농구도 흥미 배가를 위해 5년만에 외국인선수 제도를 도입했고, 우리은행은 결과적으로 정규시즌서는 이 제도의 수혜자가 됐다. 프로야구의 사례만 보면 우리은행에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 같지만 역시 정규시즌 우승팀과 준우승팀에 메리트가 주어지는 프로농구를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더구나 여자농구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경기 수가 최대 6경기에 불과하다. 신한은행 임달식 감독은 “정규시즌 2위로 플레이오프에 올라가서 2-0으로 끝내면 실전 감각도 살리고 체력도 아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은 “잘 모르겠다.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했는데 시즌 내내 주전 의존도가 높았다는 걸 감안하면 체력적으로는 확실히 이득을 볼 전망이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 네 시즌 연속 최하위를 차지하면서 큰 경기 경험이 부족했고, 정규시즌 막판 경기력이 시즌 초반에 비해 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에 챔피언결정전을 쉽게 치를 것이라 전망하는 사람은 드물다. 3대3 트레이드 후 점점 조직력이 좋아지는 신한은행에 큰 경기 경험이 많은 베테랑들이 복귀한 삼성생명은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우리은행이 바뀐 포스트시즌 제도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될 수 있을까. 지금으로선 예측하기가 몹시 어렵다.
[우리은행 선수들. 사진 = WKBL 제공]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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