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세호 기자] '괴물 센터' 오세근(안양 KGC)에게 시즌 아웃은 또 다른 진화의 과정이다.
KGC 이상범 감독이 발목 수술 후 재활 중인 오세근을 아끼는 데에는 깊은 속내가 깔려있다. 부상에서 완벽하게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얻을 것이 있다는 생각이다. 바로 정신적인 성장이다.
디펜딩 챔피언 KGC는 팀의 기둥인 오세근 뿐 아니라 김일두, 김민욱 등 빅맨들의 잇단 부상에도 4위를 고수하며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김태술, 이정현, 양희종 등 이른바 '빅3'에게 공수 양면에서 체력적인 부담이 가중됐고, 이로 인해 한때 6연패, 4연패 등 고비를 겪어야 했다.
덕분에 최현민, 정휘량, 김윤태 등 더 많은 출전 기회를 얻은 식스맨들의 기량도 눈에 띄게 좋아졌지만 여전히 오세근의 빈자리가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26일 선두 SK를 꺾고 4연패 탈출에 성공한 뒤 이정현은 "아무래도 골밑에서 열세라 도움 수비를 하면서 체력적으로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세근이가 있으면 더 다양한 전술을 사용할 수 있고, 팀 전력도 좋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감독은 일찌감치 오세근의 시즌 아웃을 선언했다. KGC는 현재 가용 인원이 7~8명에 불과해 자체 연습경기조차 제대로 소화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럼에도 이 감독은 "올해만 있는 게 아니다. 내년도 있고 앞으로도 계속 농구를 해야 한다"며 오세근이 차근차근 확실하게 재활을 마칠 수 있기를 바랐다.
지난해 11월 일본에서 수술을 받은 오세근은 최근 평창 JDI 재활센터를 떠나 선수단에 합류했다. 경기를 지켜보는 입장에서 오세근 역시 고생하는 동료들을 보며 속이 터진다. 마음이 앞서 얼마전 가벼운 러닝을 시작했다가 일본 주치의로부터 "좌우 균형이 무너질 수 있다. 아직 러닝은 너무 이르다"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이를 지켜보는 이 감독은 오세근이 성장통을 딛고 한 단계 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과거 부상과 예상치 못했던 이적, 그리고 군복무라는 시련을 통해 성숙해진 김태술의 '한'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김태술은 2007년 서울 SK에 입단해 신인왕을 차지하며 강동희, 이상민, 김승현에 이어 한국농구 가드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선수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2009년 갑작스런 트레이드로 팀을 옮긴 뒤 구단의 통보에 따라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다.
김태술은 오히려 이 기간에 이를 악물고 부단히 칼을 갈았다. 매일같이 경기장을 찾아 경기 후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 어두워진 코트에 불을 밝히고 홀로 연습을 계속했다. 파워가 부족하다고 느낀 그는 하루도 웨이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았고, 일요일이라고 쉬는 법도 없었다.
그리고 그는 복귀 시즌 곧바로 팀의 우승을 이끌며 최고의 포인트가드로 자리매김했다. 지금의 '야전사령관' 김태술은 공백기에 생긴 농구에 대한 간절함과 남모르는 노력의 결과물이었다. 이런 과정을 지켜본 이 감독은 김태술에게 무한 신뢰로 답했다.
이제는 오세근 차례다. 이 감독은 "오세근이 들어오면 팀에는 천군만마와 같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라는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김태술의 '대단함'을 설명했다. 이어 "오세근은 아픔 없이 항상 톱클래스였다"며 "본인에게는 정말 참기 힘든 시간이겠지만 이를 통해 성장하고, 악착같이 더 좋아질 것이다. 칼을 갈고 있다가 내년에 다 표출하면 된다"고 말했다.
최근 프로농구는 일부 팀들이 신인 드래프트 우선권을 얻기 위해 태업을 하고 있다는 의혹까지 받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최악의 선수난 속에도 디펜딩 챔피언의 자존심을 내세우며 고군분투하고 있는 KGC의 플레이는 농구계에 귀감이 될 만하다.
누군가는 미래를 위해 현재를 포기하는 '꼼수'를 부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KGC는 현재의 어려움을 정공법으로 돌파하면서도 여전히 밝은 앞날을 보여주고 있다.
[동료들을 독려하고 있는 오세근.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세호 기자 fame@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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