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배선영 기자] 충무로에 국경이 사라지고 있다.
김지운, 박찬욱, 봉준호 감독은 미국으로 진출해 미국의 방식으로 영화를 찍었고, 배우 이병헌과 배두나도 할리우드에서 활약 중이다. 여기에 20세기 폭스 엔터테인먼트 그룹의 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FOX INTERNATI0NAL PRODUCTION, 이하 FIP)은 한국영화에 투자를 시작했다.
국경은 언어의 장벽이 가로막고 있다. 그러나 니콜 키드만은 자국의 배우, 웬트워스 밀러가 쓴 영화 '스토커'의 시나리오가 이해하기 어려워 여러 번 읽어야 했다고 말했으니 언어가 통한다고 해도 소통의 어려움이 없는 것은 아닌 듯 싶다.
오히려 소통의 부재는 언어가 아닌 다른 것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삶의 방식과 목표, 서로에 대한 몰이해 등등.
미국에서 각각 '라스트 스탠드'와 '스토커'를 찍고 돌아온 김지운 감독과 박찬욱 감독은 생각보다 언어는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오랫동안 자리잡아온 우리와는 다른 시스템이 장벽이 됐는데 김지운 감독은 "감독에게 할리우드는 썩 좋은 곳만은 아니다. 다 이야기 하자면 책 한권 분량이다"며 "한국에서의 조감독 시스템은 감독이 가진 비전이나 미학적 견해를 최대한 영화 안으로 끌어들이기 편하게 서포트하는 사람들인데 미국의 조감독이 가장 잘 해야하는 일은 계획대로 진행하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합리적이지만 한국의 경우 가족처럼 다 같이 고민하는 편인데 여기는 저스트(JUST) 일일 뿐이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박찬욱 감독은 이 부분에 있어서는 좀 더 적응이 쉬웠던 듯 하다. 그는 "할리우드의 현장이 너무 바쁘다. 한국 회차의 절반 밖에 안되는 40회차에 전체를 찍어내야했다. 미국인들은 늘 하는 일인지 몰라도 저에게는 힘든 일이었다. 적응하는 것에 애먹었고, 겨우겨우 찍었다. 마지막 순간까지 초단위로 진땀빼면서 찍어야 했다. 그게 가장 어려웠다"면서도 "내가 가진 작품 세계랄까. 어떤 나의 개성이 좋아 같이 하자고 한 것일테니 그들 역시도 그 부분을 존중해주고 마음껏 발휘하도록 했다. 그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어도 못하는 사람을 불러 영화를 찍게 할 때에는 잘 하는 것을 하라는 뜻이다. 해달라고 해서 해준 것이다"며 전폭적인 지원 속에 영화 작업을 마칠 수 있었음을 암시했다.
그런가하면 한국 영화 '런닝맨'의 메인 투자를 한 이십세기폭스 인터내셔널 프로덕션의 샌포드 패니치 대표는 합작의 형태가 아닌 철저한 로컬 영화에 투자를 할 계획을 밝혔다. 미국 돈으로 한국에서 한국영화를 만들어 한국에서 성공시킨다는 계획이다.
이를 향한 시각은 우려 보다는 기대가 크다. 성장 중인 한국영화계에 더 많은 투자금이 유입된다는 것은 반길 일이라는 시각이 다수인 것.
샌포드 패니치 대표는 "혹시 자본으로 충무로를 잠식하려는 것은 아닌가, 국내 역시도 대형배급사들이 감독의 권한을 제한하는 일이 근래들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기자의 말에 "FIP는 영화감독들이 자신의 비전을 실현할 수 있게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 우리는 영화인을 지원하는 것에 있어 긴 역사와 유산을 가지고 있다. 우리의 목표는 재능있는 감독들이 영화를 만드는 것을 지원하는 것, 감독이 자신의 비전을 영화를 통해 실현할 수 있게끔 하는 것이다. 이것은 전 세계적으로 참여하는 모든 프로젝트에 적용되고 있으며 잘 운영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오스카 시상식에서 이안 감독(영화 '라이프 오브 파이', 배급 이십세기 폭스)이 수상을 했는데 그만큼 우리가 지원을 해 그가 원하는 연출을 했기에 가능하지 않았나 싶다. 그것이 우리의 기본철학이다"고 말했다.
대다수 충무로 관계자들도 이를 반기는 분위기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고작 영화 한 편 투자로 잠식이라고 해석하는 것은 오버인 것 같다. 오히려 외국자본이 들어와 성공하면 더 많은 외국자본이 들어올 테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아무튼 우리는 충무로가 점점 국경을 허무는 역사의 현장에 서 있다. 이미 그것을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는 성장을 위한 소중한 사례가 될 것이다. 어쨌든 국경은 무너져버렸고, 확장된 세계에 우리는 적응해야만 하며 그 속에서 단단히 성장해야하니 말이다.
[김지운 감독(왼쪽부터)과 박찬욱 감독, 샌포드 패니치 대표.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배선영 기자 sypova@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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