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당분간 퍼팩트게임은 힘들 것 같다.”
KIA 선동열 감독이 시즌 초반 타고투저 바람에 우려를 드러냈다. 선 감독은 3일 대전 한화전을 앞두고 “퍼팩트게임? 지금 한국야구 상황에선 힘들 것 같다”라고 했다. 사실 올 시즌은 투고타저 바람이 강력하게 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렇지 않다. 4경기를 모두 치러 팀 평균자책점이 3점대 이하인 팀은 두산(2.75), 롯데(2.92)뿐이다.
타자들은 연일 펑펑 안타와 홈런을 쏟아낸다. 그러나 그 속에 투수들의 사사구 남발과 수비 실책이 꼭 섞여있다. 승부 자체는 치열한데, 막상 경기종료 차임벨이 울린 뒤엔 무언가 뒷맛이 개운치 않다. 물론 시즌 초반이니 지금의 기록들은 변별력이 떨어진다. 그러나 국내야구는 지난해에도 투고타저였음에도 질이 떨어지는 야구를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들었다. 질 높은 야구를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퍼팩트게임과 노히트노런은 결코 나오기 쉽지 않은 기록이다.
▲ 12년째 잠들어 있는 한국야구 노히트노런
한국에서 투수가 27타자를 차례대로 모조리 아웃 처리해야 하는 퍼팩트게임은 아직 단 한 차례도 나오지 않았다. 안타만 맞지 않으면 그 외의 출루까진 허용되지만, 역시 실점해선 성립되지 않는 노히트노런도 2000년 5월 18일 한화 송진우가 광주 해태전서 기록한 뒤 13년째 잠들어있다. 지난해에도 종종 노히트노런이 나온 메이저리그와 일본에 비하면 노히트노런 침묵은 상당히 긴 편이다.
노히트노런과 퍼팩트게임이 성립되려면 일단 경기 자체가 깔끔하게 진행돼야 한다. 투수의 능력 외 변수가 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최소화돼야 한다. 선 감독은 작금의 국내 실정에선 도저히 대기록이 성립될 환경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물론 류현진이 떠나면서 타자들을 압도할 절대 에이스가 없다는 이유가 더 크지만 말이다.
▲ 류현진 데뷔전에 가린 다르빗슈의 역투
3일. 국내 야구팬들에겐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데뷔전으로 후끈 달아올랐던 하루였다. 그러나 이웃나라 일본에선 다르빗슈 유(텍사스)의 역투가 더욱 돋보인 하루였다. 사실 다르빗슈는 대단한 피칭을 했다. 휴스턴과의 원정경기서 8⅔이닝 1피안타 14탈삼진 무사사구 무실점 역투를 펼치며 승리투수가 됐다. 퍼팩트게임까지 아웃카운트 1개를 남겨놓고 마윈 곤잘레스에게 초구 중전안타를 내줘 완투완봉마저 놓쳤다.
곤잘레스의 타구는 다르빗슈의 가랑이 사이로 빠져나갔다. 만약 그 타구가 다르빗슈의 몸에만 맞았다면 충분히 아웃이 될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부질없는 가정이 됐다. 일본 팬들은 물론이고 국내 팬들도 장탄식을 쏟아냈다. 동양인, 그리고 일본인 최초 메이저리그 퍼팩트게임 주인공으로 기록될 기회를 아쉽게 놓쳤다.
선동열 감독은 “다르빗슈가 정말 잘 던지더라”고 한 마디를 했다. 기자들도 “다르빗슈가 퍼팩트를 했다면 일본 열도가 난리가 났을 것”이라고 했다. 그 이면엔 말은 하지 않았지만, 류현진이 데뷔전서 10개의 안타를 맞고 1점만 내준 호투를 펼친 것 이상의 이슈가 되자 부러움이 섞인 표정으로 가득했다.
확실히 일본야구는 한국보다 퍼팩트게임과 노히트노런에 가까운 게 현실이다. 물론 일본야구 역시 1994년 마키하라 히로미(요미우리) 이후 퍼팩트게임이 나오지 않고 있다. 메이저리그는 지난해 맷 케인(샌프란시스코), 펠릭스 에르난데스(시애틀)가 한 차례씩 퍼팩트게임을 했다. 한국야구도 어서 퍼팩트게임, 아니 일단 13년째 잠든 노히트노런의 벽부터 깨져야 한다.
▲ 투수들, 부지런히 러닝해라
선동열 감독은 작심한 듯 국내 투수들에게 쓴소리를 했다. 자신과 주니치 시절 함께 뛰었던 야마모토 마사(주니치)를 추억했다. 야마모토는 만 48세에도 현역으로 뛰고 있다. 아마도 세계 최고령 현역 야구선수인 듯싶다. 선 감독은 “야마모토는 불펜피칭에서 600개를 던져도 이상이 없었다. 팔로 던지지 않고 하체의 힘과 밸런스가 좋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국내 선수들이 몸을 사리는 걸 지적한 것이다. “요즘 투수들은 100개만 넘어가면 큰일 나는 줄 안다. 투구 개수가 중요한 게 아니라 투구 밸런스가 중요하다. 힘으로만 던지니까 쉽게 탈이 난다. 이래서는 절대 퍼팩트게임, 노히트노런이 나올 수 없다”라고 했다. 양상문 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도 “요즘 투수들은 하루 훈련해보고 힘들면 안 한다. 계획을 세워서 훈련을 해야 한다”라고 국내 투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선 감독은 “일본 마무리훈련에선 젊은 투수들에게 다리 근육이 찢어질 정도로 하체 단련을 시킨다. 폴투폴 달리기 30회, 펑고 1시간, 티 베팅 받기 1시간을 시킨다. 그러면 근육이 파열될 정도가 된다. 그걸 이겨내기 때문에 일본 투수들이 투구 밸런스가 안정된 것이다”라고 했다. 이어 “국내투수들은 그렇게 하라고 하면 절대로 못할 것이다”라고 아쉬워했다.
대기록이 힘든 국내 야구의 환경. 나약한 국내 투수들의 현실. 다르빗슈의 퍼팩트 게임에 준하는 투구. 선 감독의 아쉬움은 아직 한국야구가 갈 길이 멀다는 걸 알게 해주기에 충분했다. 퍼팩트게임 전무, 13년째 잠들어있는 노히트노런. 모두가 한국야구의 이런 현실을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선동열 감독(위), 퍼팩트게임을 아쉽게 놓친 다르빗슈(가운데), 마지막 노히트노린의 주인공 송진우(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gettyimage/멀티비츠]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