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고동현 기자] 박재홍은 프로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프로통산 1797경기 타율 .284 300홈런 267도루 1081타점 1012득점. 타격과 관련된 통산 순위에서 그의 이름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출장 11위, 홈런 7위, 타점 4위, 도루 10위, 득점 7위, 최다안타 8위까지 모든 부문 상위권에서 그의 이름을 찾을 수 있다. 30(홈런)-30(도루)을 세 차례나 기록한 선수도 그 밖에 없다.
2013년. 이제 박재홍은 '선수'가 아닌 '해설가'로 변신했다. 선수협 회장이라는 무거운 짐도 놓았으며 300도루에 33개를 남겨놓은 아쉬움도 모두 털었다. 대신 자신의 별명과 관련된 '빵'을 들고 타격하는 모습으로 프로야구 중계 광고에 나온다. 경기 중에는 '어떻게 하면 잘 칠 수 있을까' 대신 '어떻게 하면 시청자와 경기 후 이를 볼 선수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을까'를 고민한다.
올시즌부터 MBC 스포츠 플러스의 야구 해설위원이 된 박재홍 해설위원의 말을 들어본다.
▲ "스파르타로 키워주고 계셔… 체력적으로는 힘들다"
박재홍은 '선수' 대신 '해설위원'으로 바뀐 수식어에 대해 "아직까지는 그렇게 익숙하지는 않다"고 했다. 그럴만도 하다. 박재홍은 1월초까지만 해도 선수 생활을 이어가려고 노력했지만 결국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하고 은퇴를 선택했다.
해설위원으로 데뷔한지 이제 한 달 남짓 지난 상황. 박재홍에게 그동안의 소감을 묻자 "어렵다. 힘들다"며 "부족한 것이 많으니까 공부를 더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털어 놓았다.
그는 선수 시절과 달라진 점에 대해 "선수 때는 상대편 투수만 공부하면 됐다"며 "이제는 투수 뿐만 아니라 9개 구단 투수, 포수, 내야수, 외야수 등 포괄적으로 다 봐야하다보니까 힘든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해설가로 데뷔한지는 얼마 지나지 않았지만 강행군 속 빠르게 적응하고 있다. 박재홍은 각 구단 스프링캠프를 현지에서 지켜본 데 이어 시범경기 중계를 거의 빠짐없이 했다. 더욱이 올해 시범경기는 수도권에서 많이 열리지 않아 부산, 창원, 광주, 대전까지 전국 곳곳을 돌아 다녔다.
지난해까지 선수생활을 했던 박재홍이라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는 스케줄이다.
그는 "MBC 스포츠 플러스 부장님께서 스파르타로 가르치고 계신다"고 웃으며 "MBC 스포츠 플러스 중계가 퀄리티가 있지 않느냐. 해설도 이에 걸맞게 맞추려고 그러시는 것 같다. 체력적으로 힘들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박재홍은 시즌 시작 이후에도 3월 31일에 이어 3일부터 5일까지 매일 중계를 이어갔다.
▲ "김재현과 경쟁심은 없다"
'스파르타 훈련' 덕분에 박재홍은 빠르게 해설위원으로서의 면모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고민 역시 해설과 관련된 부분이다.
박재홍은 "고민이 많다"며 "일단 시청자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해줘야 한다. 그러면서 선수들한테 도움이 되는 말도 해야한다. 또 이를 본의와 어긋나지 않게 마음이 안상하게 잘 해야 한다. 선수의 잘못된 부분은 지적하는게 맞지만 선수들이 잘 받아들일 수 있게 표현을 하는 것이 문제다. 부족한 것이 많다"고 자평했다.
경기에 대한 평가는 박재홍이 하지만 그의 해설에 대한 평가는 시청자와 선수들이 한다. 때문에 이 반응이 어떤가라는 질문을 하기도 전에 먼저 "반응이 어떤가"라는 물음이 돌아왔다.
SK 관계자는 박재홍에 대해 "타격 이론이 상당히 해박하다. 분명 해설을 잘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재홍은 "주위에서 '나쁘지 않다, 더 노력하라'고 격려한다"고 이야기를 전하며 더 열심히 공부하겠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SK에서 함께 뛰었던 김재현도 올해부터 SBS ESPN의 해설가로 데뷔했다. 미묘한 경쟁심이 생길 수도 있는 상황.
이에 대해 박재홍은 "부담감은 없다. 같은 팀 소속으로 야구를 잘했던 후배다. 야구에 대한 깊이도 있고 잘할 것이다"라며 "좋은 점이 있으면 공부하고 배우겠다. 그리고 (해설가로서)신인이기 때문에 경쟁자로 생각할 겨를도 없다"라면서 김재현에 대한 덕담과 함께 자신이 할 일에만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지난 1월 은퇴 기자회견에서 "(300-300에) 남은 도루 33개는 해설가로서 시청자들의 마음을 뺏겠다"고 말했다. 박재홍은 이 말을 꺼내자 웃으며 "뺏도록 노력하겠다"고 이 각오가 유효하다고 했다.
1996년 신인으로서 프로야구를 호령했던 그가 해설가로서도 무서운 신인의 면모를 선보일 수 있을지 흥미롭다.
[해설가로 변신한 박재홍(첫 번째 사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진과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는 모습(두 번째 사진 왼쪽). 사진=마이데일리DB]
고동현 기자 kodori@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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