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 아쉬움이 남은 프로농구 시상식이었다.
25일 건국대 새천년기념관. 2012-2013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시상식이 열렸다. KBL(한국농구연맹)이 준비를 많이 한 표시가 났다. 장소 선정부터 팬들과 기자들을 위한 배려까지 완벽에 가까웠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12-2013시즌을 기분 좋게 정리하는 데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단 하나 옥에 티가 있었다.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한 외국인선수들이었다.
▲ 두 말할 필요 없는 프로농구 외국인선수 비중
프로농구의 외국인선수 비중은 4대 프로스포츠 중 가장 높다. 프로농구는 잘 뽑은 외국인선수 1명이 팀을 우승시킬 수도 있고, 식물 외국인선수가 팀을 최하위로 빠뜨릴 수도 있다. 지난 2012-2013시즌에도 효자 외국인선수들이 있었다. SK를 정규시즌 우승으로 이끈 에런 헤인즈, 모비스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힘을 보탠 리카르도 라틀리프-로드 벤슨 콤비. 전자랜드 테크니션 리카르도 포웰, KGC 쇼타임을 이끈 후안 파틸로 등은 인상깊은 활약을 펼쳤다.
SK가 정규시즌 최다승(44승), 홈 최다연승(23연승)을 해낸 건 에런 헤인즈의 해결사 본능이 결정적이었다. 모비스 역시 시즌 중반 LG에서 트레이드로 영입한 벤슨이 포스트시즌서 맹활약하며 챔피언결정전 우승에 골인했다. 우승반지를 끼려면 똘똘한 외국인선수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매년 비 시즌 각 팀들은 쓸만한 외국인선수 구하기에 올인한다.
▲ 초대받지 못한 외국인선수들
이들 중 단 1명도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시즌 종료와 함께 고국으로 떠나버렸기 때문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KBL은 유독 외국인선수에게 높은 잣대를 들이댄다. 정규시즌 MVP, 챔피언결정전 MVP 등 비계량부문에서 표를 행사하는 기자들도 비슷한 활약이라면 외국인선수보다 국내선수에게 표를 던지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KBL은 원년부터 외국인선수상을 뒀다. 최고 외국인선수의 활약을 치하하는 것. 그러나 지난해부터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상황이 이러니 굳이 외국인선수들이 정규시즌 시상식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에 오래 머무를 이유가 없다. 한 시즌을 마감하는 축제 자리에 좋은 활약을 펼친 외국인선수들은 철저히 이방인이 됐다. 시상식에서 베스트5 부문에 벤슨과 리온 윌리엄스(오리온스)가 포함됐을 뿐. 이들의 수상소감은 동료 혹은 프런트가 대신해 감흥이 반감됐다.
▲ 한선교 총재 “외국인선수상 폐지, MVP 권위 높이기 위해서”
논란이 될 것을 예상하고 있었을까. 정규시즌 MVP 시상을 위해 단상에 오른 KBL 한선교 총재는 대뜸 “그동안 KBL은 외국인선수상을 따로 뒀다가 지난해부터 폐지했다. 정규시즌 MVP의 권위가 떨어지는 게 우려됐다. 두 상을 하나로 통합해 MVP의 권위를 높이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뭔가 아쉬움이 남는다.
어차피 한국 기자들의 투표로 뽑는 비계량 부문 상에선 국내선수에게 약간의 프리미엄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KBL이 MVP 선정방식에 변화를 주거나 외국인선수상을 그대로 두는 게 나았다. 상황은 여자프로농구도 비슷하다. 여자농구는 2012-2013시즌 5년만에 외국인선수 제도를 부활했다. 하지만, 계량 부문에선 엠버 해리스, 나키아 샌포드 등이 기록에 따라 상을 받았지만, 비계량 부문에선 철저히 소외됐다.
KBL 홍보팀 직원들은 시상식 전날 세 시간밖에 자지 못했다고 한다. 그 정도로 시상식 준비를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시상식에 초대받지 못한 외국인선수들에게 KBL의 시상제도는 어떤 의미일까. 과거 밀어주기 논란 이후 계량부문 시상도 없앤 상황. 정규시즌 MVP를 국내선수에게 주고 싶다면, 외국인선수상을 부활시키는 게 낫다.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헤인즈(위), 벤슨(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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