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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길 기자]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까지 일요일 예능 대전에 나설 선수들이 모두 링에 오른 가운데 초반 기세를 올리고 있는 건 단연 MBC '일밤'이다.
올해 초만 해도 부진의 타개책이 없다는 말까지 나오던 '일밤'은 지난달 28일 방송분에 대해 집계된 코너별 시청률에서 1부 '아빠 어디가'가 15.0%(이하 닐슨코리아 집계 전국기준), 2부 '진짜 사나이'가 10.2%를 기록했다. 동시간 대 방송되는 KBS 2TV '해피선데이'의 '맘마미아'와 '1박2일'은 5.7%와 13.4%를, '일요일이 좋다'의 '맨발의 친구들'과 '런닝맨'은 5.1%와 15.3%를 기록한 것이 비교하면 유일하게 두 코너가 쌍끌이 인기에 성공하고 있는 방송이 '일밤'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 비범한 상승세의 시작은 예상치 못한 '아빠 어디가'의 성공부터 시작됐다. 갈수록 커지는 투자와 스케일로 예능 전쟁이 펼쳐진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아빠 어디가'는 시골길에서 만난 강아지를 지나치지 못하는 세 꼬마의 모습을 20분에 가까운 시간 동안 특별한 개입 없이 가만히 비췄다. 이런 '아빠 어디가'의 파격은 동심과 부성에 감명 받은 시청자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이어졌다. 이후 꼬마들은 기업이 저마다 먼저 나서 찾는 CF 스타로 거듭났다.
'군대에서 축구한 이야기' 다음으로 지루하다는 '군대이야기'를 다룬 '진짜 사나이'가 통한 것도 의외의 사건이다. 어리바리한 모습을 보이다 훈련교관에게 혼나고, 사회에서는 대단치 않아 보이는 간식 하나에 감동 받는 연예인들의 모습은 다수 남성 시청자의 공감을 얻어냈고, 또 이들의 엉뚱함은 여성 시청자의 관심까지 이끌어내고 있다.
하지만 초반의 기세에도 '일밤'이 방심하기는 이르다. 우선 우려되는 지점은 '아빠 어디가'와 '진짜 사나이' 둘 다 소재라는 측면에서 한계를 지적 받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들이 카메라에 익숙해질수록, 스타들이 군대라는 공간에 익숙해질수록 프로그램이 새로운 장면을 만들어가기 어렵다는 측면은 장기적으로 이들에게 불안요소다.
그렇다고 익숙함을 돌파하기 위해 제작진의 은근한 개입이 시작되는 순간 두 프로그램의 근간이 되는 관찰 예능이라는 특성이 무너질 수 있다는 점도 조심해야할 부분이다.
익숙함이 식상함으로 변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변화를 시도해야하지만, 그 변화의 형태가 기존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들에서 시도됐던 사례와는 또 달라야한다는 것이 관찰예능으로 부활한 '일밤'이 가지는 딜레마인 것이다.
이밖에 가수 윤민수의 아들 윤후의 사생활 공개에 대해 제기된 우려나 개그맨 서경석의 명령 불복종 장면이 촉발한 논란에서 보듯 아동과 군대라는 소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영역이라는 점도 항시 주의해야할 요소다.
신선함으로 암울함을 극복한 '일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가장 새로운 것을 다시 한 번 선보여야 할 시점은 지금부터다.
[MBC '일밤'의 1부 '아빠 어디가'와 2부 '진짜 사나이'. 사진 = MBC 방송화면 캡처]
이승길 기자 winnings@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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