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40홈런, 20승. 올 시즌에는 가능할까.
지난해 100만 관중은 65경기만에 달성했다. 올 시즌엔 지난 1일 100경기만에 달성했다. 35경기 늦었다. 최근 점점 관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지난 주말 어린이날 시리즈에 많은 관중이 몰리면서 야구 흥행에 불을 지폈다. 확실히 날씨가 풀리니 야구장을 찾는 관중의 발걸음이 늘어나고 있다. 야구계는 이런 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어린이날 시리즈서 홈 경기를 치른 구단들. 저마다 인상적인 마케팅과 이벤트로 팬들을 유혹했다. 이건 팬들을 오래 붙잡을 수 있는 요소는 아니다. 경기 품질 하락. 이젠 인정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야구계는 더 이상 날씨 변명을 해선 안 된다. 이제 날씨가 점점 좋아지고 있으니 진짜 팬심을 읽을 수 있다. 가장 확실한 흥행 마케팅 요소는 콘텐츠 본질이다.
▲ 프로야구, 콘텐츠 속에서 볼거리를 찾아라
야구 팬들은 결국 콘텐츠 본질인 야구에서 희열을 느끼기 마련이다. 구단과 선수들이 자꾸 볼거리를 제공해줘야 한다. 다행히 순위 싸움은 뜨겁다. 확실한 4강이 형성됐다. 선두 KIA와 4위 삼성은 고작 1.5경기 차. 그 속에 넥센과 두산까지. 지난 2년간 삼성이 선두를 독주했으나 올 시즌엔 확실히 상위권 팀들의 전력 평준화가 이뤄졌다. 최근 몇 년간 자존심을 구긴 KIA와 두산이 올 시즌엔 순항 중이고 넥센은 초보 염경엽 감독이 의외로 노련한 시즌 운영을 보여주고 있어 흥미를 더하고 있다.
NC와 한화의 탈꼴찌 다툼도 은근히 흥미롭다. 한화는 NC와의 시즌 첫 3연전서 개막 13연패를 끊으면서 3연승에 성공했다. 당시 대전구장 취재열기는 한국시리즈 열기에 버금갔다고 한다. 두 팀은 7~9일 창원에서 시즌 두번째 3연전을 갖는다. 두 팀은 전력이 허약하다는 사실이 변함 없다. 그래도 최근엔 쉽사리 패배하는 모습이 줄어드는 등 경기내용은 점점 좋아지고 있다. NC는 현재 3연승 중이기도 하다. 이런 치열한 순위다툼이 되도록 오래가야 팬들을 붙잡을 수 있다.
▲ 40홈런타자, 20승투수가 나와야 팬들이 즐겁다
야구 팬들이 왜 야구 자체에 희열을 느낄까. 모 구단 프런트는 “야구가 고도의 테크닉을 수반하는 스포츠이기 때문인 것 같다”라고 웃었다. 전국 곳곳에 야구 배팅을 즐길 수 있는 연습장이 있다. 그러나 의외로 강속구를 정확하게, 멀리 치는 건 쉽지 않다. 사회인 야구에서 볼 좀 던진다는 투수도 130~140km 이상 던지기란 쉽지 않다. 확실히 프로야구 선수들에겐 우월한 야구 유전자가 있다.
팬들은 야구 선수가 보통 사람이 보여줄 수 있는 능력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줄 때 열광한다. 다시 말해서 선수들이 도저히 해낼 수 없는 기록을 찍어낼 때 희열을 느낀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을 대신 해줬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카타르시스다. 그런 점에서 타자가 많은 홈런을 때리고, 투수가 많은 승리를 따내는 것이 팬들을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요소다.
현 시점에서 거포 혹은 홈런왕의 기준이라고 하면 30홈런 정도라고 보면 된다. 최다승 투수도 거의 15승 전후에서 형성됐다. 21세기 들어 야구수준이 향상되면서 30홈런 타자, 15승 투수를 찾아보는 게 쉽지 않아졌다. 21세기 들어 지난해까지 12시즌동안 30홈런 이상을 친 타자는 총 29명, 15승 이상 따낸 투수는 총 32명이었다. 연간 2명 정도였다. 결코 쉬운 기록이 아니다.
팬들은 그 보다 한 단계 위인 40홈런 타자와 20승 투수에게 희열을 느낀다. 2002년과 2003년 이승엽(삼성)과 심정수(은퇴)의 홈런대결은 초미의 관심을 모았다. 이승엽은 결국 2003년 잠자리 채를 등장시키며 56홈런을 날렸다. 1995년 이상훈(은퇴), 1999년 정민태(은퇴)가 20승을 따낼 때 역시 팬들의 비장한 관심을 모았다. 40홈런과 20승은 확실히 더 힘들다. 40홈런이 나온 시즌은 단 7시즌, 20승이 나온 시즌은 12시즌이었다. 물론 20승엔 프로 초창기 분업화 되지 않은 마운드 환경을 감안해야 한다.
▲ 40홈런타자·20승투수, 2013년은 어떨까
40홈런 타자와 20승 투수가 동시에 나온 시즌은 1999년이 유일했다. 당시 관중수는 322만624명. 1995시즌의 540만6374명에는 못 미쳤으나 1997시즌의 390만2966명에 이어 2년만에 300만 관중 시대를 회복했었다. 당시 IMF 시대였다는 점, 마케팅 정책이 세분화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관중 몰이에 성공한 시즌이었다. 당시 이승엽이 54홈런을 치며 팬들을 열광시켰다. 20승을 따낸 정민태(당시 현대)를 비롯해 6명이나 15승 이상을 따냈었다.
2007년 다니엘 리오스(당시 두산)가 22승을 따냈다. 훗날 약물파동이 불거지면서 기록 의미가 상쇄됐다. 국내 투수의 선발 20승. 1995년 이상훈 이후 18년째 나오지 않고 있다. 40홈런도 2010년 이대호(당시 롯데)의 44홈런 이후 자취를 감췄다. 야구 팬들은 과거 이상훈과 정민태, 이승엽과 이대호에 버금가는 괴물 타자, 괴물 투수가 나오길 원한다.
올 시즌. 일단 출발은 나쁘지 않다. 양현종(KIA), 브랜든 나이트(넥센) 등 4명이 4승으로 다승 선두권을 형성했다. 좀 더 힘을 내줘야 할 시점. 홈런 부문에선 박병호(넥센)가 9홈런으로 단독 선두. 최희섭(KIA), 최정(SK)이 8홈런으로 뒤를 쫓고 있다. 이들은 단순 페이스 계산으론 40홈런이 가능하다. 이들은 상대 견제와 슬럼프, 9구단 체제의 특수성 등을 극복해야 20승과 40홈런에 골인할 수 있다.
메이저리그와 일본에서 류현진, 추신수, 이대호가 펄펄 날고 있다. 팬들을 해외리그에 빼앗기지 않으려면 국내리그의 흥행, 나아가 국내 선수들의 분전과 치열한 순위다툼이 있어야 한다. 야구 콘텐츠의 품격을 높이려면 30홈런 타자, 15승 투수가 나와야 한다. 팬들에게 그 이상의 희열을 선사하기 위해선 40홈런 타자, 20승 투수가 나와줘야 한다. 소비자들은 장기화된 불경기 속에서 평범한 기록을 남기는 팀과 선수들을 보기 위해 지갑을 열지 않는다.
[홈런 1위 박병호(위), 팬들이 꽉 들어찬 잠실야구장(가운데, 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