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프랑코가 몸 관리를 정말 잘했다.”
종목을 불문하고 스포츠 선수에게 몸 관리의 중요성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특히 프로 선수들은 더더욱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한다. 몸 관리가 재산이요, 재산이 곧 돈인 걸 너무나도 잘 알기 때문이다. 매일 경기가 열리는 야구. 잠시라도 몸 관리에 소홀해선 안 되는 대표적인 종목이다. 삼성 류중일 감독이 15일 잠실 두산전을 앞두고 야구선수의 몸 관리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설명해 눈길을 모았다.
▲ 아프면 손해, 내 자리 빼앗긴다
삼성은 지금 손목에 부상을 입은 박한이가 1군에 없다. 삼성은 박한이가 없어도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전력이 좋아 공백을 느끼지 못한다. 8연승 승승장구. 그러나 박한이 본인에겐 얘기가 다르다. 잠재적 외야 경쟁자인 후배 정형식과 우동균이 최근 맹타 행진. 박한이로선 급하다. 돌아와도 정형식에게 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
류 감독은 “주전은 준비 된 자의 것이다. 아파서 빠지면 그 사람 손해”라는 지론이다. 내가 아파서 빠진 사이 주전을 꿰찬 선수가 잘할 경우 부상을 털고 돌아와도 주전에서 밀린 것이라는 논리다. 류 감독은 그래서 “억울하면 왜 다치노?”라고 되묻는다. 부상을 당하지 않고 몸 관리를 잘 하는 것도 주전의 덕목이라는 생각.
류 감독은 “아픈 선수는 절대로 게임에 뛰면 안 된다”라고 했다. 그 선수의 보호 차원도 있지만, “벤치에는 몸이 멀쩡한 선수도 그 선수 때문에 못 뛰고 있는데 아픈 선수가 뛰는 건 말이 안 된다. 아픈 선수가 참고 뛰는 것보단 안 아픈 선수가 뛰는 게 합리적”이라는 주장. 아픈 그 순간 주전에서 밀린다는 의미.
류 감독의 지론을 잘 아는 삼성 선수들은 평소 부상을 조심하기 위해 철저하게 몸 관리를 한다. 두 가지 효과가 있다. 1차적으로 주전을 사수할 수 있다. 팀 전체적으로는 건강한 팀의 토대가 만들어진다. 그래서인지 삼성엔 부상자가 타팀에 비해 현저히 적다. 강팀의 기본 밑바탕이다.
▲ 이승엽과 프랑코 사례, 몸 관리가 재산이다
삼성에서 가장 몸 관리를 잘 하는 선수는 누구일까. 류 감독은 “이승엽”이라고 했다. 그가 왜 슈퍼스타인지 알 수 있는 대목. 류 감독은 “난 야간게임에 낮 12시 30분에 출근한다. 그때 항상 승엽이가 와 있거나 나보다 약간 늦게 온다”라고 했다. 이어 “선수들 중에선 승엽이가 출근을 가장 빨리 한다”라고 했다.
통상 야간경기 때 홈팀의 연습시작 시간은 2시에서 2시 30분 사이. 이승엽은 연습시간 2시간 전부터 미리 그날 경기를 준비한다. 따로 특타를 할 수도 있지만, 류 감독이 본 바로는 주로 몸 관리에 신경을 쏟는다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거나 트레이너에게 마사지를 받고 근육도 미리 풀어놓더라. 일본에서 몸에 벤 습관”이라고 귀띔했다.
삼성에서 2000년에 훌리오 프랑코가 뛴 적이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성공한 그는 당시 만 42세의 나이로 한국에서 뛰어 화제를 모았다. 타율 0.327 22홈런 110타점을 기록한 뒤 홀연히 미국으로 돌아갔다.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뒤 2007년에 은퇴했다. 한국나이 50세까지 야구를 한 것이다. 류 감독 역시 수비코치 시절 프랑코를 곁에서 지켜봤다.
“정말 몸 관리가 대단하더라. 웨이트트레이닝을 대단히 체계적으로 했다”라고 회상했다. 실제 프랑코의 등장으로 한국야구에도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이 대두했다. 류 감독의 말론 8~90년대 프로야구 선수들은 대부분 웨이트 트레이닝에 무지했다고 한다. 당시 한솥밥을 먹은 삼성 선수들은 그야말로 문화적 충격 속에서 몸 관리, 특히 웨이트트레이닝의 중요성에 눈을 떴다. 세월이 지나고 나니, 그게 정답이었다. 이승엽과 프랑코 모두 성공한 야구선수의 길을 걸었거나 걷고 있다.
▲ 타이거 우즈가 부러운 류중일, 근육 빵빵? NO 쭉 빠진 몸매 YES
류 감독은 대뜸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몸매가 타이거 우즈 몸매다”라고 웃었다. “벗은 몸을 본적은 없지만, 골프를 할 때 옷을 입은 모습을 보면 몸매가 보인다. 스윙 하는 뒷모습에서도 딱 몸매가 잡혀있다”라고 했다. 우즈의 몸매를 상상해보자. 우락부락한 근육질 몸매가 아니다. 류 감독은 “몸매가 매끈하게 쭉 빠졌다”라고 극찬했다.
류 감독은 “근육을 울퉁불퉁하게 키우는 것보다 매끈한 몸매를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라고 했다.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크기만 크면 오히려 야구에 방해가 된다고. 야구선수에게 필요한 근력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 류 감독은 “근육이 울퉁불퉁하면 보디빌딩을 하면 된다. 야구 선수 근육은 매끈하고 말랑말랑해야 한다”라고 했다. 흔히 말하는 잔 근육을 키워 균형 잡힌 몸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의미.
류 감독은 “프랑코가 무거운 역기를 드는 걸 본적이 없다. 작은 덤벨을 규칙적으로, 꾸준히 들더라. 경기 후에는 꼭 스쿼트로 근육의 긴장감을 유지했다. 그래야 몸에 힘이 안 빠진다고 하더라”고 회상했다. 물론 과거 심정수, 송지만 등 터미네이터급 몸을 만들어 성공한 선수도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역할과 체형에 맞는 웨이트트레이닝이 성공 가능성을 높인다.
몸 관리는 꼭 웨이트트레이닝만 해서 되는 건 아니다. 몸의 피로를 풀어주는 마사지 혹은 장거리, 단거리 러닝 등도 매우 중요하다. 자신의 특성과 역할에 맞는 몸 관리 방법을 찾아 꾸준히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음주, 흡연 등을 절제하는 것도 중요하다. 몸 관리를 잘 하는 선수는 불의의 부상을 입을 확률이 확실히 낮아진다. 실력을 갖췄다면 주전에서 밀려날 가능성도 그만큼 줄어든다. 이승엽, 훌리오 프랑코, 타이거 우즈. 해당 분야에서 성공한 고수들은 뭔가 달라도 다르다.
[훌리오 프랑코와 이승엽(위), 프랑코(가운데), 이승엽(아래). 사진 = 삼성라이온즈 제공, 마이데일리 사진 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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