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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지영 기자] 돌아보면 배우 이진욱은 수많은 작품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2013년이 된 지금에서야 그는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을 만났다.
이진욱은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나인; 아홉 번의 시간 여행'(이하 '나인')에서 주변 사람들을 위해 아홉 개의 향을 피워 20년 전으로 돌아가 과거를 바꾸는 시간 여행자 박선우 역을 맡아 숨겨져 있던 연기력의 '포텐'을 터트렸다.
'나인'이 끝나고 며칠 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캐릭터를 무사히 소화한 이진욱을 만났다. 그는 드라마 시작 전보다 살이 많이 빠진 듯 했지만 얼굴은 밝아 보였다.
그는 "어려운 선우를 만나 고생을 했더니 살이 좀 빠졌다. '나인'을 정말 좋아했지만 또 힘든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이진욱은 매회, 모든 장면에서 벽에 부딪혔다.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막상 정면으로 마주 선 박선우란 인물은 그의 예상을 넘어서 훨씬 복잡하고 어려운 인물이었다.
"작가님께 엄살을 부린 적이 있다. 매회 대본을 받고 촬영을 하는데 하루, 하루가 도전이었다. 그렇게 매 신마다 벽을 만나면서 소위 말하는 한계를 느꼈다. 그때 작가님이 나에게 하신 말이 있다. '해내라'. 그 말이 나를 일깨웠다. 그렇게 드라마 하는 내내 스태프와 감독님이 내 손을 잡아줬고 뒤에서 작가님이 밀어줬다. 우리 팀이 없었다면 박선우는 없었을 것이다. 우리 팀을 만난 게 행운이었다."
'되풀이되는 생에도 변함없이 내 옆을 지켜준 사람들. 그 운명을 선택해 준 사람들에게 새삼 감사하게 된다. 매번 매 생애마다 한결같이 내 가장 진실한 친구가 되어준 너에게 감사한다.'
"처음 그 대사를 보고 차마 입으로 소리 낼 수가 없었다. 눈물이 계속 흘렀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선우는 죽음을 앞두고 '새삼' 깨달은 것이다. 나는 이 대사를 이해하고 눈물 흘릴 줄 아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눈물을 흘리지 못했다면 드라마를 다시 한 번 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것도 아니라면 나이가 더 들고 나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매회 알 수 없는 전개가 이어졌던 '나인'은 드라마 자체로도 많은 인기를 누렸지만 '이진욱 앓이' '이진욱의 재발견' 등 이진욱에 대한 칭찬이 드라마 내내 이어졌다. 특히 이진욱화된 박선우가 아닌 다른 박선우를 상상할 수 없다는 의견도 지배적이었다.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쑥스러워서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드라마가 잘된 데에는 나뿐 아니라 모든 사람이 집중했기 때문이다. 나는 좋은 감독님, 좋은 대본을 보면서 힘을 얻었다. 우리 제작진과 스태프는 처음부터 이 드라마에 모든 것을 걸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런 생각을 갖고 있지만 모든 사람이 그렇지는 않다. 그래서 나는 정말 행운아다. 나는 감독님과 스태프를 보고 이 드라마를 선택했고, 감독님은 작가, 스태프, 나에게 사활을 걸었다. 스태프는 나, 감독, 작가를 보고 믿음을 가졌다. 서로가 서로를 좋아하고 따랐기 때문에 '나인'이 사랑을 받은 것일 뿐 나 혼자 잘했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나인'은 시간 여행자 박선우의 이야기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전개상 박선우, 주민영(조윤희)의 로맨스에 대한 비중은 적었고,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두 사람의 로맨스에 대해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
"로맨스가 어울리는 드라마가 아니었다. 대중들의 입맛에 맞추는 드라마도 아니었고. 그래서 케이블과 어울렸고, 작가님은 자신의 생각을 온전하게 담을 수 있었다. 대중의 입맛에 맞추느라 로맨스가 많아졌다면 '나인'이 가진 매력을 잃어버렸을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사랑인데 드라마에서 사랑까지 함께 다뤘다면 아마 사랑이 버림받는 느낌이 났을 수도 있다."
"치열한 삶을 살던 20대를 넘기고 나를 다시 돌아볼 수 있는 30살을 지나왔다. 그제서야 여유를 찾고 내 주위를 돌아봤을 때, 그 때서야 비로소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이 보였다. 20대였다면 '나인' 속에 숨겨져 있는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지금 이 시점에 이 작품을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다."
'나인' 이진욱의 두번째 인터뷰(②)가 이어집니다.
[배우 이진욱. 사진 = 유진형 기자 zolong@mydaily.co.kr]
이지영 기자 jyoun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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