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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이승록 기자] "시간이 잠시 멈췄으면 좋겠어요."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의 마지막 장면.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신세경의 말에 운전하던 최다니엘이 눈물을 머금고 고개를 돌리는 순간 흑백으로 전환된 화면. 그리고 '지붕뚫고 하이킥'의 시간은 정말 그대로 멈춰버렸다. 최악의 엔딩이란 혹평도 쏟아졌지만, 쉽게 잊을 수 없는, 앞으로 또 없을 엔딩이었던 건 분명하다.
여러 스타를 배출한 '지붕뚫고 하이킥'이었으나 누구보다도 신세경이 가장 큰 수혜자였다고 생각한다. 청초한 얼굴에 왠지 모르게 슬픔이 배어날 것만 같은 눈빛과 목소리. 어린 동생을 데리고 남의 집에 얹혀 식모살이를 하는 신세경의 캐릭터는 연민스러웠고, 이전에 특별한 이미지가 없던 신세경에게 식모 신세경이란 캐릭터는 자연히 동일시됐다.
신세경은 '지붕뚫고 하이킥' 이후 영화 '오감도', '푸른소금', '알투비: 리턴투베이스',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패션왕' 등에 출연했다. 그러나 그곳에 식모 신세경은 없었다. 신세경은 '뿌리 깊은 나무'의 소이나 '패션왕'의 이가영처럼 다른 캐릭터를 찾았고, '지붕뚫고 하이킥' 때 신세경만큼의 찬란한 호평은 없었다. 오히려 연기력에 대한 비판이 날을 세웠으며, 그런 신세경을 보면서 왜 대중이 가장 사랑한 '지붕뚫고 하이킥'의 이미지를 이어나가지 않았던 건지, 왜 순탄한 길을 가지 않는 건지 궁금했다.
그리고 신세경은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의 서미도를 선택했다. '패션왕'이나 이가영이 공감 안 갔다면, 서미도는 처음부터 공감할 수조차 없었다. 한태상(송승헌)과 연인 관계였고 사랑의 마음이 잠시나마 있었겠지만 애초에 그 마음은 한태상의 '돈'에서 파생된 것에 불과했다. 무너지기 쉬울 수밖에 없는 서미도의 마음은 이재희(연우진)를 만나면서, 이재희의 구애를 힘껏 거절하지 않으면서 급격히 흔들렸다. 그리고 한태상의 사랑을 저버리면서 서미도는 한태상이 자신의 꿈을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했다. 한태상이 자신을 위협했을 거란 착각은 서미도의 오해가 아니라 어쩌면 한태상을 떠나고 싶은 서미도가 그렇게 믿고 싶은 것일지도 모르겠다.
어머니 최선애(오영실)보다 더 치밀하게 속물적이고 다른 사람의 슬픔보단 자신을 가장 우선적으로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여주인공 서미도. 요즘 20대 여배우라면 결코 끌리지 않을 여주인공을 신세경은 골랐다.
식모 신세경을 놓아둔 채 신세경은 계속 새로운 길을 고집하고 있다. 인기에 안주하고 적당히 비슷한 캐릭터를 반복하며 CF 찍기에 몰입하는 젊은 여배우들도 있지만 신세경은 그러고 싶진 않은 모양이다. 출연한 작품이 늘어날 때마다 식모 신세경의 이미지에 가려져 있던 연기력의 꺼풀은 벗겨지고 질타는 커져도 신세경은 또 남들이 안 하는 캐릭터를 연기한다. 두 남자 사이에서 서미도는 욕먹고 있는 데도, 신세경은 가파른 언덕에서 굴러 떨어지고 "내가 잘못했어요 학비 주고 병원비 준 사람 놔두고 다른 사람을 좋아한 거지. 그래서 내가 이렇게 벌 받는 거지. 내가 잘못했어. 다신 안 그럴게요"라며 울부짖고 연기하고 있다.
[배우 신세경의 MBC 시트콤 '지붕뚫고 하이킥' 장면(위)과 MBC 드라마 '남자가 사랑할 때' 장면. 사진 = MBC 방송 화면 캡처]
이승록 기자 rok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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