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마이데일리 = 레바논 베이루트 김종국 기자]2년전 한국을 상대로 승리를 거뒀던 레바논의 테오 부커(독일) 감독은 한국과의 맞대결을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은 5일 오전(이하 한국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스타디움서 레바논을 상대로 2014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6차전을 치른다. 레바논은 2년전 같은 장소서 열린 한국과의 월드컵 3차예선 경기서 2-1 승리를 거뒀다. 당시 감독 역시 부커 감독이었지만 이번 맞대결을 앞둔 그는 승리에 대한 의욕이 떨어진 모습이었다.
부커 감독은 2002년에도 레바논 대표팀을 이끌었다. 당시 부인과 사별한 부커 감독은 방황을 하던 중에 레바논 대표팀을 맡게 됐다. 하지만 얼마 시간이 지나지 않아 승부조작으로 인해 레바논 대표팀 운영이 어려워져 지휘봉을 내려 놓아야 했다. 그 사이 부커 감독은 레바논 여인과 결혼하며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이후 부커 감독은 지난 2011년 8월 월드컵 3차예선을 한달 앞두고 갑자기 레바논 대표팀 감독에 재선임됐다. 부커 감독은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후 한달 만에 치른 한국과의 3차예선 첫 경기서 0-6 대패를 당했다. 3차예선 기간 동안 팀을 재정비한 부커 감독은 한국과의 3차예선 홈경기 승리와 함께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연합(UAE)과의 경쟁에서 앞서며 최종예선에 진출하는 성과를 이뤘다.
부커 감독의 시련은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에서도 이어졌다. 레바논이 한창 순위경쟁을 펼치고 있던 지난 3월 핵심 미드필더 안타르(산둥 루넝)이 대표팀 차출에 불응했고 곧 대표팀 은퇴까지 선언해버렸다. 이어 승부조작으로 인해 주축 수비수 다요브 등 6명의 선수가 대표팀을 떠났다. 선수 한명이 아쉬운 상황에서 수비수 함만은 와이프 문제로 캐나다로 여행을 떠나버렸다. 부커 감독이 어렵게 설득해 대표팀에 합류한 신예 공격수 수니 사드는 이중국적 문제로 인해 한국전에 출전하지 못한다. 부커 감독이 어렵게 만들어 놓았던 팀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레바논은 오랜 내전으로 인해 현지 정세가 불안하다. 레바논이 월드컵 예선 홈경기를 치르는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스타디움의 잔디 역시 수준 이하다.
부커 감독에게도 레바논의 환경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난 1일 레바논 대표팀 훈련장에는 무장군인 30여명이 경계를 서고 있었다. 부커 감독은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라며 축구에만 집중할 수 없는 현실에 불만을 나타냈다.
카밀 샤문 스포츠시티의 잔디 상태가 좋지 못한 것 역시 부커 감독도 잘알고 있다. 부커 감독은 "좋은 시설을 가지지 못한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 원정경기를 갔을때는 잔디 상태가 최상이었고 부러웠다. 그런 시설이 레바논에 없어 안타까웠다. 우리 역시 안좋은 경기장서 경기를 치르면 경기력이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2년전과 비교할때는 그라운드 컨디션이 좋아졌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부커 감독은 레바논 대표팀을 힘들게 완성시켜 놓으면 팀이 무너지는 경험을 반복해왔다. 이번 한국전을 앞두고도 부커 감독은 "우리는 팀이 아니다. 한국전은 아시안컵을 준비하는 계기로 삼겠다"며 한국과의 승부에 의욕을 잃은 듯한 모습을 보였다.
또다시 대표팀 재정비를 준비하고 있는 부커 감독은 "팀을 정비할 시간이 필요하다. 레바논 클럽들의 선수 차출 지원이 잘되지 않아 어려움이 있지만 행복하게 팀을 이끌어 가겠다"는 의욕을 나타냈다.
[부커 감독. 사진 = 베이루트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종국 기자 calcio@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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