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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명왕성'은 성장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파괴에 대한 이야기다"
신수원 감독의 말처럼 '명왕성'은 주인공인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의 성장을 그려내기 보다는 파괴에 초점을 맞췄다. 실제 신수원 감독은 입시경쟁에 내몰린 주인공들이 친구 그리고 스스로를 어떻게 파괴해 가는지, 학생들을 입시 경쟁으로 내몬 장본인인 어른들이 아이들을 어떻게 괴물화 시키는지를 생생하게 담아낸다.
영화는 유진(성준)의 변사체를 발견하게 되며 본격 시작을 알린다. 신수원 감독은 그가 왜 죽게 됐는지를 역추적해가는 스토리를 통해 영화 속 긴장감을 부여했다.
신수원 감독은 자신의 작품 속 주인공들을 더 극한으로 몰고 가며 현실 속 고등학생 보다 과장된 인물들을 창조해냈다. 하지만 그들의 행동이 어색하지 않은 건 이들의 모습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고, 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무의식 속에 '어쩌면 일어날 지도 모르는 일'이라는 위기의식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신 감독은 역시 "치열한 입시 경쟁의 단면을 극단적으로 끌고 가는 측면이 있다. 자칫 과장돼 있다, 비현실적이다…라는 의견을 들을 수도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상황들이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도 있는 일이라는 걸 느끼게 해주고 싶었기 때문에 영화의 시작과 끝에 리얼한 장면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명왕성'은 극화된 감이 있지만 신수원 감독은 전직 교사 출신답게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현실과 과장의 경계에서 자신의 무게중심을 확실히 지킨다.
또 '명왕성'은 자칫 치기어려 보일 수 있는 인물들을 땅 아래로 끌어내린 배우 이다윗, 성준, 김권에 주목하게 만든다. 이다윗은 이미 이창동 감독의 '시'로 베를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배우. 당시 현지 심사위원들은 이다윗을 비롯한 배우들에게 "한국의 기대되는 젊은 배우들"이라며 호평을 보냈다. 성준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복잡한 내면연기부터 몽환적 분위기까지 완벽히 소화해 내며 하이틴 스타를 넘어 스펙트럼 넓은 배우임을 증명해 보였다. 마지막으로 신예 김권은 자기중심적이고 이기적인 명호 캐릭터를 실감나게 연기하며 차세대 연기파 배우의 등장을 알렸다.
'명왕성'은 '당신이 외면했던 우리 아이들의 진실'이라는 카피처럼 현 교육현실과 입시지옥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품이다. 제63회 베를린영화제 특별언급상, 제11회 피렌체 한국영화제 영화평론가 심사위원상인 인디펜던트 부문 수상의 영광을 안았으며, 당초 청소년관람불가 등급 판정을 받았지만 이례적으로 15세 이상 관람가로 재분류 됐다. 내달 11일 개봉.
[영화 '명왕성' 스틸컷. 사진 = 싸이더스FNH, SH필름 제공]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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