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이데일리 = 김미리 기자] 강산도 두번 바뀐다는 데뷔 20주년이 됐다. 정우성은 지난 1994년 영화 '구미호'로 데뷔한 후 1997년 영화 '비트'로 시대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했다. 당시 정우성을 따라하지 않은 남성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였고, 여성들은 기꺼이 자신의 마음을 정우성에게 내주길 주저하지 않았다.
'비트'를 선보인지 16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오토바이를 탄 채 팔을 벌리는 그를 기억하며 "나에겐 꿈이 없었다"라는 대사를 읊조린다. '비트'를 향유했던 세대들에게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으며, 추억 속 영웅이었던 정우성이 데뷔 20주년에 새로운 변화를 감행했다. 다른 사람들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칠까싶어 섣불리 악역에 도전하지 않았던 그가 영화 '감시자들'을 통해 생애 첫 악역을 연기했다.
정우성은 '감시자들'에서 범죄조직의 리더 제임스 역을 맡았다. 완벽한 범죄설계자이자, 냉철하면서도 카리스마를 갖춘 인물이다. 무슨 역을 연기하더라도 '이 캐릭터에는 그럴 수밖에 없는 가슴 아픈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 거야'라고 믿게 만들며 자신의 캐릭터에 '드라마'를 부여하는 정우성이 연기한 만큼, 단순히 나쁜 놈이 아니라 우아한 악역으로 탄생됐다.
정우성은 "내가 악역을 기피하는 이유는 악역을 맡았을 때 조심해야 할 여러 요소들 때문이다. 그 영화를 보고 영향을 받을 관객들에 대한 생각들이 든다. 제임스는 관객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한 고민들을 조금 덜 할 수 있는 캐릭터였다. 비현실적인 움직임을 가진 인물이다. 현실이 아닌 영화 안에 존재할 법한 캐릭터였고, 현실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여지가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2009년 허진호 감독의 '호우시절' 이후 4년 만에 한국영화로 돌아왔다. 그런 만큼 욕심을 낼 법도 하지만 영화를 위해 욕심 따윈 과감히 버렸다. 제임스의 마지막 신을 더욱 멋있게 바꿔주겠다는 제안도, 자신의 분량을 더 늘려주겠다는 제안도 쿨하게 사양했다. "메인 플롯은 한효주라는 루키 형사의 성장 드라마"라는 그의 말처럼 영화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낮춘 셈이다.
정우성은 "욕심을 내서도 안 되는 것이었고, 또 욕심을 냈으면 다른 영화가 됐을 것이다. 그럼 이런 반응(호평)이 나왔을까? 역시 욕심을 안 내길 잘 한 것 같다"며 "내가 욕심을 내기 시작했으면 '감시자들'의 '신선하다'라는 느낌이 없어졌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런 결정은 그가 영화배우였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늘 영화배우이고 싶다는 정우성은 자신을 찾는 시간을 통해 배우로서 중심을 지키는 법을 배웠고, 더욱 작품 욕심을 내는 법을 체득해 나가고 있다. 이제 불혹, 데뷔 20년차가 됐지만 그는 아직도 배우로서 현재 진행형이다.
그의 말처럼 정우성은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배우들이 정우성을 롤모델로 꼽거나 선망의 눈빛을 보낸다. 정우성은 그들을 위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정우성은 "자기를 찾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나도 계속해서 나를 찾는 여행을 하는 것 같다. 내 경우 좋아하는 배우는 있지만 저 배우처럼 될래 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던 것 같다. 나를 찾고 싶었다. 내가 되고 싶었다. 나를 좋아할 수는 있지만 정우성이 될 건 아니지 않나. 그런 작업이 됐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또 자신의 30대 시절에 대해 전하며 영화배우에 대한 애정을 아낌없이 드러냈다.
정우성은 "파란 만장하고 화려했던 30대를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방황했을 때 영화배우라는 직업이 날 살렸던 것 같다. 어떤 친구들은 이 직업이 가지고 있는, 직업에 대한 숙명 같은 것 때문에 괴로워한다. 하지만 이 직업이 있었기 때문에 난 더 강해질 수 있었다. 사람 옆에 있는 걸 좋아하는 데 이 직업이 그런 직업일 수밖에 없다. 또 그 사람 옆에서 영화배우로 존재해야 하기 때문에 자아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날 일으켜 세웠던 것 같다"고 진솔한 마음을 털어놨다.
마지막으로 정우성은 '감시자들'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작품에 쏟아지는 호평만큼 그 역시 자신감 있는 모습이었다.
그는 "'감시자들'은 아쌀하다. 쿨하다. 뒤끝이 없고 간결하고 깔끔하다. 잔 감정들을 부여시키지 않는다. 각자 본분을 지키며 열심히 하면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고 몰입시킨다. 하지만 답답한 긴박감 같은 건 없다. 감정에 호소하거나 구걸하지 않는다. '이겁니다!'라고 딱 보여주고 맛을 느끼게 해주는 깔끔하고 정갈한 영화"라고 전했다.
[배우 정우성.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김미리 기자 km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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