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예상 밖이다. 절정의 타고투저 시즌이다.
사상 첫 9구단 체제로 문을 연 2013년. 전문가들은 투수의 위력이 득세할 것으로 전망했다. 9팀이 돌아가면서 4일 휴식기를 갖게 되면서 시즌 중 투수진 정비가 가능하다고 봤다. 불펜투수들이 푹 쉴 수 있고, 원투펀치의 활용도를 높일 수 있다는 것. 또한, 대부분 구단이 외국인투수 영입에 공을 들였다. 이젠 국내야구에도 메이저리그 출신 외국인 투수는 흔하다. 뒷돈을 더 챙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수준 높은 외국인투수를 데려오고 싶어했다.
시즌이 반환점을 돈 상황. 예상과는 다른 흐름이다. 6일 현재 리그 타율은 0.270이다. 1999년(0.276), 2009년(0.275), 2001년(0.274)에 이어 2000년, 2010년과 같은 기록. 역대 4번째로 가장 높은 수치다. 두산(0.285)과 LG(0.281)가 2할8푼대 고타율을 기록 중일 정도로 타자들의 방망이가 활발하게 돌아간다. 반면 리그 평균자책점은 4.38이다. 1999년(4.98), 2009년(4.80), 2001년(4.71), 2000년(4.64)에 이어 역대 5번째로 높다. LG(3.68), 롯데(3.79), 삼성(3.92)이 겨우 3점대 평균자책점을 지키고 있다.
▲ 기대에 못 미치는 외국인투수들… 실종된 원투펀치
이런 결과가 나온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외국인투수들의 부진을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공을 들여 영입한 외국인투수들이 대체로 감독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지 못했다. 현재 평균자책점 상위 10걸을 보면 6명이 외국인투수다. SK 크리스 세든이 7승(2.50), 두산 더스틴 니퍼트가 9승(3.42)를 기록한 것 외엔 평균자책점이 낮아도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승수가 많지 않은 것 역시 기본적으론 상대 투수들과의 맞대결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이다.
평균자책점 10걸 외의 외국인투수들은 대부분 구단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고 봐야 한다. 삼성 릭 벤덴헐크와 아네우리 로드리게스, 넥센 브랜든 나이트와 벤 헤켄, LG 벤자민 주키치, KIA 헨리 소사와 앤서니 르루, 두산 개럿 올슨, NC 아담 윌크와 에릭 헤커, 한화 대니 바티스타와 대나 이브랜드는 원투펀치, 혹은 마무리로서 위압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감독들은 이들이 강력한 원투펀치 역할을 해줄 것으로 계산하고 시즌에 들어갔다. 하지만, 보기 좋게 빗나갔다. 리그에 원투펀치 자체가 실종됐다. 또한, 나이트, 벤헤켄, 주키치, 소사, 바티스타 등 2년차 이상 투수들이 유독 부진하면서 ‘구관이 명관’이란 말을 무색하게 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타자들이 외국인투수들의 직구 스피드와 변화구에 적절하게 대처하고 있다고 본다. 외국인투수 이름값에 짓눌리는 시대는 지났다는 의미다.
▲ 불타는 방망이… 여름야구 더 뜨겁게 달군다
타자들은 신이 났다. 국내 정상급 타자들이 정상급 투수들을 자꾸 짓누르면서 연일 극적인 경기가 연출된다. 7~8회 뒤집기는 예삿일이다. 활발한 타격전 속 경기시간이 4시간을 훌쩍 넘기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5일 경기서는 사이클링히트와 만루홈런을 기록한 LG와 삼성이 나란히 패배하는 진풍경을 낳기도 했다. 대단한 타격기록을 상쇄할 정도로 넥센과 두산의 방망이가 매서웠다.
현재 리그에 3할을 넘는 선수가 14명이다. 예년에 비하면 적은 수치는 아니다. 16홈런을 기록 중인 SK 최정과 넥센 이성열, 15홈런의 넥센 박병호는 30홈런도 가능해 보인다. 3명이 동시에 30홈런을 넘긴 시즌은 2004년이 마지막이었다. 경기 시간은 좀 길어졌지만, 매 경기 호쾌한 타격이 나오면서 팬들을 즐겁게 하고 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타자들이 4일 휴식기 이후 타격감 유지에 애를 먹기보단 오히려 날카로운 스윙이 돋보인다는 점. 불규칙적인 휴식을 취한 타자들이 타격감이 떨어지지 않고 상대 주요 투수들을 공략하면서 투고타저 예상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한 투수출신 해설위원은 “국내 정상급 타자들이 정상급 투수들을 잘 공략하고 있다. 타자들이 지난 2~3년간 투고타저 흐름 속에서 각팀 주요 투수들의 구질, 투구패턴을 완벽하게 파악했다. 투심, 커터 등의 공략기술도 좋아진 것 같다”라고 했다. 삼성 오승환 등 구위로 타자를 압도할 수 있는 몇몇 투수를 빼놓곤 투수들이 대체로 통타 당하고 있다. 올해가 첫 시즌인 SK 세든, NC 찰리 등의 맹활약은 상대적으로 타자들이 덜 익숙하다는 이점도 작용했다.
▲ 늘어지는 경기시간… 모든 경기가 호쾌한 건 아니다
팬들은 대체로 타격전을 좋아한다. 하지만, 수준 높은 야구 팬들은 투수전 속에서 적당히 치고 받는 걸 좋아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경기가 가장 깔끔했다고 볼 수 있는 시간은 3시간 정도. 올 시즌 9이닝당 평균 경기시간은 무려 3시간 18분. 역대 최장시간이었던 2009년 3시간 22분 다음으로 길다. 연장전까지 합하면 3시간 22분이다. 4시간 넘는 경기가 하루에 한번 꼴은 꼭 나온다.
호쾌한 타격전이 흥미가 반감되는 경우도 있다. 실컷 안타를 많이 때려놓고도 정작 득점과 연결되지 않을 때다. 9개 구단 중 두산과 롯데를 제외하곤 모두 팀 타율보다 팀 득점권 타율이 더 높다. 하지만, 최근엔 경기당 10개 이상의 잔루를 기록하는 팀도 심심찮게 나온다. 잔루가 많다는 건 안타, 볼넷 등으로 투수들을 잘 공략했음에도 헛심을 썼다는 얘기다. 잔루가 많을수록 경기가 늘어지게 돼 있다.
1989년 이후 14년만에 다시 찾아온 홀수구단 시대. 거기서 생긴 불규칙적 휴식기 변수. 지난 몇 년간 움츠러들었던 타자들의 반격이 시작됐다. 지난 2~3년간 투고타저였던 흐름이 타고투저로 반전됐다. 투고타저와 타고투저는 돌고 돈다는 야구계의 속설이 다시 한번 맞아떨어졌다.
[잠실구장(위, 가운데), 목동구장(아래).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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