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종합
[김상하의 일본엿보기]일본인 기억속에서 사라진 '들장미 소녀 캔디'
한국 드라마와 빅뱅을 좋아하는 친한 일본 여성과 밥을 먹다가 갑자기 이런 질문이 나왔다.
“한국은 이케멘(イケメン, ‘잘 나가는 미남’이라는 뜻) 배우한테 ‘테리우스’라고 하던데, 왜 테리우스라고 하는거에요?”
“그게 캔디캔디(들장미 소녀 캔디)에 나오는 테리우스처럼 잘 생겼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는 거에요.”
“네? 캔디캔디라면 그 애니메이션?”
이런 이야기를 하면 대부분의 일본인들이 적잖은 충격을 받는다. 왜냐면 한류 드라마의 주 시청자층인 30~50대 여성들에게 '캔디캔디'는 매우 익숙한 작품이자, 일본인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만큼의 대히트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1995년 판권 분쟁이 발생한 이후 15년 동안 단 한번도 일본에서는 미디어에서 언급된 적이 없어 완전히 잊혀진 작품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런 작품의 캐릭터 이름이 지금도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쓰이고 있다는 것이 일본인에게는 나름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이후로도 대화가 이어지면서 한국에서 '캔디캔디'가 갖고 있는 영향력에 대해서 이야기를 이어갔다. 예를 들면, 왜 한국에는 에비짱(모델 에비하라 유리)같은 마키게(巻き毛, 머리카락 끝 부분을 스프링처럼 말아서 모양을 만드는 스타일)를 한 연예인이 별로 없는가에 대한 이야기로 이어졌다. 그 이유가 '캔디캔디'의 악역 캐릭터인 ‘이라이저 라간’의 머리모양이기 때문이라는 이야기에도 상당한 충격을 받는 것 같았다.
“한국에서는 그런 머리 모양을 흔히 ‘이라이저 머리’라고 불러요. 한국에서는 이라이저는 남 괴롭히는 여자애의 대명사니까요.”
“어쩐지 일본에서는 흔한데 한국 연예인은 그런 머리모양 안 하더라고.”
일본에서 유독 인기를 얻었던 한류 드라마들이 상당부분 1970~80년대에 한국에서 히트했던 일본산 애니메이션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라는 것을 일본인들은 잘 모른다. 특히 욘사마가 나오는 '겨울연가'가 이 만화의 영향력 아래에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많은 이들이 일본 애니메이션 작품이 과거에도 해외에서 방영되었다는 사실을 모르기도 한다. 일본인들이 평소에 접하는 세계는 매우 좁고, 그 때문에 시야도 그다지 넓지 않은게 일반적이다. 그래서인지 한국과 일본이 문화적으로 과거부터 접점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면 상당히 놀라곤 한다.
'캔디캔디'의 이야기를 조금만 더 하자면, 일본에서도 '캔디캔디'는 폭발적인 히트를 기록한 작품이다. 1976년부터 79년까지 방영되었던 애니메이션이 대히트하면서 주제가 싱글이 2년 연속 오리콘 동요차트 연간 1위를 기록, 총 판매량도 120만장을 넘는 대히트를 했다.
만화책은 전 9권이 1200만부 판매되었으며, 단행본 5권은 일본 역사상 최초로 초판 100만부를 인쇄한 기록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인기의 정점에 있었던 1970년대 후반부터 1980년대 초반까지는 캐릭터 인형 판매로만 1년에 약 80억엔(200만개)의 수익을 올릴 정도였다고 하니, 엄청난 인기였던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1995년에 토에이 동화가 애니메이션을 리메이크 하려고 할 때 스토리 작가인 소설가 ‘나기타 케이코(名木田恵子)’가 반대하자 그림을 담당했던 만화가 ‘이가라시 유미코(いがらしゆみこ)’가 “나기타 씨는 만화 작업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기 때문에 만화에 대한 권리가 없다”며 저작권 관련 소송을 걸었다.
하지만 2001년 이 소송에서 결과적으로 법원이 나기타 씨를 1차 창작자, 이가라시 씨를 2차 창작자로 인정하면서 '캔디캔디'에 대한 리메이크 계획은 백지화 되었고, 스토리 작가와 만화가의 사이가 너무 나빠졌기 때문에 상품화에 여러 어려움이 따르면서 '캔디캔디'에 관련된 상품은 1995년 이후 모두 사라져버렸다.
이후에도 만화가 이가라시 씨 단독으로 '캔디캔디' 캐릭터를 무단 상품화 하는 사례가 있었으나, 모두 저작권 위반으로 소송에 휩싸여 결과적으로 '캔디캔디'에 관련된 상품은 일본은 물론 해외 어느 곳에서도 정식으로 나올 수 없는 상황이다.
물론 '캔디캔디'의 주제가 역시 스토리 작가인 나기타 씨가 가사를 썼기 때문에 그녀의 허가없이는 사용할 수 없었고, 이 때문에 주제가가 흘러나와야 하는 애니메이션의 영상마저도 미디어에서는 일체 사용하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단 한번의 예외가 있었는데, 그것이 2004년에 한국의 생명보험회사의 cm송으로 '캔디캔디'의 주제가가 쓰인 것이다. 이 cm송은 작사가인 나기타 씨에게 정식으로 허가를 받고 사용했다고 하는데, 나기타 씨 자신도 상당한 한류 드라마의 팬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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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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