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윤욱재 기자] 16년 만의 농구 월드컵 진출. 그 쾌거 속에는 '희생정신'도 함께 했다.
이상범 KGC인삼공사 감독은 '유재학호'의 코치로 합류해 선수들을 지도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거의 소속팀을 돌보지 못할 정도로 대표팀에 '올인'했다. 이러한 정성 속에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지난 2013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남자농구선수권대회에서 3위를 차지하고 농구 월드컵에 진출하는 쾌거를 이룰 수 있었다.
지난 대회를 마치고 프로 아마 최강전을 통해 오랜만에 소속팀을 지휘한 이 감독은 "대표팀에 올인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게 맞다. 그래야 다음에 누가 되든 올인을 할 것이다. 나쁜 선례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 대표팀 코치로서는 그게 당연하다고 배웠고 앞으로도 그렇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팀 코치로서의 책임감을 읽을 수 있다.
유재학 감독을 보좌하며 그를 지켜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다. 이 감독은 "나도 감독 자리에 있다 보니까 얼마나 힘든지 보인다. 유 감독님이 경기를 치르면서 심리적 압박이 심했다. 코치도 피가 마르는데 감독 입장이면 잠을 못 잘 정도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옆에서 소주 한잔을 기울이는 것 뿐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 감독 역시 유 감독과 같은 현역 프로팀 감독이지만 유 감독이 대표팀을 지휘하는 모습을 보고 많은 것을 보고 배웠다고 돌아봤다.
"대표팀 감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더라. 연륜이 쌓여야 한다"며 "유 감독님은 냉철하게 경기를 읽었다. 선수 파악, 경기 운영의 흐름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 감독은 "우리는 상대적으로 신장이 작다보니까 센터가 도움 수비를 펼치는 등 어떻게 보면 변칙이었다. 연습 기간이 짧았지만 유 감독님이 우리 팀에 가장 절실하게 맞는 수비 방법을 찾아냈다"고 말했다.
과연 내년에 열리는 농구 월드컵에서도 '유재학호'의 도전은 계속될까. 지난 대회의 코칭스태프가 그대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이 감독은 "술 먹으면서 생각해봐야겠다"고 웃음을 지으면서 "당시 유 감독님이 너무 힘드셔서 안쓰러웠다. 선수, 코치들에게 티를 안냈지만 얼굴을 보면 알 수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유 감독님이 월드컵 감독을 맡을지 판단이 서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KGC인삼공사는 이 감독의 공백 속에서도 이동남, 김성철, 은희석 코치 등 감독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이 감독은 지난 16일 건국대와의 최강전을 승리한 뒤 "코치들이 여름에 선수들과 많은 땀을 흘린 것 같다. 내가 없어도 될 것 같다.(웃음) 팀을 잘 만들어놨다. 이제부터는 내 몫이다"라며 코치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KGC 이상범 감독이 16일 오후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3 프로-아마농구 최강전' 건국대-KGC 경기에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 =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윤욱재 기자 wj38@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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