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NBA
[마이데일리 = 잠실학생체 김진성 기자] “잘 생각이 안 나네요”.
흔히 농구에선 트래쉬토크라는 게 있다. 경기를 뛰고 있는 선수들이 경기 도중 일종의 신경전을 펼치는 것이다. 국내에서도 외국인선수에게 그런 모습을 종종 찾아볼 순 있다. 그러나 국내선수들은 아무래도 한국 특유의 선-후배문화 때문에 쉽지 않다. 오히려 선-후배를 넘어 친한 사이의 선수들은 농담을 통해 코트 분위기를 훈훈하게 하는 경우가 많다.
20일 잠실학생체육관. 모비스와 경희대의 8강전. 경기 흐름은 매우 뜨거웠다. 하지만, 코트에서 선수들이 주고 받은 말은 후자였다. 사실 까마득한 후배 경희대 선수들이 모비스 대선배들에게 말로 대거리를 하긴 어렵다. 이날 경기 도중 양동근이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은 김민구, 김종규와 유독 재미있는 말을 많이 한 것 같았다. 모두 얼굴에 미소를 띄고 즐겁게 경기하는 모습이었다.
양동근은 이날 승리한 뒤 “경희대가 정말 잘 하더라. 두경민은 처음 봤는데, 처음부터 자신있게 슛을 던지더라. 그런 게 인상에 남는다. 오히려 내가 더 급하게 슛을 던졌다”라고 했다. 이어 “김민구같이 같이 운동했던 선수들과 매치업이 되는 건 참 기분이 좋다. 이런 경기를 할 수 있었다는 것 자체에 만족한다.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았다”라고 웃었다.
양동근은 “종규에겐 자유투를 던질 때 ‘대표팀에선 안 들어가던 슛이 여기선 왜 이렇게 잘 들어가나’라고 한 게 기억이 남는다”라고 웃었다. 일종의 면박. 그러나 농담조가 섞인 것. 후배들이 잘 하니 질투가 나면서도 대견했기 때문이다. 괜히 변박을 준 것이다. 양동근은 김민구에겐 무슨 말을 해줬는지 기억을 못 했다. 그러나 김민구는 “’너희 왜 이렇게 잘 하냐?’라고 하셨다”라며 정확하게 기억해냈다. 한 마디라도 받아 치지 않았냐고 물었더니 “대선배에게 어떻게 그래요”라며 웃었다.
이날 경기는 결과를 떠나서 보기드문 명승부였다. 일찌감치 프로와 대학 최강자들의 맞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더구나 경희대 소속 대표팀 선수들이 모비스 유재학 감독의 지도를 받은 인연도 얽혀 있어 맞대결에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유 감독은 “역시 잘 하더라”라면서도 보완해야 할 점을 지적했다. 양동근 역시 무럭무럭 자라는 후배들이 기특했다.
어쨌든 경기는 노련미를 앞세운 모비스의 승리. 양동근은 “진다는 생각은 안 했다. 점수를 더 벌릴 수 있었는데 역시 스포츠는 예측하기가 힘들다”라고 했다. 정말 어려운 경기를 했다는 안도의 표현.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뿌듯함도 녹아있었다. 양동근에게도 경희대와의 경기는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됐다. 그게 바로 프로-아마최강전의 기획의도이자, 프로농구에선 느낄 수 없는 묘미다.
[양동근과 김민구. 사진 = 잠실학생체 한혁승 기자 hanfoto@mydaily.co.kr]
김진성 기자 kkomag@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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